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애초에 쇠고기 분야는 한미FTA 협상과 무관하며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11일 토머스 도너휴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쇠고기 분야는 별도의 테이블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이미 협상이 3/4 정도 진행되었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파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현재 30개월령 미만으로 수입이 제한되어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덕분에 한미FTA 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일단 결렬된 상태로 정부가 애초에 목표했던 협상시한을 넘겼다. 이런 가운데 11일 한미 양국 대표는 한국 협상 팀을 워싱턴으로 보내 빠른 시일 안에 한미FTA를 타결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12일 오전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우병 위험 특정위험 물질을 포함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국민의 건강권을 결정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당장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미FTA가 어제 타결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나 반드시 조만간 타결 짓겠다는 양국 정상의 이야기가 나온 만큼 타결이 눈앞에 와있다”며 “타결이라는 말을 쓰기도 민망할 정도로 일방적인 양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자동차를 내주는 대신 쇠고기를 지키는 것처럼 말했지만 미 상공회의소 대표의 말을 통해 이것이 거짓말이란 사실이 드러났다”며 “밀실 협상을 중단하고 협상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도 정부의 ‘거짓말’을 비난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하면서 국민들의 반발이 무서워서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민동석을 외교부 차관으로 임명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수입 조건을 완화할 때가 아니라 강화할 때”라며 “수입조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는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이명박 정권이 그 더러운 입으로 다시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와 국민의 건강권 송두리째 내주겠다고 하는 건 이 나라 대통령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며 “한미FTA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한국의 노동자 민중과 미국 노동자 민중들이 다 같이 동의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한미FTA 협정문에는 미미하기 짝이 없는 미국 시장의 관세를 제거하는 대가로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의 포괄적 서비스 개방 △개방 폭의 역진방지조항 △투자자-정부 제소 조항 △과도한 지적재산권 보호조항 등 국가 공공정책 기반을 파괴하고 국내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며 농업을 파괴시키는 위험천만한 독소조항들이 가득 차 있다”며 “한미FTA는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12일 ‘서두원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쇠고기 협상 문제로 한미FTA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신중한 협상을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이번에 합의가 안 된 것은 오히려 잘 된 일”이라며 “부분적인 변경을 뛰어넘어 본질적인 변경이 이뤄진다면 국회가 적극적으로 (협상 내용에 관한) 보고를 받고 하나하나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