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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 제62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지난 10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는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인권위 11층 배움터에서 농성을 벌이던 중증장애인들이 소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날 장애인단체와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한목소리로 ‘인권위의 죽음’을 외치며 이를 애도하는 국화를 던졌다. 반면 현 위원장 같은 날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식에서 수상자에게 상을 수여했다. 그러나 이날 대다수의 수상자가 현 위원장과 인권위를 비판하며 수상을 거부했으며, 특히 인권위 위원장 민간부문(단체) 표창을 받을 예정이었던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시상식 현장에서 손펼침막을 들고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반면 현 위원장은 취임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온 사퇴요구와 독립성 훼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일부 단체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에 현 위원장이 내정되었을 때부터 ‘인권위 사망’을 이야기하는 지금 시점까지 현 위원장이 한 발언들을 한데 모았다.
▷ “차라리 모르는 게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2009. 7. 16. 위원장 내정소식에)
지난해 7월 16일 이명박 대통령은 현병철 한양사이버대학장을 새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이날 오후 한양사이버대 학장실에서 진행된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현병철 내정자는 내정 소식을 듣고 “멍했다”라면서 “보수든 진보든 시민단체에 관여한 적이 없고, 학문단체에만 있었기에 차라리 모르는 게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라고 내정 이유를 나름 풀이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현 내정자는 “인권위 또는 인권 현장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나는 학문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인권을 다뤄왔다”, “법학을 30년 동안 공부하면서, 인권을 도외시하고 공부할 수는 없었다”, “인권위원장은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 하는가?”라면서 자신이 인권위원장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인권위는 당연히 정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2009. 7. 20. 위원장 취임 직후 공개질의서 답변)
‘무자격’ 논란에 휩싸인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단체와 장애인단체의 반대 속에 2009년 7월 20일 취임한다. 이날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은 자격 검증을 위한 공개질의서를 현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서 현 위원장은 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해 “인권위는 당연히 정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라면서 “정부가 위원회 조직의 21%를 축소한 것은 인사·재정에서 독립해야 하는 인권위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현 위원장은 “촛불집회에 대한 (인권위의) ‘과잉진압’ 결정이나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 등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앞으로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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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병철 위원장의 취임식이 열리던 2009년 7월 20일 인권위 앞. 경찰이 인권단체와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의 출입을 막아 물의를 일으켰다. |
▷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소신” (2009. 8. 10. 조선일보 인터뷰)
하지만 이 답변서에서 현 위원장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한 부분 등을 문제 삼으며 보수단체까지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자, 현 위원장은 2009년 8월 1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밝힌다.
현 위원장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인권위 전체 입장을 한순간에 뒤집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앞으로 인권위 안팎에 내 소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해 옳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공식 의견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현 위원장은 “어떤 충돌현장에서건 공권력이 정당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까지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 “사회 구성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법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인권위가 억눌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명동성당 같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 (2009. 8. 10. 서울신문 인터뷰)
같은 날 현 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무자격자 논란에 대해 “법학을 30년 이상 공부해 보니 법이 추구하는 것은 인권과 정의다. 위원장은 실무보다 가치 판단을 하는 자리인 만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재차 논란을 일축했다.
또한 현 위원장은 “인권위가 억눌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명당성당 같은 곳이 되면 좋겠다”라면서 “이념이 아닌 진정 인권위가 가야 할 길을 찾으려 했던 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 “인권위 조직 축소 이유 있고, 행정부 소속” (2009. 9. 18. 국회 운영위 답변)
2009년 9월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현 위원장은 인권위 조직 축소 조치에 대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해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현 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인권위의 조직 축소가 정부의 일방적 조치였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장제원(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당시 인권위는 조직을 21% 줄이는 행정안전부의 직제개정안에 반발, 헌법재판소에 권한 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황이었다.
또한 현 위원장은 ‘(인권위는)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인가, 독립기구이기는 하나 행정부에 속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법적으로는 후자”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깊이 생각을 못했다”라고 답했다.
이날 현 위원장의 발언은 최경숙·유남영·문경란 등 3명의 상임위원이 ‘위원회의 기존 입장과 어긋난다’라고 반발, 공식 해명을 요구하는 의결안을 10월 12일 전원위원회에 올리는 등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안팎에서 거론됐다.
이에 대해 현 위원장은 2009년 11월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독립기구이지만 그때 제가 발언한 것은 독립기구를 전제로 하고 그 밖의 조직·인사·관리는 행정부 규제를 받고 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 “독재라도 할 수 없다” (2009. 12. 28. 용산 참사 관련 전원위원회)
2009년 12월 28일 오후 용산 참사와 관련한 의견을 법원에 표명할 것인지를 논의한 제24차 전원위원회에서 현 위원장은 참석 위원 10명 가운데 7명이 이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으나, 현 위원장은 ‘다음에 논의하자’라며 폐회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이 “왜 위원장 마음대로 독단하려고 합니까?”라고 말하자 현 위원장은 “독재라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회의장을 나갔다.
이날 현 위원장은 인권위원들이 사과를 요구하자, 약 두 시간 뒤 회의장에 돌아와 사과했다. 현 위원장은 이 발언에 대해 지난 11월 16일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에서 “우발적인 발언”이며 발언 그 자체에 대해서 ‘유감’임을 밝혔다.
▷ “한국의 인권등급을 내리면, 어떤 나라가 A등급을 받을 수 있겠느냐?” (2010. 1. 26. 연합뉴스 인터뷰)
올해 1월 26일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 연례회의 참석차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한 현 위원장은 연합뉴스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국제인권단체가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을 현재의 A등급에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데 대해 “한국의 인권등급을 내리면, 어떤 나라가 A등급을 받을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또한 현 위원장은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북한에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을 하면서도 인권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야간집회‧시위 금지 문제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심의 중에 있는 사안에 대해 견해를 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 “깜둥이도 같이 산다” (2010. 7. 사법연수생과의 간담회)
올해 7월 현 위원장은 사법연수생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사회도 이제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 깜둥이도 같이 산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인권위 수장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현 위원장은 지난 9월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런 발언을 했다면 ”다문화 사회에서 인권침해 사례로 내가 들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 사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해명하고 유감을 표했다.
▷ “인권위 업무를 수행하는데 한 점 소홀함도 없었다” (2010. 11. 1.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 사퇴 후 열린 전원위원회)
올해 10월 25일 전원위원회에 상임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상정됐다. 운영규칙 개정안은 상임위원 3명이 특정 안건에 합의해도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원위에 상정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상임위 의결로만 가능했던 긴급 인권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도 전원위를 거치도록 해 상임위의 권한을 축소하고, 상임위가 현 위원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상임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11월 1일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이 현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동반사퇴했다. 상임위원 3명 중 2명이, 그것도 조직의 장을 비판하며 임기 중 사퇴한 것은 인권위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두 상임위원의 사퇴 후 처음 열린 11월 8일 전원위원회에서 현 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갑작스럽게 두 상임위원이 나가고 보니 위원회를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가부를 떠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렇게 파장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 위원장은 “인권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어떤 사람이나 기관으로부터 한 번의 부탁도 받은 적도 없고 비슷한 이야기도 들은 바 없다”라면서 “항상 판단을 내릴 때 그것이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인가, 행여라도 내 자신이 어느 쪽으로 편향되지 않았나, 자문을 하며 한 점 소홀함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향숙 상임위원이 수차례 발언권을 요청한 뒤 “위원장의 어떤 책임 있는 말도 들을 수도 찾을 수도 없었다”라면서 “두 상임위원의 사퇴의 핵심은 인권위의 독립성과 합의제 운영을 위원장 입맛에 맞게 독단으로 결정한 것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주영 비상임위원도 “상임위의 권한을 축소하자는 위원장의 독단적인 결정이 누적돼 좌절한 끝에 두 위원이 사퇴한 것”이라며 “정권에 부담되는 인권현황에 대해서 발언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는 인권위 설립취지에 위배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장 상임위원과 장 비상임위원은 발언을 마치고 동반 퇴장했으며 이를 지켜본 현 위원장은 별다른 언급 없이 회의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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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현병철 위원장. 현 위원장은 이날 "나를 비판하는 사람 이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라면서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
▷ “나를 비판하는 사람 이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2010. 11. 9.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들의 물음에)
상임위원 동반사퇴 등으로 인권위 운영의 문제점이 도마에 오른 2010년 11월 9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 위원장은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의원(민주당)이 “인권위는 유엔과 다른 국가의 정부가 높이 평가해 수출까지 될 정도의 권위를 지닌 기관이었는데 현 위원장 취임 이후 무너졌다”라며 사퇴를 촉구하자, 현 위원장은 “나를 비판하는 사람 이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라면서 “내가 그렇게 느꼈다”라고 답했다.
또한 김유정 의원(민주당)이 “부끄럽지 않으냐?”라고 묻자, 현 위원장은 “떳떳하다. 개인 메일을 보내 격려하는 국민들도 있고 국제사회에서 한국 인권에 대한 평가도 높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안드로메다에서 왔느냐. 당장 자진 사퇴하라”라고 맞서기도 했다.
▷ “인권위의 독립성이 외부의 일방적 비난으로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0. 11. 16. 사퇴 요구가 거세지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글에서)
2009년 11월 15일 전문위원과 상임위원 등 61명이 동반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사퇴 요구가 거세지자, 현 위원장은 2009년 11월 16일에는 ‘최근 논란과 관련한 국가인권위원장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신에 대한 퇴진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이글에서 “인권위의 독립성이 외부의 일방적 비난으로 인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오로지 인권이라는 기준을 토대로 흔들림없이 업무를 추진하겠다”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 “정부 편이 아니고, 정부 편에 선 적도 없다” (2010. 12. 1. 곽정숙 의원과의 면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권리보장을 위한 공동투쟁단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와 올바른 장애인활동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며 인권위 11층 배움터에서 점거농성을 진행 중이던 12월 1일,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현병철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촉구했다.
곽 의원이 “인권위는 정부가 자행한 인권침해에 대해 말을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인권침해 문제는 법리적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고, 보편적인 인권의 잣대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하자, 현 위원장은 “(난) 정부 편이 아니고, 정부 편에 선 적도 없다. 모든 일을 신중한 법적 검토를 토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맞섰다.
▷ “일부 단체들의 일방적 비난… 본연의 소임 다할 것” (2010. 12. 10. 세계인권선언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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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인권선언 제62주년 기념식에서 수상단체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강재경 집행위원장이 사퇴 거부 의사와 함께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쳐 보이자, 현 위원장이 짐짓 웃음을 짓고 있다. |
2010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제62주년 기념식에서 인권위가 수여하는 대한민국 인권상에 대한 수상 거부와 사퇴 촉구가 이어지자, 인권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우리 위원회를 둘러싼 일부 단체들의 일방적인 비난, 단체 활동가 등의 우리 위원회 점거로 인한 정상적 업무 수행 곤란 등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보호와 증진이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날 보도자료는 현 위원장이 인권위 시상식에서 있었던 수상거부와 사퇴촉구 등에 ‘격분’,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기념식이 열리던 시각, 인권위 앞에서는 인권단체들이 ‘인권은 사라지고 인권위는 죽었다’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현 위원장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