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 9일 5차 희망버스 행사가 끝난 뒤 부산역에서 정동영 의원은 한진 정투위, 가족대책위와 간담회를 가졌다. |
권고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직접 한진정리해고투쟁위원회에 권고안에 대한 의견을 미리 묻는 사전 조율은 없었다.
권고안은 정투위 조합원들에게 파장을 일으키고 희망버스 기간에도, 그 이후에도 권고안에 따른 개개인들의 생각과 의견이 분분하다.
정투위 회의와 9일 희망버스 행사가 끝난 뒤 이뤄진 정동영 의원과의 간담회, 10일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과의 간담회를 거치며 권고안에 따른 정투위의 입장은 어느정도 정리가 됐다.
권고안 내용은 '해고자 전원 1년 이내 재고용, 2000 만원 이내의 생계비 지급' 등이다.
이에 대해 한진 정투위는 세부적 안을 추가해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에게 협상을 맡기고,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8일 부산역에서 있었던 정투위와 정동영 의원과의 간담회에서는 정동영 의원이 여야 합의안을 만든 과정을 설명했다. 그 주된 핵심은 우선 "조남호 회장도 한발 물러섰고 정투위도 완전한 정리해고 철회는 아니지만 근속년수는 인정되는 재고용이니만큼 권고안을 수용해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와 앞으로 같이 싸워나가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정 의원은 "퇴직금 문제도 현실적으로 다시 책정해야 한다는 것을 조남호 회장에게 강력히 요청했다"고 했다.
금속노조 부양지부 관계자의 "1년 이내 재고용이 근속년수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재고용인가?"라는 질문에 정동영 의원은 "근속년수 보장 부분은 방망이를 치며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다만 조남호나 우리쪽이나 정리해고 철회라는 표현은 쓰지 않기로 했고, 재고용하더라도 근속년수 보장돼야 권고안이 의미 있다는 것에 대해 조남호 회장에게 알아들을만큼 이야기했다. 협상 과정에서 풀어갈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한진 정투위 조합원들은 안에 대한 질문보다 정투위와 사전조율 없이 권고안이 만들어진 점에 대해 매우 불만임을 표현하기도 했다.
A 조합원은 "정동영 의원이 그동안 애를 많이 쓴 건 알지만 정치권이 권고안 만들지 않아도 우리는 지금까지 싸워온 경험이 있고 우리가 안을 만들 수 있는데 왜 지금까지 우리가 싸워온 것을 우리와 상의도 없이 독단으로 의원들이 안을 만들어 혼란스럽게 하느냐. 우리가 이걸 위해 지금까지 싸운 건 아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정투위 소속 B씨는 "현실적 분위기가 안을 받으려니 자신들이 지금까지 요구했던 것에 못미치고, 안을 받지 않으면 이기적 투쟁으로 비춰질까봐 여론도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했다.
![]() |
▲ 10일 저녁 8시부터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된 박상철 위원장과 한진 정투위와의 간담회(사진은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가 끝나고 박 위원장이 퇴실한 이후의 모습). |
10일 저녁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과의 간담회에는 94명의 해고자 가운데 90명 가까운 인원이 참석해 그동안의 어떤 자리보다 해고자들이 많이 참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세부 안에 넣을 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협상을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정투위 관계자는 밝혔다. 정투위 조합원들은 "14일 있을 지회장 선거에 정투위 전원이 총력을 다하자"며 간담회를 마쳤다.
85크레인 앞에서 만난 한진 조합원들의 표정
8일 희망버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만났던 3명의 한진 해고자는 모두 권고안에 대해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막상 9일 정동영 의원과의 간담회에서는 직접적인 불만들이 쏟아지지는 않았다. 9일 간담회가 끝나고 정투위 사무실 앞에서 만났던 조합원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나이가 많은 조합원들은 1년 후 재고용이라는 부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럴 거면 희망퇴직서 쓰고 위로금 받고 나가는 게 낫지 그걸 위해 지금까지 싸웠나. 정말 진숙이 아니었으면..." 하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10일 박상철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정투위의 입장이 정리되면서 조합원들의 권고안에 대한 찬.반 의견은 명확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개인 의견으로서만 찬.반은 존재했고 큰 틀에서 크레인에 있는 사수대와 김진숙 지도위원이 무사하게 내려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모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 |
▲ 간담회가 있었던 10일 밤, 85호 크레인 맞은편에는 텐트를 치거나 텐트도 없이 밤공기 맞으며 그대로 누워 자는 이들이 많았다. |
어떤 조합원은 "해고자들 대부분 대출이다 뭐다 빚이 많다. 1년 후 재고용이라면 지금까지의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까지 2년이다. 2000만원도 아니고 2000만원 이내라고 하는데 근속년수에 따라 또 차등지급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러나 돈 가지고 따질 생각은 없다. 재고용이 어떤 식으로 되느냐가 문제고 조남호가 지금까지 합의서를 밥먹듯 어겼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5명 정도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여야 합의안이 정투위를 통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했다. 다만 안을 수용하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협상을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권고안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안을 무시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는 사회적 여론이었으며, 두 번째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내려올 수 있는 명분, 세 번째는 앞으로 자체 힘으로나 희망버스, 정치권이 한진 투쟁을 어느정도 힘있게 더 밀어붙일 수 있느냐는 전망이었다.
한 조합원은 금속노조에서 권고안을 받아들여 협상이 잘 진행된다 하더라도 복직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하기도 했고, 어떤 조합원은 1년 후라도 일할 수 있게 된 것이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우리가 김진숙 지도위원을 마치 이용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우려된다. 일단 김진숙 지도위원은 앞으로의 건강도 우려되고 이번에 내려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싸움은 김 지도가 내려오고 나서 계속해도 된다. 아직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지만 그 이후의 투쟁은 지금보다 많이 힘들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 |
▲ 9일 오후 농성 277일째 85호 크레인 모습. '해고는 살인이다'고 쓰인 걸개가 빛이 많이 바랬다. |
희망버스와 정리해고 투쟁에 연대를 계속해 온 한 시민은 "권고안에 대해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투위 의견에 따르겠다고 했는데 여야 권고안이 나오자마자 정투위가 '정리해고 철회 없는 권고안 수락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조심스런 반응이 아닐까 한다. 나는 연대하는 마음으로 힘을 주고 싶은 사람이고 투쟁 당사자가 해고자들이니만큼 그들의 현실적인 고통을 내가 대신할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들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에서 조남호 회장과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이 한 시간 가량 만났고, 앞으로의 협의 과정에 따라 권고안에 따른 한진 상황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투위는 14일 있을 지회장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회장 선거에는 3명이 입후보했으며, 채길용 전 지회장과 채길용 집행부 때 수석부지회장을 맡았던 김상욱 후보, 정투위 소속 차해도 후보가 지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1차에서 과반수를 넘는 후보자가 없으면 2차 투표까지 가게 된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