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산에 따라 정부가 22일 백신접종이라는 ‘극약처방’ 결정을 내린 가운데 백신 접종에 대한 농민들의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남호경 대한한우협회 회장은 24일 ‘BBS 전경윤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백신 접종을 하면 구제역 청정화 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백신으로 구제역이 조기 종식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나타냈다.
명절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농가의 시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남 회장은 “전체 쇠고기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며 “(지금은) 도축장으로 나와야 되는 소가 못 나오니까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걸로 보이지만 명절을 앞두고 고기가 소진이 안 된다면 앞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설에 (자식들에게) 등록금도 주고 그러려면 송아지를 팔거나 고기소를 도축장에 내놓아야 하는데 현재 농가에서 이런 경제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다”며 백신 접종을 할 경우 “질병을 막기 위해서 농가가 경제활동을 적어도 짧게는 6개월, 더 길면 1년까지 못하게 돼 열악한 한우농가로 보면 이 파도를 넘어가기가 그렇게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정부가 백신 접종을 한 소를 유통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정부에서는) 과학적으로 인체에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꺼림칙해 한다”며 “쇠고기 소비가 둔화될 것이고 그 손해는 농가가 지게될 거”라고 예측했다. 때문에 그는 “백신을 한 농가에 대해서도 불이익이 안 되도록 차익 보상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백신이 농가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정부가 축산농장주들의 방역문제를 구제역 확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상당히 궁색어린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체 항만이나 공항에 구제역이 만연한 나라에 갔다 온 여행객들에게 전체 소독을 할 수 있는 체계라든가, 농장주나 관계자들이 소독에 관한 매뉴얼을 지키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받는 조항을 만들어놓으면 적어도 국내 유입되는 부분이 줄어들 텐데 그동안 그런 안전장치 마련에는 정부가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28일 경상북도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12월 21일 청정지역 강원도를 뚫고 24일 새벽 인천 강화군에서도 확인됐다. 이에 농림식품부는 22일, 25일부터 경북 안동 예천, 경기 파주, 고양, 연천 등 5곳에서 소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마친 뒤 구제역에 감염되지 않은 소를 골라,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 바이러스를 죽인 백신을 쓰기 때문에 접종한 소의 체내에 바이러스가 남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근거에서다. 반면 지난 4월 미야자키현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던 일본은 신속하게 백신을 접종해 1차 차단막을 설치한 뒤, 2단계 조처로 대상 지역 안의 소를 모두 매몰처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