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공직선거법 제82조6에 의하면, 선거시기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인터넷 언론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정보인권 단체로서 진보넷은 선거시기에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거부한 인터넷언론의 기사들을 미러링하고 그에 대한 덧글란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

이 게시판을 통해 전북 참소리, 미디어충청, 민중언론 참세상, 울산노동뉴스의 기사와 관련된 토론을 직접 하실 수 있습니다.

 

[인권오름] [인권문헌읽기] 무차차 (착취 받는 가사노동자의 목소리)

나는 나는 세탁기 ……

‘무차차’라는 시를 본 것은 유네스코에서 1995년 세계 관용의 해를 맞아 발간한 인권교육 지침서에서였다. 이 지침서는 <브라질여성>이란 인권소식지 1993년 겨울호에서 이 시를 발췌했다고 했다. 무차차는 ‘소녀’라는 뜻이지만 착취당한 경험에 대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어떤 연령의 여성이라도 상관없다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나는 인권교육 프로그램에서 자주 이 시를 사용했다. 이 시를 보여주면서 이 시의 반복어구인 ‘나는 나는’이란 화법으로 우리 사회의 착취와 차별을 고발하는 글을 쓰게 했다. 참여자들은 때론 아이의 눈으로, 지방대생의 눈으로, 또는 저임금 노동자의 눈으로 또 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나는 나는’의 입장에서 할 말을 가슴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리곤 했다.

“나는 나는”

‘그들/그녀들’로 지칭하는 것이 간접화법이라면, ‘나는/우리는’으로 말하는 것은 직접화법이다. 연대의 화법은 ‘그들은 이주노동자다’가 아니라 ‘우리가 이주노동자다’, ‘그들이 장애인이다’가 아니라 ‘우리가 장애인이다’, ‘그녀가 김진숙이다’가 아니라 ‘내가 김진숙이다, 우리 모두가 김진숙이다’란 직접화법을 쓰는 것이란 걸 배우기 위한 것이었다.

이 시에 등장하는 화자는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소녀이다. 가사노동자라…. 연속극에 등장하는 부잣집에 늘 딸려 나오는 배역으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은 드라마 속이 아니라 참 가까이에 많이 있었다.

소설과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에 나왔던 식모는 어린 시절 앞집 옆집에 다 있었다. 시골서 올라온 어린 소녀들을 거둬준다는 명목으로 데리고 있다 했지만, 그 소녀들은 쉴 틈 없이 몸을 놀려야 했다. 중학시절 부자 친구 집에는 명절 때만 시골의 자식들을 만나러 가는 입주 가정부가 있었다. 그 집에 놀러가면 가지런히 깍은 밤과 사과를 간식으로 내놓곤 했다. 말없이 간식거리를 올려놓고 사라지는 그 아줌마가 어두운 밤 공중전화를 붙들고 있는 걸 봤다. “잘 먹고 잘 지내지? 엄마는 너희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참고 기다려.” 조금 있으면 눈물비가 떨어질 것 같아 얼른 지나쳤다.

내 엄마가 처음 돈벌이를 나간 일도 가사 파출부였다. 엄마가 가는 날에는 모든 커튼과 이불 빨래를 다 꺼내놓는다고 했다. 잔치를 하는데 종일 일을 한 엄마에게는 먹어보란 소리 한번 안하고 정원의 눈을 치우게 했다는 얘기를 아주 나중에야 들었다. 요즘은 자연스런 영어 과외까지 일석이조이기에 특정 국적의 이주노동자 도우미를 선호한다는 기사를 어딘선가 본 것 같다. 가사분담을 놓고 다투기보다는 일정시간 고용 노동으로 처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맞벌이 부부들도 흔히 보게 됐다. 그렇게 식모, 파출부, 가사도우미, 가정관리사로 이름이 변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거쳐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필수적 단역을 스쳐보듯이 그 ‘일’에 대해 ‘일’로 생각을 안 해왔던 것 같다.

가사노동자 권리 협약 채택

2011년 6월 16일, 제네바에서 열린 제 100차 ILO 총회에서 ‘가사노동자권리협약’이 채택됐다. 그 뉴스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더 놀란 것은 한국의 근로기준법이 ‘가사사용인’에겐 적용 제외돼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이었다. 일하는 사람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고용·산재보험 등에서도 제외된다는 것이고 일을 하다 임금을 떼이고 모욕을 당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디에 호소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법조문을 읽으면서도 그 ‘제외’라는 단어에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었기에 그게 안 보였다. 그래서 무지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게 맞을 것 같다. 한국 정부가 협약에 대한 투표를 목전에 두고도 아무런 입장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나 협약을 비준할 가능성이 별로라는 것에 화가 나지만 내 무지에 더 화가 났다.

이번에 채택된 ILO가사노동협약은 가사도우미, 보모, 운전사 등 전 세계 1억 가사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그 권리를 보호할 것을 약속한 것이다. 뭐 대단한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너무 기초적인 걸 말하는 거다.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도 다른 부문에서 노동자를 고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급여는 얼마이며 노동시간은 얼마며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충 ‘식구처럼 지내요’로 얼버무리지 말란 얘기다. 또 매주 최소한 하루 이상의 휴일을 보장하는 한편, 노조 결성 등 기본권 보장과 산업재해 때 보상절차도 두도록 했다. 이 협약이 이행되려면 물론 각 국가에서 협약을 비준해야 하고 그 기준에 맞는 국내법을 만들고 실행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상상력과 헌신, 문제의 해결을 도울 수 있다

집안 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무수한 가짓수의 일, 노약자 돌보기, 아이돌보기와 산후관리 등 정말 중요한 일을 왜 ‘일’로 여기지 않느냐, 당연히 ‘일’로 여겨야 한다, 그리고 그 중요한 일을 남에게 돈을 주고 시킬 때는 고용주로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이 있다는 것이 이 신생 국제협약의 메시지다.

이 협약의 채택을 위해 싸워 온 아프리카 지역 활동가 비키 칸요카는 이렇게 말했다. “내 국가는 탄자니아이고 가난한 국가이지만 2004년 고용노동규제법에서 가사 노동자를 인정했다. 이 법은 최저임금과 결사의 자유와 단체협약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사회보장체계에 가사노동자를 포함하기 시작했다. 상상력과 헌신은 처음에는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들의 해결을 도울 수 있다.”

무차차
나는 나는 세탁기
내 몸 값이 세탁기 값보다 더 비싸지 않을 때까지는
주인님이 사지 않을.
주인마님의 시간을 덜어주고
거친 손을 막아주는
나는 나는 세탁기

나는 나는 진공청소기
주인마님이 필요로 하지 않는.
나는 차 청소기
세탁소
환자의 병실
시장 바구니

나는 주인마님의 해방자
바라는 모든 것들로 가득한
단추
나를 눌러만 주세요
나는 더 싸니까 […]


덧붙이는 말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입니다.

의견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