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낱낱을 들꽃의 낱낱을 모래의 낱낱을 그냥 두라, 살아 숨쉬게, 나도 숨쉬게, 아이들이 숨쉬게 (권현형)
내장을 다 드러내놓고, 심장도 도려내고 강이, 내 핏줄 속으로 흘러옵니다. 백 년도 넘게 아플 통증이 밀려옵니다. (김근)
강물에서 배우라 (박범신)
-286명의 선언참가자 한 줄 선언 중-
지난날 동안 문화예술인들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며 강을 노래했다. 한강과 섬진강, 남한강 등으로 흐르는 강줄기는 풍요의 젖줄이라 했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강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은 발전했다. 4대강 사업으로 풍요의 젖줄이 파헤쳐지자, 문화예술인들의 ‘예술’ 역시 파헤쳐졌다. 1882인의 문화예술인들이 ‘강은 강처럼 흐르게 하라’며 모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때 늦은 폭염으로 곳곳이 들끓었던 20일 오후, 봉은사에 모인 문화예술인들의 마음 역시 들끓었다. 종교계에 이어, 이들 역시 ‘시국선언’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문학, 무용, 만화, 건축, 미술, 서예, 연극, 영화, 음악, 전통, 출판 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생명의 강 살리기 문화예술인’으로 뭉쳐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문화와 예술이 무기이며, 표현의 수단인 이들이 ‘시국선언’을 감행하는 것은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 |
영화계를 대표해 나선 배우 권병길씨는 “현 정부 들어서 생존권을 주장했던 용산 주민들이 죽고 나더니,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벌이는 죽음의 사업을 모두가 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판화가 이철수씨는 “정부는 4대강을 살리자며 강을 파헤치는데, 결국 죽게 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은 주제넘게 강 걱정을 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강이다. 공해가 발생하면 하늘이 아닌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강이 망가져도 사람이 죽는다”고 말했다.
어린이 책 작가 김혜원씨 역시 “먼 백년, 천년, 아이들이 뛰노는 강을 생각한다면 어린이 책 작가들은 강을 지키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무지한 기교는 끔찍한 무기보다 위험하며, 4대강 사업의 살인의 기교라고 정의 내렸다. 가녀린 나비의 날갯짓이 반대편 세계에 태풍을 일으키는 바, 4대강 사업이라는 한바탕 태풍으로 한반도 남녘 생명들이 황량하게 휩쓸려나가는 사태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도 했다.
![]() |
문화예술인들이 원하는 것은 죽음의 현장을 생명이 약동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 파괴적인 개발에 맞서 뭇 생명이 공존하는 질서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강은 강처럼 흐르게 하는 것’이었다.
봉은사 곳곳에는 구불구불 흘러가는 4대강을 염원하며 예술 공간들이 차려졌다. 용산파견미술가모임은 ‘금모래빛’이라는 소원등을 달았고, 전국시사만화협회는 4대강 만평전을 열었다. '더나은세상을꿈꾸는어린이책작가모임'은 어린이를 위한 모기장 도서관을 설치하기도 했다.
7시부터 진행된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소리 영상제’에서는 춤과 노래, 영상, 낭독 등이 봉은사를 가득 채웠다. 각자의 예술 영역에서, 그들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목소리인 문화예술을 무기삼아 문화예술인들의 공동실천이 파괴와 개발에 맞서고 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