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과 한국 정부가 사실상의 협상에 돌입하면서, 협상 과정과 내용을 비공개에 붙이고 있어 ‘밀실협상’, ‘묻지마 타결’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오는 11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 역시 한미 FTA타결을 위한 연막 작전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6일, 미국 상공회의소가 G20 정상회의에 앞서 한미 FTA의 조속한 타결을 요구하면서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태미 오버비 미 상의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미 재계인사들과 방한한 자리에서 “G20 정상회의까지 FTA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시간이 별로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2006년부터 굴욕협상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온 한미 FTA가 이번 재협상으로, 대미 굴욕 외교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과의 재협상으로, 지금까지의 국회 논의 과정이 무효화 될 뿐 아니라, 다시 처음부터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18일 오전,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 재협상 내용 공개와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FTA 재협상 논의의 과정을 회피하기 위해 정부가 밀실 재협상으로 관련 정보를 감추려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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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어떤 나라에서 중요한 통상협상 내용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국민에게 비공개 하는지 의문”이라며 “17대 국회에서 나온 통상절차법을 수렴해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역시 “협상 내용과 경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만큼, 우리도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해 맞대응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의 밀실 협상은 정부 측의 모호한 발언에 의해 그 수위나 경과 역시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덕수 주미대사는 “11월 까지 한미 FTA의 이견이 해소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당은 “미측이 구체적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취했다. 때문에 2008년 대규모 촛불집회의 발단이 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비밀 협상 역시 국민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윤금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2년 전 국민의 반대에도 선결조건으로 쇠고기 추가 개방이 이루어지고 난 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빠르게 증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식당에서는 호주산 또는 뉴질랜드 산으로 둔갑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알권리와 식량주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의 식량 주권을 볼모로 한 대미 종속적 협상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정진 부대표는 “2008년 쇠고기 개방을 앞두고 정부는 미국과의 재협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해 놓고,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니 순순히 응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박석운 공동대표 역시 “미국발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FTA가 체결 돼 있었다면 한국 경제는 파국으로 치달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면서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굴욕적인 4대 선결조건 체결 내용에 추가로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파탄을 스스로 초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부는 ‘실무협의’라는 포장아래 재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자동차 추가 개방과 30개 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그리고 검역조건 완화로 예상되는 자동차, 쇠고기 분야의 협상 내용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시민단체와 야당에서는 ‘전면 재협상’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재협상을 두고 갑론을박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야당 의원들조차 ‘전면 재협상’과 ‘신중론’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는 집단에서는 미국의 ‘재협상’요구에 맞춰, 한국 정부 역시 ‘독소조항 폐기를 포함한 전면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범국본 역시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한 상황에서, ‘자동차’, ‘쇠고기’, 그리고 ‘투자자-정부제소권’, ‘역진방지조항’을 포함한, 금융서비스에 대한 ‘네거티브 리스트 조항’등 독소 조항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는 즉각적으로 협상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또한 독소조항에 대한 재검토의 당연한 결과로서 한미 FTA는 폐기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