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당시 비례경선이, 당권을 장악한 세력이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자료를 독점 활용한 관권선거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록이다. 미투표자 페이지 열람은 이 당직자 외에도 2명의 당직자의 자리에서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열람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 부정 2차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이 같이 1차 보고서 보다 자세한 부정의 정황이 담긴 진상조사 보고서를 26일 저녁에 전국운영위에 보고하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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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호 전 공동대표가 발표했던 1차 보고서는 온라인 투표의 부정 문제를 명확히 단정 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지만, 2차 보고서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동해 보다 확정적으로 광범위하게 부정을 저질렀을 정황 데이터와 자료를 공개했다.
특히 이 자료에 따르면 미투표자 현황 페이지에는 엑셀 파일 다운로드 기능이 있어 다운로드 시점까지의 투표를 하지 않은 당원 현황을 출력할 수 있었다. 엑셀 파일은 일부 당직자와 선관위원이 투표기간인 3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 총 10회나 다운로드를 받았다.
미투표자 열람 페이지는 전체 당권자 중 미투표자 이름, 소속 지역위원회, 핸드폰 번호, 투표 여부 등 4가지 정보가 담겨 있어, 엑셀 파일로 다운 받아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를 독려 하는데 사용될 경우 투표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정주 진상조사위 온라인 투표분과 분과장은 “심지어 특정 사람의 이름을 집어넣고 이 사람이 투표를 했는지 여부를 검색한 흔적도 나왔다”며 “온라인 투표 관련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어드민(admin) 관리자 아이디를 사용한 위치는 당사 뿐 만 아니라 여러 다른 위치의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한 기록이 다수 나왔다”고 밝혔다. 관리자 아이디를 특정 세력끼리 돌려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정주 분과장은 이어 “이는 대리투표나 조직투표에 이용할 수 있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일 수 있다”며 “어떤 지역에서 대리투표 등이 발생했는지를 보려면 실사와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수사권이 없어 거기까지는 조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라인 시스템 전 과정을 보고 이런 결과를 유추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비례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보고서 내용을 요약해 발표한 양기환 조사위원도 “이번 선거관리 과정은 전체 투표자의 90% 가까이가 선택한 인터넷 투표에서 미투표 현황이 일부 당직자에게 독점되어 특정 후보에게 활용된 정황이 있다”며 “관리자 권한 부여 절차가 불투명해 부정한 정보이용의 가능성을 낳았고, 실제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전체 미투표자들을 추출하거나 수시로 투표여부를 체크하여 결과적으로, 투표 진행상황에 대한 부정 취득이 행해졌다”고 강조했다.
구당권파, 2차 보고서 전면 부정...당권파 계열 진상조사위원장 물타기 사퇴
구당권파 쪽은 이날 2차 진상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전에 진상조사 보고서를 전면 부정했다. 애초 통합진보당은 오후 4시 전국운영위에서 진상조사 보고서를 채택하려 했지만 오후 2시께 김동한 진상조사 위원장이 갑자기 사퇴했다. 김동한 위원장은 구당권파와 입장을 같이 하는 울산연합 민병렬 최고위원 후보가 추천한 인사다.
김동한 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법학자의 양심에 기초해서 봤을 때 이번 조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철저히 보장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위원회 내에 충분한 논의와 원만한 합의도 이루지 못해 책임을 지고 진상조사특별위원장 직을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당권파 쪽인 김미희 의원도 김 위원장 사퇴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고 “2차 보고서의 핵심은 전체 투표의 85%에 해당하는 온라인 투표에서 조직적 선거부정의 정황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김동한 위원장은 이러한 보고서 채택에 대해 동의 하실 수 없어 깊은 고민 끝에 사퇴하셨다. 만약 이 보고서가 부실상태로 공개된다면, 우리는 반드시 온전한 진실을 국민께 밝히고, 올바른 혁신과 진보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미희 의원은 김 위원장 사퇴 이유를 두고 이석기 쪽에 유리한 내용을 다른 조사위원들이 보고서 내용에서 빼려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미희 의원은 “제주도의 한 건설회사 사무실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오옥만 후보 투표는, 현장 투표소가 아닌 곳에서 임의적으로 집단투표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대리투표의 정황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며 “이 건설회사는 부실한 1차 조준호 진상보고서를 작성했던 오옥만 후보 추천 조사위원인 고영삼씨가 운영하는 업체로, 특위는 이처럼 중대한 사실이 담긴 온라인 부분의 보고서를 제외하고, 부실한 2차 보고서를 전국운영위원회에 보고해 채택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실제 외부 진상조사 위원들은 보고서에 오옥만 후보 관련한 부정행위도 모두 담아서 발표했다. 구당권파 인사들의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다.
한성욱 진상조사위원에 따르면 기술검증 보고서 작성을 의뢰한 업체가 위원들에게 보고서를 보여주기도 전에 한겨레와 민중의 소리에 먼저 내용이 유출된 정황이 드러난 데다, 시스템 검증 과정에서 피조사자인 시스템 개발업체 엑스인터넷 사장이 업체 검증자리에 함께 있어 신뢰성을 상실했다고 봤다.
한성욱 위원은 “문제가 된 피조사자 개발업체 사장이 업체와 분과위원들과의 검증 자리에 와있는 것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며 “최소한 진상조사위에 어떻게 함께 있게 됐는지 설명조차 없이 피조사자가 조사자들과 같이 검증한다는 것은 공정성에 신뢰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은 “공정성에 신뢰를 잃어 기술검증 보고서에서 업체가 한 가치 판단은 빼고 관리자 아이피 현황자료나 시스템상 남아 있던 제주지역의 새로운 의혹 등 실증적인 검증 자료들은 보고서에 다 실었다. 있는 사실을 숨기려고 조사 보고서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진상조사위는 반면 1차 보고서의 투표용지가 풀로 붙어 있어 뭉텅이 부정투표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을 두고는 “논란이 있어서 신경을 써서 봤고 풀이 붙어 감쪽같은 용지가 있어 자세히 봤다”며 “풀이 붙은 용지가 굉장히 많았지만 내용을 살펴봤을 때 무더기로 투표를 했다고 보기는 근거가 없었다”고 일부 의혹을 뒤집기도 했다.
“선거관리부터 현장투표, 온라인투표 과정 까지 부정을 방조한 부실”
이날 전체 보고서 내용을 발표한 양기환 진상조사위원은 “국민 앞에 부정과 부실구분이 의미 없다. 부정은 부실에서 싹터났으며, 부실은 부정에서 만연했다”며 “통합진보당의 19대 국회의원 비례경선은 선거의 절차와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된 선거였으며, 비례경선과정은 선거관리 과정에서부터 현장투표과정, 온라인투표과정 까지 부정을 방조한 부실의 과정이었다”고 평가 했다.
이어 양기환 위원은 “온라인 투표과정 역시 전반적으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선거과정이었다”며 “△투표현황 정보에 대한 보안의식의 부재투표시스템 관리에 대한 운영 및 보안규정의 부재 △선관위원이 아닌 당직자가 주요정보인 미투표 현황을 수시로 열람한 것은 기회의 공정성을 위반한 행위”라고 진단했다.
또한 “현장 투표소 설치도 원칙 없이 진행돼 선거관리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심지어 선거인 명부에 투표자로 기재된 자가 실제로 투표한 것인지 여부를 믿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중복아이피 문제도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몰표가 행사된 아이피 중 현장투표소 아이피와 동일한 아이피로 온라인 투표가 이루어진 경우도 있었다. 진조위는 이 경우도 조직적 대리 동원투표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현장투표 과정에서도 부정과 부실이 드러났다. 양 위원은 “투표담당자의 선임, 투개표록 작성, 이중투표 확인, 선거인명부와 투표함의 관리, 지정된 투표용구의 사용 등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훼손되었다”며 “실제로 투표자 수와 투표용지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선거인명부의 투표자 이름을 지우는 등의 부실로 인해 이중 투표와 대리 투표 같은 부정한 사례가 다수 발견 되었다”고 밝혔다.
양기환 위원은 “현장투표의 경우 확인된 이중 투표와 대리 투표를 포함한 지역을 무효화해도 전체 투표의 32.4%가 무효”라며 “수사권의 한계로 선거인 명부 서명이 조작된 대리 투표의 정황은 있으나 유효한 투표의 서명을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양기환 위원은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 공정한 선거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번 경선을 부정이 방조된 선거로 우리는 이번 경선 결과의 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공정한 선거가 진행되면 기득권에게 유리하다. 기득권에 유리한 선거가 이루어지는데 진보라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