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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1총선 평가와 좌파정치의 진로 토론회 |
87년 대선부터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끊임없이 합법적 대중정치 공간인 선거에 개입해 왔던 좌파세력은 진보좌파를 내세운 진보신당의 목소리 외엔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총선 결과만 놓고 보면 좌파는 한국사회에 존재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희미해졌고, 대안세력이라는 인식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현실 속에 4.11총선에 대한 좌파 운동진영의 평가와 좌파정치의 진로를 고민하는 토론회가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역 근처 한백교회에서 진보전략회의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배성인 한신대 교수가 ‘4.11총선 평가와 좌파정치의 진로’라는 발제문을 발표하고, 장석준 진보신당 당원, 전원배 좌파노동자회 회원, 김재광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회원이 토론자로 참가했다.
배성인, “좌파, 현장 투쟁 못지않게 선거정치도 중요하다고 인식해야”
토론회 주발제를 맡은 배성인 한신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좌파정치(진보좌파)가 커다란 위기에 봉착한데 있다”며 “반MB를 전략적 의제로 간주하는 심각한 우편향이 난무해 좌파정치가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진단하고 좌파정치와 대의제 문제를 짚었다.
배성인 교수는 “마르크스는 대의제적 민주주의의 정치원리를 통해서는 결코 사회적 문제의 해결이 이뤄질 수 없다고 파악하고 민주주의 문제를 사회적 혁명의 방식 속에서 실현되어야 할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며 “자본주의 국가의 선거는 소수 엘리트를 양산해서 권력을 독점하고 다수 인민을 배제하는 과두제 국가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과두제 국가에 민주주의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통치자들이 선량하거나 뛰어나기 때문이 아닌 인민이 권리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기 때문”이라며 “대의제가 과두제 권력의 단순한 도구에서 벗어난 것 역시 인민이 행위를 통해 실질적 대표성이 관철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파들의 고민이 점점 깊어만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좌파조직이나 정당이 선거투쟁에 참여해 봤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보지만, 참여하지 않으면 지지자들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선택의 구조에 놓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배성인 교수는 이런 현실 구조를 두고 “중요한 것은 다양한 현장에서 정치와 투쟁 못지않게 선거정치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좌파세력들에게 주문했다. 그리고 좌파의 재구성을 위해 야권연대를 중심으로 한 4.11총선 평가를 이어갔다.
배성인 교수는 “이번 총선의 특징은 정책과 쟁점은 있는데 실종됐다”며 “야권은 선거 내내 네거티브만 열심히 했을 뿐 대안정치세력으로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전국적 이슈와 지역적 이슈를 혼돈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주해군기지, 한미FTA, 탈핵 등은 전국적 이슈처럼 보이지만 총선 특성상 지역적, 부문별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지역적 부문별 이슈이며, 대학등록금, 민간인 불법사찰, 비정규직, 청년실업, KTX 민영화 등은 전국적 이슈임이 틀림없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정책을 구조적으로 보면서도 구체화. 지역화. 미시화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성인 교수는 박근혜와 야권연대의 대결에서 야권연대가 패배한 이유를 두고는 “박근혜 역시 야권처럼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반MB 전략을 구사했으며, 단순히 이명박과의 차별화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보수세력의 대단결과 동원 메커니즘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수많은 야권 지도부는 어디서 무슨 선거운동을 했는지 알 수 없었고 특히 강원과 충청에서 이들을 자주 볼 수가 없었지만, 박근혜는 새누리당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여당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야권연대 환상에 빠져 대중의 계급, 정치의식 못 읽어”
배성인 교수는 야권이 2년여 동안 각종 선거를 치루면서 반MB 야권연대의 함정에 빠져, 20대나 노동자의 정확한 계급, 정치 의식과 욕망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야권연대에 대한 근거 없는 승리 확신만 유포했다고 진단했다.
배 교수는 “투표를 하지 않은 20대가 문제라는 식의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20대의 정치적 감각을 자세히 봐야한다”며 “수도권 유권자라고 다 진보적이라고 볼 수 없다. 설문 조사를 보면 절반 이상이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하지만 실제 행위는 실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이익과 결부되어야 움직이며 막연한 진보적 의식이 투표로 이어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서울과 수도권 유권자 다수가 야권을 지지한 것을 야권은 감지덕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자를 포함한 한국 민중의 정치의식은 아직 조세, 복지 등의 의제를 둘러싸고 친자본 정당의 문제점을 인식할 상황에 도달해 있지 않았다”며 “한국은 항상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남북관계 등 자유민주주의 프레임에 있고, 아직도 성장주의 프레임에 있기 때문에 박근혜 지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배성인 교수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결과와 2011년 재보궐선거 사례를 통해 야권의 선거연합을 통한 승리라는 착각에 빠져든 과정도 짚었다.
배성인 교수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절대 참패하지 않았다. 수도권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시도의원수가 한나라당보다 많기 때문에 야권이 아주 미약하게 우세할 뿐이었지 야권연대가 결코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않았으며, 구시군의원의 경우는 오히려 한나라당이 많이 앞섰다”며 “그런데 선거연합을 통한 승리라는 착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선거연합은 선거승리라는 등식이 만들어지는 듯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1년 분당 선거 승리와 서울시장 선거 승리는 야권연대가 솔루션인 양 착각하게 했다”며 “다시 한번 야권연대에 관심이 증폭되었으며, 야권 선거연합이 이뤄지면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고 의회 다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배 교수는 “4.11총선에서 수도권과 지방대도시 지역은 2010년 지방선거보다 투표율이 상승했지만 비수도권이나 비광역시 지역은 투표율이 감소했다. 이는 야권연대가 대체로 수도권과 지방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영역이 제한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며 “비수도권 중소도시 지역민들은 정치쟁점보다는 경제문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권연대는 경제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배성인 교수는 또한 야권연대를 개량화된 노동자 정치로 봤다. 그는 “민주노총은 총선방침에서 MB심판과 야권연대 승리를 정치적 목표로 세우면서 노동자 정치를 스스로 팽개치고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2중대를 자처했다”며 “전국 곳곳의 노동자투쟁을 외면하면서 총선에 올인 했고 야권연대의 의회 다수 장악이후로 모든 사업과 투쟁을 유보시켰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계급적-전국적 요구는 이번 총선에서 철저히 배제됐고 독자적인 노동자투쟁의 가능성도 무너뜨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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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자유주의 세력 모두에게 배제된 채 겨우 숨만 쉬는 좌파”
배성인 교수는 이런 평가속에서 “이번 선거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식 양당제로의 개편이 시작됐다”고 규정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라는 2개의 보수정당과 통합진보당이라는 자유주의적 좌파 정당이 구조화되는 계기가 마련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좌파가 현재의 정당정치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선거 개입을 위한 제도개혁 투쟁과 좌파정치 재구성을 위한 실질적인 실천을 강조했다.
배성인 교수는 “좌파가 선거에 개입한다는 전제 아래서 제도개혁 방안의 핵심과제는 정당국고보조금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라며 “각 정당들이 국고보조금에 의존해 정당을 운영하고 선거를 치르다 보니 당원을 확대하고, 후원자들을 늘려 당비와 후원금을 늘리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어, 진성당원제를 통한 자립화와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선거구단순다수제 방식의 지역구를 폐지하고 비례대표만 실시하는 방안과 선거공영제 실시, 기탁금제 폐지, 정당등록에 관한 법조항 폐지 등을 제안했다.
배성인 교수는 현재 좌파 정치세력의 상황을 최근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던 ‘악마 에쿠우스’ 사건의 강아지로 비유했다. 배 교수는 “에쿠우스 뒷자리에 앉히자니 차가 더러워져서 트렁크에 강아지를 태웠는데, 트렁크 문을 닫으면 숨쉬기가 곤란해 트렁크 문을 열고 주행하다 차에 속도가 붙어 밖으로 떨어져 버린 강아지처럼 좌파는 보수세력과 자유주의 세력 모두로부터 배제된 채 겨우 숨만 쉬고 있다”고 진단했다.
배성인 교수는 “좌파도 5년의 계획, 15년의 전망을 만들고, 사회변혁 과정에 대한 좌파 나름의 실질적인 실천계획을 마련해 가야한다”며 “운동방식을 혁신하고, 제도적 투쟁과 비제도적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의회적 길과 비의회적 길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반자본의 물적 토대를 갖추기 위한 변혁적 흐름을 형성하는 입체적 개념을 가져야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대중운동-당운동-전선운동 수준에서 종합적인 좌파플랜을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이라며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의 연대체가 필요하며, 과거 공동투쟁본부 같은 형식에서 벗어나 전체 부문운동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포괄적 전국적 수준의 연대체나 네트워크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성인 교수는 “정치적 지향성을 확실히 하면서도 여전히 운동을 해야 한다”며 “핵심은 자발성에 기초한 대중과의 관계이며, 대중과 관계를 맺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다. 대중이 좌파에 미혹되어서 떨칠 수 없게 만들자”고 발제를 끝맺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