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고용노동부와의 협상에서 ‘현 정권 임기 내에서는 노조법 재개정 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올 초, 이용득 위원장의 당선 직후부터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이명박 정권과의 전면 투쟁를 통한 ‘노조법 재개정 투쟁’에 올인 하겠다는 방침을 선포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노총은 야4당과 민주노총과의 공조를 통해 노조법 재개정의 전면에 나서왔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불안불안하게 지켜온 ‘대정부 투쟁’은 불과 7개월 여만에 정부와 여권에 KO패 당한 모양새다.
실제로 한국노총은 그동안 노조법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여러 스캔들에 휘말려왔다. 지난 6월,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복수노조를 일부 허용하는 노조법 재개정안을 정부에 타진한 바 있다. 당시 여론은 한국노총과의 공조가 한나라당의 내년 총,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나라당이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 복원으로 중도개혁성향의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부정했으나, 이들은 이미 한나라당 노동현안 태스크포그(TF)팀과 간담회를 가지는 등 노조법 재개정 논의를 진행 중이었다.
한나라당의 정책연대 복원 노력이 한국노총 ‘흔들기’ 였다면, 정부와 경영계의 ‘돈줄 끊기’는 ‘투쟁 포기각서’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한국노총은 노동부, 경총 등과의 노사정 회의를 통해 작년 5월부터 2년간 전임자 임금 120억을 노사발전재단에서 지급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어 한국노총은 ‘노조법 전면 재개정 투쟁’ 방침을 중단하고 지난 17일부터 고용노동부와의 협상에 돌입했다.
결국 한국노총은 지난 8일, 고용노동부의 요구에 의해 ‘2013년 2월 25일까지 노조법 재개정 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파견전임자 임금 문제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는 합의의 조건으로 현재 80여 명에 이르는 한국노총의 파견 전임자의 임금을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때문에 한국노총 내부에서조차 정권과의 ‘야합’이라는 비난과, 결국 돈 때문에 노동기본권을 포기했다는 쓴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산업노조)은 9일, 성명서를 통해 “명분과 밥그릇을 맞바꾼 이번 야합을 지켜보며, 한국노총의 비굴한 처신에 대해 개탄과 분노를 느낀다”고 비난했다.
사실상 한국노총이 지난달 10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노조법 전면 재개정 투쟁을 내년 대선까지 미루는 방안을 결정하면서부터 현장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왔다. 고용노동부와의 협상 초기,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이용득 위원장이 당선 직후부터 총력 투쟁을 선포했던 노조법 전면 투쟁을 내용을 번복했다는 비판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금융산업노조는 “장석춘 집행부를 부정하며 출범한 이용득 집행부가 도로 장석춘 집행부로 회귀한 이번 합의를 금융노조는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한국노총의 이번 결정은 노조법 전면 재개정 투쟁을 밥그릇 싸움으로 스스로 비하시킨 자살골이자, 소탐대실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