문화재청이 5일 발표한 기지 부분공사 허가 그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펜스, 철조망 친 뒤 다시 철조망 들어 올려 발굴조사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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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강정마을회 미디어팀] |
사업시행자인 해군과 조사 기관인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이 그동안 유구 가치를 인정하지 않거나 미뤘다.
이를 관리감독하는 문화재청은 결국 5일 강정포구에서 조선시대 후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혈유구, 주혈 등이 확인됐고, 자연지형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중덕삼거리와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주변 지역에서는 청동기, 초기 철기시대로 추정되는 유구가 확인돼 정밀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평화비행기 등 대규모 평화행사가 진행되던 3~4일, 문화재가 발굴되어도 공사를 강행한 해군을 비판하는 행동이 이어지자 문화재청이 이를 의식해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당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 기지 발굴조사에 대해 부분공사를 허가하는 문화재청 입장을 밝혔다. 전체 사업대상면적(육상 287,061㎡)을 A, B, C-1, C-2지역으로 구분한 다음 A, B, C-2지역에 대한 시굴조사 결과, 수혈주거지, 주혈 등이 확인된 지역(76,691㎡)은 발굴조사, 유구가 확인되지 않은 지역(183,521㎡)은 공사 시행, 지장물 미보상 등 미조사지역(3,134㎡)은 발굴조사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경계 펜스는 유구 분포범위 외곽에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9월 1일 경찰병력이 투입해 강제 진압하면서 중덕 삼거리까지 기지 공사를 위한 펜스, 철조망 설치 등을 완료하자 일각에서는 발굴조사 지역조차 공사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기자가 발굴조사 지역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자 문화재청 관계자는 “외부로 나간 적이 없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크게 △중덕 삼거리와 그 일대 △기지 공사장 출입문과 그 일대 △해안가 일대를 문화재 발굴조사 지역이라며 펜스 공사가 강행된 ‘중덕 삼거리’ 부근이 ‘발굴조사 지역’이라고 인정했다.
특히 기지 공사 부지에서 유구가 발굴되어도 중덕 삼거리 부근에 펜스, 철조망을 치던 해군이 14일 철조망을 들어 올려 뒤늦게 문화재 발굴 조사 부분을 다시 표시하는 것이 발견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해군과 제주문화연구원의 이 같은 행동은 14일 벌어진 일로, 공교롭게도 김찬 신임 문화재청장이 기지 공사 현장을 방문 날과 같다.
이를 두고 주민, 평화운동가들은 유구 훼손 가능성을 무시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문화재 발굴 조사라고 비난, 부분 공사를 승인한 문화재청도 비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신임 문화재청장이 업무 파악을 위해 현장 방문”했다면서 그 결과에 대해서 “아직 입장을 말할 정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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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주해군기지반대 자원봉사자 김세리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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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강정마을회 미디어팀] |
문화재청 “훼손 가능성 0% 어려우나...유구 훼손 제기 받아들이기 어려워”
부분공사 허가도 '편법'인데, 이 조차 유명무실
문화재청측은 발굴조사 지역인 중덕 삼거리에 펜스 공사가 강행된 것에 대해 우려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또 다른 관계자는 “입회에서 조사했고, 유구 훼손이 안 되게 펜스를 치도록 했다”며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유구 훼손 제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설령 발굴조사 지역 외에, 펜스를 설치했지만 연결되어 발굴조사 필요성이 확인된다면 추후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1일 경찰병력이 펜스 공사를 강행한 날 입회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당일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입회하지 못했지만 펜스 설치 전에 문화재 조사단과 해군과의 유선 연락으로 자문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펜스 등 기지 공사로 인한 유구 훼손에 대해서는 “훼손 가능성이 0%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유구가 있는 주변은 낮은 펜스, 철조망 등 임시적 성격으로 설치된 것이라 훼손이 안 됐다고 가정하는 데, 훼손이 됐더라도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유구의 가치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덕 해안가 인근보다 중덕 삼거리 부근에 원지형이 비교적 잘 남아 있다”며 현재 발굴조사 일수 100일 중 1/3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신용인 제주대학교 교수는 문화재청의 입장에 대해 “중덕 삼거리가 발굴조사 지역이라면 당연히 펜스를 치는 등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공사 허가도 받지 않고 문화재를 훼손한 꼴”이라며 “부분공사를 허가해도 공사를 한다면 공사를 허가할 필요가 뭐가 있나. 하얀색, 초록색 등 발굴조사 지역에 색을 뭐 하러 칠하는 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발굴조사 지역이 앞으로 나올지 안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연히 공사를 중단해야 함에도 부분공사를 인정한 것은 편법이다. 문제는 부분공사 허가 자체도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신 교수는 “문화재청이 펜스 공사를 묵인하거나 인정하면서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며, 위법이 입증되면 사태가 커질 것”이라며 “때문에 펜스 공사를 하기 경찰병력을 투입해 35명을 강제 연행한 경찰은 방조범이며, 불법 체포하고 인권유린 한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란기 전 문화재위원도 기지 내 유구 발굴조사 관련 사진을 본 뒤 “펜스가 쳐진 경계 밖으로 유구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추가 정밀 발굴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이영웅 제주해군기지저지범대위 언론팀장은 “강정마을에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사건 환경성 검토 등을 봤을 때 유구의 가치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불신을 드러내며 “문화재청도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감시할 시스템이 막혀 있다”고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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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을 악의적으로 무시한 채 공사 재개”
연구원의 안내로 견학하라고 했지만
문화재청의 부분공사 허가 입장 그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이은국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 해군기지 건설 관련 해군본부 관계자, 해군본부 등을 문화재법위반 혐의로 지난 6일 제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민변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 부지에서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는 유구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매장문화재에 관한 법령을 악의적으로 무시한 채 공사를 재개했다며 고발 사유를 들었다.
동시에 민변은 문화재청에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부분공사 시행승인 취소’와 ‘공사 중지 명령’을 요청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부분공사 시행을 승인한 처분은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0조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의 위임한계를 벗어나 무효인 ‘발굴조사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 등에 따른 것으로 위법한 처분이라는 것이다.
야5당 제주도당도 6일 문화재청의 입장을 비판하며 공개 질의했고,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도 ‘지표조사에서 유구나 유적이 발굴되지 않았다고 해서 문화재청이 그동안 해군의 부분공사 시행을 승인한 것은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꼬집으며 ‘펜스 철거와 모든 공사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한편 문화재청장과 제주문화유산연구원장 명의로 기지 공사 부지내 조사관계자 외 출입을 제한하며 ‘견학을 원하시는 분은 연구원의 안내를 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문을 세웠지만 현재 견학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견학을 문의하자 문화재청은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의 입장이며, 연구원과 해군에 문의하라고 했다. 관련해 제주문화유산연구원측은 15일 하루 종일 연락이 되지 않았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