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전망의 차이, 대선 투쟁 자체와 독자 완주에 대한 회의, 투쟁 현장과 논의할 시간 부족, 준비 부족 등의 문제로 광범위한 반자본주의 세력 결집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반면 대선과정에서 비정규직, 정리해고에 맞선 노동자, 철탑 투쟁 노동자, 대학생, 진보신당 대표단, 진보적 지식인, 여성, 성적소수자, 인권활동가, 예술인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지선언이 이뤄진 것은 이후 반자본주의 투쟁을 정치적으로 결집시켜 나갈 중요한 성과라고 봤다.
김소연 선투본은 지난 25일 민주노총 15층 회의실에서 ‘대선투쟁 평가와 이후 전망’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선 과정의 성과와 한계, 이후 노동자 계급정당 추진 관련 입장 등을 밝혔다.
![]() |
“노동자 계급정치 현실 확인”
이날 대선 평가 발제를 맡은 박성인 전 선투본 대변인은 “선투본은 득표를 중요시하지 않았고,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를 알리는 게 대선의 핵심목표였다”면서도 “그럼에도 득표결과라는 현실이 있다. 그 현실이 한국사회 노동자 계급정치 현실을 드러내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선을 통해 드러난 한국사회 현주소와 역량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냉철하게 판단해 진보정당의 위기, 노동정치 몰락의 현실에서부터 다시 새로운 노동자 계급정치를 시작해 나가겠다는 것이 선투본 판단”이라고 이후 과제를 설명했다.
박성인 전 대변인은 선투본의 한계를 두고 “선투본은 투쟁하는 현장과 활동가들을 대선 투쟁의 주체와 계급정치의 주체로 세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봤지만 그들이 얼마나 선투본에 결합하고 투쟁했느냐는 점에서 여러 한계가 드러났다”며 “많은 노동자가 결합하고 지지선언도 했지만, 투쟁 사업장 노동조합 차원의 공식결합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변인은 “선투본이 급하게 출발하면서 투쟁현장과 사전에 긴밀한 정치적 접점을 형성하지 못한 것이 큰 요인”이라며 “노동현장과 투쟁 사업장도 여전히 정권교체라는 환상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생존권과 민주적 권리를 내건 노동자의 투쟁이 곧바로 선투본에 대한 정치적 동의로 가지 않았다”며 “계급정치는 노동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고, 노동현장 활동가들을 계급적 주체로 세우는 일과 민주노총과 산하 연맹의 정치방침에 대한 전략적 접근성을 중요하게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를 두고 박성인 전 대변인은 “대선투쟁은 우리 역량 확인에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대선 투쟁을 통해 이후 노동자 계급정치 강화의 계기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대선 투쟁이 새 노동자 계급정치의 출발 계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체제변혁의 문제 대중적 설득력 갖기에 역부족”
“야권연대 반대가 계급정치 강화로 가지 않았지만, 계급정치 출발 가능성 엿봐”
선투본은 핵심 정책과제 등을 두고는 대중적 설득력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성인 전 대변인은 “탑 슬로건으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내걸었고, 4대 과제와 10대 투쟁 강령의 핵심으로 재벌자산 몰수 사회화라는 정치적 전망을 제시했다”면서도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와 자산몰수 사회화라는 체제변혁의 문제를 긴밀히 결합하고 그런 상까지 만들어내고 대중적 설득력을 가져가기는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야권연대 반대가 곧바로 노동자 계급 정치의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라며 “노동자계급은 그 자체로 반정립이 아니라 자신의 변혁의 정치적 전망을 제출하고, 그 역량으로 대중적 설득력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변인은 이런 여러 한계지점들을 종합해 “선투본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계급이 정권교체라는 자유주의 세력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극복하고 있지 못하고, 진보정당이 독자적 정치세력화 전망 자체를 포기해버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반자본 정치전선을 시도했다”며 “하지만 헌신적인 투쟁에도 정치적 내용과 전망을 제시하고 대중화할 수 있는 능력, 전국적인 조직력과 집행력, 투쟁하는 노동자와 노동현장과 결합할 수 있는 능력 등에서 많은 한계와 역량부족을 드러냈다. 그 결과, 2012년 대선에서 투쟁하는 후보와 선투본이 이후 ‘야권연대 반대’를 정치적으로 구현할 세력으로 힘 있게 현실화시켜 내지 못했다”고 총체적 한계를 정리했다.
반면 성과로는 독자완주를 통한 민주-진보대연합 비판 정치세력으로의 각인, 계급정치의 출발 가능성 등을 꼽았다.
박성인 전 대변인은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에 대선투쟁 성과는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완주를 통한 자신감과 신뢰를 형성하고, 진보적 정권교체론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세력이 존재함을 대중적으로 천명한 점, 투쟁하는 노동자를 정치적 주체로 세우고 투쟁하는 노동자의 요구를 정치적 요구로 집약한 점,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현장 활동가들의 회의와 우려를 불식시켜 낸 점 등은 이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혁모임 결의와 대선투쟁 성과 바탕 계급정당 추진위 제안
이어 대선 평가발제가 끝난 후 박점규 전 선투본 동행팀장은 ‘노동자 계급정당 추진위 건설’을 제안했다.
박점규 전 동행팀장은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의 성과와 2012년 전국활동가대회 결의를 바탕으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적극 나서자”며 “지난해 10월 13일 변혁모임이 제안한 전국활동가대회에서 ‘2013년까지 변혁적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목표로 한다’는 결의를 한 바 있다. 이런 결의와 대선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에 적극 나서자”고 밝혔다.
![]() |
당시 전국활동가 대회에서 변혁모임은 계급정당 추진모임으로 전환하고, 지역별 추진모임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이날 활동가 대회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 선투본 구성을 결정하고, 대선투쟁 진행을 결의했다.
박점규 전 팀장은 “대선투쟁을 전개한 성과를 바탕으로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해 3월 중으로 대토론회(또는 정치대회)를 개최하자”며 “대토론회(또는 정치대회) 조직과 추진위 건설을 위해 ‘대선평가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전망’을 주제로 지역순회 토론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선투본의 계급정당 건설 관련 제안은 일부 이견이 나와 계급정당 건설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 참가자는 “변혁모임 내부에 아직 논의가 부족하다”며 “제안엔 3월중 대토론회나 정치대회 등을 통해 당 건설 추진위를 결의하고, 상반기에 추진위, 연말에는 당 건설을 하는 일정이 녹아져 있는 것 같다. 당건설의 주체는 구체적 현장실천과 치열한 논쟁과 토론과 학습 속에서 결합되지 않으면 그 주체는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 참가자는 “현장노동자가 정치적으로 각성되고 최소한 변혁적 전망을 알아나가고 실천에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추진위 주체로 서고 그 주체들이 더 강화돼서 당 건설로 가게 될 것”이라며 “지역은 준비가 덜되고 실천조차 하지 못했다. 일정박기로 3월중 정치대회나 추진위 건설이 목표로 제시되기보다는 현장에서 실천을 몸으로 조직하고 이런 훈련들을 모아 당 건설을 추진해 보자”고 제안했다.
다른 참가자는 “변혁모임 활동가 대회에서 결의한 계급정당 건설로 가는 과정에서 그 과제와 전망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았다”며 “선투본이 이 자리에서 계급정당 건설 과제에 관한 고민을 도출하고, 추진위로 가자는 제안을 할 수는 있지만, 변혁모임의 하나의 전술인 선투본 해소로 일단락을 짓고 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태연 전 선투본 상황실장은 “선투본의 제안은 새로운 제안이 아니다. 작년에 결의한 것을 구체적으로 진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라며 “이번 대선 투쟁의 성과가 있다면 추진위라는 형태로 한 발 나가자는 것이며, 대토론회나 정치대회는 모으는 사업을 진행하고 진도를 구체적으로 나가보자는 제안이다. 계급정당과 대선투쟁에 다른 판단도 있지만 이런 힘들을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이 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기상조론 등에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히려 3, 4월 대토론회도 늦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변혁모임이 움직이면서 새로운 희망이 싹튼다는 기대에 선투본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근본적인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며 “동지들이 만들고자 하는 당이 어떤 당이며, 왜 만들려고 하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참가자는 “조합주의 활동만으로 안 되는 근본적 변화와 대안을 만들고, 과거 진보정당 운동의 평가와 반성과 현장의 위기의식으로부터 당건설이 가시화 됐다고 본다”며 “변혁모임의 논의 결과와 과정이 다 있고, 선투본 결과로 보건데 당을 위한 본격적 움직임이 상식적 판단이라고 본다. 3, 4월 대토론회를 하자, 지역순회를 하자는 제안에 무슨 결의가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을 만들고자하는 건지 아닌 건지 판단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자본주의를 전면 반대하고 새로운 당을 만든다고 해서 참가했는데 이건 이도저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대중적으로 약속하고 선거투쟁과정에서도 약속했는데 선투본이나 변혁모임 모두 당건설의 구체적 계획과 일정이 있어야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