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공직선거법 제82조6에 의하면, 선거시기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인터넷 언론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정보인권 단체로서 진보넷은 선거시기에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거부한 인터넷언론의 기사들을 미러링하고 그에 대한 덧글란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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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끙] 쉽게(?) 버는 돈..?

언제가 들었던 한 청량리 언니 얘기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언니는 10대 후반에 안마방에 들어갔는데 그때만 해도 딱 필요한 만큼의 돈만 모으고 나와야지, 생각했단다. 몇 달 후에 언니는 그 돈을 다 모았고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업주가 한 말. “너는 돈 맛을 봤기 때문에 여기 다시 돌아오게 될 거다. 내가 그런 애들 한 둘 본 게 아니다.” 언니는 그때만 해도 “내가 여길 왜 다시 오냐, 흥” 하고 콧방귀를 뀌고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언니는 몇 년 후,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고 그때 그 말을 했던 업주와 마주쳤을 때 창피함에 순간적으로 몸을 피했다고 했다. 그런데 언니는 어떤 이유 때문에 다시 그 곳에 돌아가게 된 걸까. 정말 업주 말대로 ‘돈 맛’을 봤기 때문일까.

사진설명[사진출처] megavj.tistory.com

‘쉽게’ 버는 돈

그렇다. 사실 성매매로 버는 돈이 시간 대비 액수가 큰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조건만남도 그렇고, 업소도 그렇고 한 방(?)에 10만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쥘 수 있지 않는가. 시급 5000원으로 계산하면 20시간 노동에 상응하는 돈이다. 그래서인지 성판매 여성에 대한 비난 중에는 ‘쉽게 돈 벌려고 하는 정신 빠진 여자’라는 비난이 가장 크다. (이 돈이 결코 ‘쉽게’ 벌리는 돈이 아니라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그렇게 번 돈이 언니들에게 머무르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대로 그 돈이 언니를 통과해서 소비되거나, 착취적인 성산업 구조 속에서 악질적인 업주나 채권자들에게 그대로 유입되는 양상이다.

착취적인 성산업 구조는 워낙 많은 책들에서 얘기되었으니, 오늘은 언니들의 소비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언니들 얘기를 들을 때 가끔 화가 날 때가 있다. 이 언니들의 씀씀이가 과한 것 같을 때이다. ‘왜 꼭 택시를 타는 걸까’ ‘왜 매일 미장원에 가서 세팅을 하는 걸까’ 대체 왜!! 왜!! 왜!! ‘그 돈들 모으면 몇 백은 금방 모을 텐데, 왜 저러고 사는 걸까’하고 말이다. ‘사치하려고 몸 파는 여자’라는 세상의 비난에 대해서 화가 나는 한편, 어떤 언니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 비난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 언니들한테도 신경질이 나는 것이다. 한 이루머의 경험- 예전에 내담자 여성이 ‘피해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경찰조사 자리에 너무 화려하게 입고 명품백을 척- 들고 와서 ‘이걸 어쩌나’하고 속으로 끙~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 이런 얘길 들으면 언니들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한편 이해가 가는 구석도 있다. 안 그래도 경찰한테 무시당할 게 뻔 한 경찰조사 자리이니 언니 딴에는 제일 화려하게 입고, 갖고 있는 것 중에 젤 좋은 것 들고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리고 언니가 만지게 되는 큰돈을 생각하면 그만큼 소비도 커질 수밖에 없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쉽게’ 쓰는 돈

스케일은 쪼오끔 다르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나도 한 때 대학 졸업 직후에 ‘큰 돈’을 벌었던 적이 있다. 무려 200만원 정도의 월급! 이게 뭐가 많으냐고 할 수도 있지만, 30만 원 짜리 과외 2개로 매달 연명하던 내게 2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은 어마무지하게 큰돈이었다. 그리고 종종 실적에 따라 100만원 가까운 보너스가 턱턱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절, 나는 늘 신용카드빚에 허덕였다. 월급이야 그렇다 치고 100만원의 보너스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렇다고 딱히 그때 장만한 비싼 기계나 옷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슬금슬금 5만원씩, 7만원씩 아무렇지 않게 긁은 돈들이 물 흐르듯 흘러나갔다. 그리고 1년 반 만에 망가진 몸으로 회사생활을 때려 쳤을 때, 내 수중엔 목돈이 남아있지 않았다.

임용고시 커트라인이 높아진 이후에 교사가 된 우등생 출신의 신입교사들이 날라리 학생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 또한 만약 그때 그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상담하며 만나는 이 언니들을 나도 모르게 비난했을 것 같다. 나는 원래 꼬박꼬박 용돈 벌어, 꼬장꼬장하게 아껴 쓰는 타입이었다. 내가 만약 그 상태 그대로 이룸에 들어왔다면 ‘진짜 이 언니들 대체 왜 이러나~ 돈 좀 아껴 쓰고 그 돈 모으면 얼마나 좋나. 휴~’ 이런 생각이 쉬이 마음을 비집고 올라왔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은 내가 회사 생활하는 내내 우리 엄마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 아닌가!! 하지만 그때는 이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계속 그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을 위해 이 정도는 내게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쇼핑몰에서 5만 원 짜리 티셔츠를 두 세 개씩 주문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 옷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택배를 받는 찰나의 만족을 위해서.

내가 그랬듯 많은 언니들도 그럴 것 같다. 여성들을 계속 이 생활에 묶어두는 건, 성산업의 착취적인 구조와 자원의 빈곤으로 인한 것도 크지만 이런 식으로 ‘쉽게’ 큰돈을 만져보고, 그 큰돈의 일부를 펑펑 써본 경험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오히려 ‘쉽게’ 큰 액수의 돈을 만지게 해줌으로서 더욱 이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이 구조도 성매매를 존속시키는 한 축인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자율과 일수 계산법, 채권 등으로 빚을 지게 해서 꼼짝 못하게 하는 거대한 한 축의 구조와 함께.

사진설명[사진출처]su1624.tistory.com

청량리의 그 언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콧방귀를 뀌었던 성산업 현장으로 돌아가게 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십대 때 맛보아버린 짜릿한 돈의 맛. 상상할 수 없던 큰 액수의 돈이 나를 스쳐지나갔고, 그에 맞춰 부풀려진 소비의 욕망은 어느 순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소비 욕망 이외의 욕망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이 사회에서, ‘다른 삶’을 택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지 않았을까. 다시 돌아온 그 곳에서 그 업주를 마주쳤을 때 언니 심장이 얼마나 철렁 내려앉았을 지 짐작해보듯, 미처 듣지 못한 언니의 사연 또한 그저 짐작해볼 뿐이다.

위의 얘기를 하고나니, 마치 이 성판매 여성들이 쉽게 돈을 벌고, 사치한다는 사회의 편견에 부합하는 얘기를 한 것만 같아 마음이 쫄린다. 하지만 이 여성들이 과연 실제로 쉽게 돈을 번다고만 말할 수가 있을까. 성판매 여성에 대해 ‘쉽게 돈 벌려고 하는 정신 빠진 여자’라는 비난을 접할 때마다 발끈하는 마음이 든다. 조건만남으로 일을 하는 경우, 돈을 떼먹히는 것은 일쑤이고, 무력으로 인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이 위험부담을 생각하면 이건 결코 ‘쉽게 버는 돈’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한편 업소에서 일했던 언니들의 경우, 일을 그만둔 지 몇 년이 되어도 연대보증이며 각종 기억나지도 않는 채권을 들이대는 독촉과 협박에 시달린다. 업주나 일수꾼들의 계산법을 보면 기가 찬다. 말도 안 되는 이자율하며, 지각 등에 대한 벌금 등도 상식 밖의 계산법이다. 그야말로 날도둑들이다. 이 성산업 구조에서 대체 누가 쉽게 돈을 버는 건가 생각해보라고 성판매 여성을 쉽게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덧붙이는 말

송이송 님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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