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환경․시민단체는 23일 주한 미대사관 옆 광화문 KT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는 환경사고가 아니라 고의로 일으킨 환경범죄”라며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 한미SOFA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하우스, “고엽제 후유증 33년 동안 앓고 있다”
1978년 당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 매립을 이행했던 당사자이자 매립 사실을 최초로 증언했던 미 퇴역군인 스티븐 하우스는 23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매립한 고엽제가 600여 개”이며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전에서 사용된 고엽제도 포함돼 있었다”고 재확인 했다.
스티븐 하우스는 앞서 지난 16일 미국 지역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하던 당시 상부의 지시에 따라 겉면에 고엽제라는 표기가 있는 55갤런(약 208리터)짜리 드럼통들을 땅에 묻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스티븐 하우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고엽제의 출처와 관련해 “300여 개는 캠프 캐럴 안에 있던 것이고, 나머지 300여 개는 한국 내 다른 곳에 있던 것을 들여온 것”이며 “다른 증언인인 로버트 트래비스에 따르면 고엽제 통을 묻기로 한 날 구덩이 근처에 고엽제를 실은 트럭이 왔을 때 드럼통의 일련번호에 베트남이라는 글씨가 써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매립 당시 구덩이에 비닐을 깐다던가 하는 보강 조치가 있었느냐 하는 질문에는 “보강조치 없이 그냥 땅에 묻었다”고 답했으며 매립을 지시한 이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선 이름을 밝히기 힘들다. 이와 관련한 관계자들의 이름은 변호사에게 전했다”며 “나는 당시 802 공병대 지휘체계에 의해 지시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하우스는 또 78년 이전에 추가 매립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그 근거에 대해서는 “이후에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말을 줄였다. 그는 정확한 매립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미군 당국이나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고 건강이 허락된다면 한국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건강상태와 관련해 “미국으로 돌아가 몇 달 뒤 발에 발진이 나기 시작하고 체중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으며 33년이 지난 현재까지 “고엽제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되는 여러 가지 질환들과 제2 유형 당뇨병을 앓고 있고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SOFA 개정 않으면 미군 이번에도 책임회피 할 수 있다”
고엽제 불법매립 사건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공동조사를 합의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녹색연합 등 환경시민단체들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군의 고엽제 불법매립을 ‘사고’가 아닌 고의적 ‘범죄’로 규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SOFA 개정을 촉구했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실장은 고엽제 같은 맹독성 물질을 이처럼 대규모로 매립하고 수십 년간 은폐해 온 데 대해 분노를 표했다. 그는 “고엽제는 맹독성 다이옥신을 발생시키고 인체에 들어오면 반감기가 10년이 넘는 다이옥신을 지속적으로 섭취했을 경우 암 발생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며 “또 다이옥신은 물에 잘 씻겨내려 가지 않아 30년이 지난 지금도 지표층에 고농도로 잔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장경욱 민변 변호사는 “이번 일은 환경사고가 아니라 공여토지에서 미군이 야기한 환경 범죄 사항인 만큼 미군의 협의 하에 공동조사를 할 게 아니라 한국 정부는 경찰력을 행사하고 미군은 동의의 의무가 있다”며 “정부는 공소시효 여부를 떠나 수사권을 발동해 신속한 조사를 통해 미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수평적 관계”라고 지적했다.
SOFA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장 변호사는 “고엽제를 기지 내에 불법 매립할 수 있었던 것은 기지 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관리감독권한이 SOFA에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이며 또 “‘환경보호에 대한 특별 양해각서’에서 환경문제가 발생했을 때 미군이 원인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오염자부담원칙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도 미군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환경보호에 대한 특별 양해 각서’에는 “주한미군은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KISE:a known, immine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반환 기지가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오염 치유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때문에 장 변호사는 “이번에도 적당히 여론을 무마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 우려된다”며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SOFA를 고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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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고엽제에 서서히 피해를 입는 모습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로 보여주고 있다. |
녹색연합이 이날 공개한 ‘주한미군기지 환경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1년 이후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사례는 드러난 것만 모두 47건이며 이중 기름유출이 29건, 불법매립이 5건, 무단방류가 7건, 불법매립 5건, 토양오염 3건, 기타(석면, 유실, 야생동물 폐사)가 3건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SOFA개정 이외에도 △주한미군이 한국 환경당국(수사당국)의 기지 내 일체 조사활동과 수사활동을 수인하고 협조할 것 △고엽제 불법매립이 입증될 경우 미국정부는 한국 국민에게 공식 사과할 것 △미국정부가 해당지역의 환경정화비용과 피해보상 비용을 부담할 것 △모든 미군기지 내 불법매립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한국정부와 공동 실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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