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도처에서 자연재해로 많은 인명피해가 나고 있다. 세계 3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는 폭염과 산불피해, 가뭄으로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유럽전역에서도 폭염피해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 중국도 홍수로 1억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700명 넘게 사망했다. 파키스탄은 80년 만의 대홍수로 고통받고 있고, 남반구에서는 한파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기상이변과 이상기후로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자국의 곡물수급상황을 염려하여 곡물수출금지 결정을 전격적으로 내렸다. 게다가 중국도 자연재해로 농작물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곡물수입을 증가시키고 있다. 때문에 중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상승했다.
여기에 국제투지자본들까지 가세해 밀, 옥수수 등 일부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은 8월지 한달여 동안 43%나 치솟았고 대두는 14%, 옥수수는 12% 정도 상승했다.
이렇게 되자 2008년에 나타났던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상승에 따른 물가인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수 농촌진흥청장은 13일 [평화방송 이종훈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가뭄, 폭염 등 기상이변과 산불로 인해서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이 많게는 한 30%정도 감소가 됐다”며 “금년 초에 톤당 192불정도 하던 시카고 곡물시장의 밀 값이 최근에는 300불 가까이 올라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도 지난 10일 물가관련 긴급 전문가회의를 열었다. 농식품부는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라 애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 같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다소 느긋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막상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국내에서는 대응할 정책적 수단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재수 청장은 “(우리나라) 밀재배면적도 1만 3천 헥타르 정도밖에 안 되고, 생산량도 3만 5천정도 밖에 안된다”며 “우리가 밀수요량이 365만 톤 정도인데, 밀 값이 다른 나라에서 오르면 우리 밀 산업에 당연히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세를 부과한다든지, 수출물량을 규제한다든지, 또는 수출자체를 아예 금지하는 그런 조치를 하고 있어서 이게 언제든지 식량의 무기화, 곡물을 가지고 무기화할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늘 있다”며 이른바 자원민족주의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2008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밀 0.3%, 옥수수 0.9%, 콩 7.1%이고 쌀을 포함해 전체 곡물자급률이 26.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국제곡물가격이 오르면 한국의 물가당국은 곡물자급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어떤 대응수단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현재 애그플레이션 발발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2008년에도 자연재해나 옥수수 등 대체에너지 수요 증가 등 곡물 수요와 수급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투기자본의 동향이 가격급등을 더 부추겼다. 최근 한 달사이 밀 가격 급등에도 투기자본의 개입이 있었다. 11일 삼성선물은 “(러시아 곡물수출중단)이에 편승한 투자자본의 유입이 소맥 가격 급등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FTA와 농산물 개방정책으로 국내 농업산업이 수년 동안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 2008년 애그플레이션 발발이후에도 국내 농업을 육성하기 보다는 무대응과 개방정책으로 일관한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 또 재현될 수 있다.
곡물 자급율을 올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일시적인 수급조절보다는 근본적인 농업정책의 변화를 꾀하라는 농민진영의 주문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