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당권파연합 쪽 인사들은 이날 강병기 전 부지사의 출마 선언문이 사실상 혁신비대위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봤다. 강병기 전 부지사가 통합진보당 울산연합을 주축으로 한 부산.울산.경남 지역 자주파 계열의 지지를 받으면서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을 중심으로 한 구 당권파 쪽과 후보연합 가능성을 열어 놨다는 것이다.
구당권파 쪽은 후보 등록 막판까지 광주전남연합 출신인 오병윤 의원의 출마여부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당권파와 강병기 전 부지사 사이에 이석기. 김재연 의원 문제 처리에 대한 의견접근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읽힌다.
![]() |
구당권파 내에선 자파 후보의 당대표 출마가 자칫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울산연합을 중심으로 한 강병기 전 부지사와 연대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강병기 전 부지사와의 연대가 성사될 조건은 구당권파의 당내 주요 의결기구 장악과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 조치 중단이나 제명 이후 주요 주요 의결기구를 통한 재심과 복권. 명예회복 조치 등이다. 이런 조건을 강병기 전 부지사가 받아들여야 선거연합이 가능하다.
구당권파는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이석기. 김재연 의원 사퇴 문제를 노동계와 진보운동 진영의 범 자주파 계열 인사들을 접촉하며 당직 선거와 출구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눠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의 사퇴 문제가 장기화 되면서 구당권파 관련 자금출처와 당의 핵심 요직까지 흔들리는 상황이 현실화 되자 실세인 이석기 의원의 사퇴를 중심에 둔 출구전략을 고심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현 시점에서 두 의원의 사퇴를 빼고선 사태가 진정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따라서 구당권파는 혁신비대위와는 거리를 두었던 부산. 울산. 경남 자주파 그룹에 당대표 직을 넘기고, 당직 선거에서 주요 의사 결정 기구를 장악해 두 의원에 대한 정치적 복권을 중심으로 ‘반 혁신비대위 선거연합’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최선의 방향일 수 있다.
일단 강병기 전 부지사는 구 당권파와의 선거 연합을 강하게 부정했다. 강 전 부지사는 15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후보 출마를 선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 당권파인 오병윤 의원과 사전 단일화 협상 여부를 두고 “전혀 그렇지 않다. 구당권파 신당권권파 어디에도 얽매일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구당권파와 사전교감설을 부정하면서도 혁신비대위가 혁신을 제대로 못하고 또 다른 대결구도를 만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구당권파에 대한 비판도 함께 하기는 했지만 혁신비대위에 대한 비판의 무게감만큼 크지는 않았다.
![]() |
▲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
강병기, 혁신비대위에 전면전 선언한 꼴
15일 오후 신당권파 연합 후보단일화 논의
특히 혁신비대위와 민주노총이 당 쇄신의 첫 단추로 강조한 이석기. 김재연 의원 사퇴거부시 제명 추진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를 선언한 것은 사실상 혁신비대위에 대한 전면전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혁신비대위가 수차례 자진 사퇴를 설득했지만 두 의원이 이를 거부해 당기위를 통한 제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 전 부지사가 내 놓은 해결방안은 ‘자진사퇴를 계속 설득하면 사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 정도였다.
강병기 전 부지사는 또 중앙위 결정 사항으로 탄생한 혁신비대위를 존중한다면서도 조준호 전 대표의 부정선거 진상보고서를 두고는 “특위를 재구성해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위 결과를 놓고 판단해야한다”며 구당권파와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혁신비대위 쪽 한 의원 보좌관은 “구당권파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병기 전 부지사가 출마 기자회견을 한 것은 구당권파와 조율이 끝났다고 봐야한다”며 “이미 강병기 전 부지사 캠프에 구당권파 인물이 함께 하고 있다.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출마 할 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구당권파 쪽도 강병기 전 부지사와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구당권파인 김미희 의원은 “당원비대위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강병기 전 부지사와 선을 그으면서도 후보연대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는 후보 등록 시한까지 강병기 전 부지사 쪽과 연대의 조건을 협상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반면 혁신비대위 쪽은 15일 오후 유력하게 당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들과 노동계, 참여계 인사들이 모여 비당권파연합 단일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혁신비대위의 한 인사는 “그 동안 혁신비대위 쪽 후보단일화 논의가 너무 늦었다. 오늘 노회찬, 심상정, 강기갑을 놓고 혁신비대위 참가 세력들이 모여 밤샘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강병기 전 부지사의 출마 기자회견문이 사실상 혁신비대위를 부정한 것이라 빨리 혁신파 당대표 후보를 1명으로 압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구당권파 사실상 승리 가능성 커
하지만 강병기 전 부지사가 당권파와 연합을 하던 연합을 하지 않던 이번 동시 당직선거의 사실상 승리자는 구당권파 세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당권파 연합 쪽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 돼도 최고위원회와 중앙위, 당대회 대의원의 다수파는 구 당권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비당권파 연합 쪽은 진보신당 탈당파인 심상정 의원과 범자주파 계열인 인천연합의 강기갑 대표가 당대표 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심상정 의원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는 공동대표였기 때문에 당대표 출마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또한 심상정 의원이 당대표 후보로 나설 경우 인천연합 소속 당원들의 표가 강병기 전 부지사에게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기갑 위원장이 당대표 후보가 되어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강기갑 의원이 후보가 된다 해도 비당권파 연합의 승리를 쉽게 장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비당권파 연합은 인천연합, 구민노당 비자주파 계열, 진보신당 탈당파, 참여계가 모여 있기 때문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어려워 최고위원회나 중앙위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참여계나 진보신당 탈당파, 구민노당의 비자주파 계열들이 적극적인 투표 조직화로 이어가기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협상파인 강 위원장이 비대위를 맡으면서 혁신의 속도 늦어졌다는 평가가 존재해 투표 자체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구당권파가 주요의결기구를 장악했을 때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
▲ 자료사진 |
민주노총, 두 의원 사퇴 반대한 강병기에 비판적
반면 강병기 전 부지사의 출마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민주노총이 강병기 전 부지사의 출마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구당권파가 강병기 전 부지사를 지지하는 울산연합에 김재연 의원이라도 살리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고 그런 식의 합의를 추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는 한마디로 민주노총의 쇄신 요구를 무시하는 행위다. 민주노총이 조건부 지지철회를 결정하며 요구한 쇄신의 기본은 두 의원의 의원직 사퇴다. 울산연합이 대중의 눈높이를 무시하는 행보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강병기 전 부지사처럼 이석기.김재연 의원 문제에 어정쩡한 태도를 가지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선 안 된다”며 “당이 시끄럽게 되니 정치적으로 합의를 하자는 것은 혁신을 바라는 사람들을 버리고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강병기 전 부지사는 울산연합의 지지를 받고 나왔는데, 4.11 총선에서 노동벨트 패배의 원인으로 울산연합의 오만과 패권이 많이 지목되고 있다. 강병기 전 부지사의 출마는 더더욱 정파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인식만 심어주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나 각 산별연맹 활동가들이 당원으로 가입한 조합원들을 적극적으로 표로 조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조건부 지지 철회를 결정한 상태에서 구당권파에 속하지 않은 활동가들이 선거에 적극 개입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구당권파 최고위와 중앙위 다수파 된 후 재심 추진 가능성 커”
한편 통합진보당 일각에선 구당권파 그룹이 당대표 후보에 힘을 쏟기 보다는 최고위원회와 중앙위원회에 다수를 당선시켜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재심과 명예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통합진보당의 경기도당의 한 인사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당기위에서 제명 시켜도 구당권파가 중앙위의 다수파가 되면 당규상 지난 중앙위 결정 사항을 뒤엎고, 징계 사유 자체를 없앨 수 있다. 그러면 상황은 끝난다”며 “현재 구당권파 쪽은 중앙위 선거에 표가 분산되지 않도록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비당권파 연합 쪽은 내부에서 중앙위원 후보나 시도당 위원장 후보 조정 등을 할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전했다.
통합진보당 중앙위원은 당대표 및 최고위원, 광역시·도당위원장, 소속 국회의원, 최고위원회가 추천하는 부문중앙위원과 이번 당지선거에서 중앙위원으로 당선된 자로 구성된다. 결국 다수 당원 조직이 가능하고 일사 분란한 후보조정이 가능한 단일 정파가 최고위원회와 광역시도당 위원장 뿐 아니라 중앙위의 다수파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
이렇게 구당권파가 중앙위 과반을 장악할 경우 확정된 징계 결정에 대한 재심청구 가능성이 열린다. 통합진보당 당규상 재심청구 요건에는 “징계결정의 원인된 사실이 당대회 또는 중앙위원회의 의결에 의해 소멸된 때”라는 조항이 있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결정한 1심 당기위는 “전국운영위와 중앙위원회의 결정사항인 순위 경쟁 명부 비례대표 전원사퇴를 거부함으로서 ‘당헌 당규를 준수하고 당론과 당명에 따를 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중앙위의 전원 사퇴 권고 자체를 새로 구성된 중앙위에서 뒤집을 경우 재심청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재심의 관할은 징계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린 중앙당기위원회가 하게 돼 있다. 또한 중앙당기위원장과 위원은 당대표가 최고위원회에서 협의하여 추천하고, 중앙위원회에서 인준한다.
결국 구당권파가 최고위원회와 중앙위 다수파가 될 경우 당규에 따라 재심을 청구할 길이 열리고, 구당권파 인사 중심의 새로구성된 중앙당기위가 징계 양정을 되돌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