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여야정 협의체를 오는 24일 개최하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하면서 제2의 야권연합 배신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5월에도 한나라당과 정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한-EU FTA 여야정 협상을 열고 한-EU FTA 처리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의 한-EU FTA 합의처리 약속은 4.27 재보선의 야권 정책연대 약속 파기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문제는 이번 한미 FTA 반대 역시 야권 정책연대 합의사항인데도 민주당이 단독으로 여당과 정부의 협의체에 참가하는 것은 주고 받기식 협상을 통한 합의처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야당들이나 국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 된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정 협의체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부의장 등이 여야 동수로 참가하며, 정부에선 기획재정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장관이 참여한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는 21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여야정 협의체는 국회의 고유권한인 FTA 동의권 심의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적이고 변칙적 시도“라고 맹비난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4.27 재보선 당시 야권연대 정책합의의 핵심내용은 한미 FTA 독소조항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국회 입법권과 사법권 침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하고 통상절차법을 제정하기로 했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야권연대 정책 합의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합의해 깊이 실망했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박석운 대표는 “여야정 협의체는 졸속으로, 심의도 하지 않는 통과의례다. 야권연대 합의를 위반하는 우회 통로로 활용할 위험이 있다”며 “우리 국민은 독소조항을 철저히 검증하길 원한다. 민주당이 합의체 운영을 강행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민주당의 야권연대 합의의 진정성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한-EU FTA 처리 때처럼 비슷하게 배신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범국본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가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국민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동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그런데 비판적 견제 대상인 정부가 여야정 협의체 협의자로 참여하고 있다. 심의대상인 정부가 참여하는 근거가 없다. 변칙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협의체에 심의를 받아야 할 정부는 협의자로 참가하는데 주권자인 국민들은 오히려 배제 됐다는 것이다.
범국본은 “협의체엔 특정정당만 초대되고 다른 야당은 배제됐다. 민주당이 제1야당인 것은 사실이지만 타 야당을 대변할 권한을 갖지 않는다"며 "더욱이 지난 보궐선거에서 야4당 정책합의를 한 상황에서 다른 야당들의 동의없이 여야정 협의체 같은 위헌적 협상틀에 참여하는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오는 27일 오전 조찬 형식의 여야 영수회담을 열고 등록금 문제, 한미 FTA 비준동의안 등 6가지 의제를 놓고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비준동의안 처리를 강력하게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