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자본, 죽은 노사정위 구하기
가뜩이나 노동자들의 불신을 받고 있는 노사정위원회가 최근 주5일근무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에서 노동법을 개악하는 쪽으로 논의를 몰아감에 따라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해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재계와 정부는 현장 노동자들의 뜻은 외면한 채 '노사정위를 유지·보완하자'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시각차는 지난 1월25일 열린 '노사정협의모델 발전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노동연구원, 노사관계학회, 노동법학회, 노동경제학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재계와 노사정위쪽 참가자들은 애써 노사정위의 긍정적 측면만 들춰내며 민주노총의 참가를 종용했다.
최장집 교수(고려대)와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허영구 위원장직무대행은 "노사정위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아닌 대통령 자문기구에 불과하고, 노동배제(민주노총 탄압)와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고용) 유연화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노사정위를 해체하고 노사정 3자 협약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천복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사정 주체들간 신뢰가 부족하고 동의의 물적 토대도 취약해 노사정 협력체제가 매우 불안정해 한국노총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으로 노사정위에 참여하고 있다"며 "정부는 적극적 조정자의 역할을, 공익은 전문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반면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노사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은 이상적 협의모델이 없어서가 아니라 노사간의 선진화된 의식과 관행이 없기 때문"이라며 "노사정위 역할을 협의기구로 한정하고, 다루는 내용 역시 구체적 시행은 정부에 맡기고 중장기적 의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밝혀 노사정위 틀을 유지·보완하자는 주장을 폈다. 심갑보 삼익LMS(주) 대표이사부회장은 "노사정위가 사회통합적 구조조정과 기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며 "사회적 합의가 지향하는 목표가 대원칙으로 제시돼야 하며, 지금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기업경쟁력 향상을 통한 국가경쟁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대원칙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영수 노사정위 상임위원 역시 자체평가에 따른 노사정위의 성과를 나열했다.
한편 김대환 인하대 교수는 사회적 협의의 한국적 모델과 관련해 "지역·업종·산업별 협의를 활성화하고, 노사정 공동사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진행된 객석토론에서 신인령 노동법학회장은 "실업자 노조가입은 법적으로 이미 가능한데도 노사정위 합의대상으로 상정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원칙이 있는 것은 그대로 시행하고, 타협대상이 되는 것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위섭 노사관계학회장은 "노동위원회 경험에 비춰볼 때 공익이 비교적 중립적"이라며 "지나치게 합의에 기대지 말고 중립적인 공익이 양쪽 의견을 들어 판단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장호 노동경제학회장은 즉석에서 "논의를 여기서 끝내지 말고 한국적 협의모델을 도출·정착시키기 위한 비공식이고 한시적 기구를 구성·운영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계속된 토론에서 안영수 상임위원은 "허직대의 노사정위 해체 주장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겠다"며 "충고를 받아들여 노사정위에 참가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 직대는 "노사정위 해체는 민주노총의 조직적 방침인데,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 뒤 "민주노총은 1월30일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 해체에 따른 노정·노사정 교섭과 관련해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 조직내 논의를 거쳐 방침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