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공직선거법 제82조6에 의하면, 선거시기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인터넷 언론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정보인권 단체로서 진보넷은 선거시기에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거부한 인터넷언론의 기사들을 미러링하고 그에 대한 덧글란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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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1호-다림질] 이사 가는 날

[다림질]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확대하는 문화를 ‘다림질’해보는 꼭지입니다.

친구 집에 가려면 30분은 족히 걸어야 했던 시골에서 자란 저는 이사 가는 게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로 올라와 결혼을 하고, 2년 만에 보증금을 50%나 올린 집주인 때문에 집을 나와야 했을 때 이사에 대한 낭만은 사라졌습니다. 홈리스에게 있어 이사는 어떨지. 생존을 위한 살림살이는 등짐에 꾸렸으니 밥 먹으러, 부족한 잠 채우러, 종교시설의 구제금을 받으러 다니는 일상이 모두 이사는 아닐지.

  고시원에서 살던 형님이 이사 간 매입임대주택 전경 [출처: 홈리스행동]
지난 달, 이와는 좀 다른 이사가 있었습니다. 각각 쪽방과 고시원에서 살다 주택공사의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된 형님들이 있어 이삿짐을 나르게 되었거든요. 한 평 쪽방살림인데 꺼내놓으니 짐이 만만치 않습니다. 평소 살림살이를 좁은 방 곳곳에 배치하느라 얼마나 고심했을까 짐작이 갑니다. 반면, 고시원에 살던 다른 형님의 짐은 비닐봉투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괜히 승합차를 몰고 갔나 싶을 만큼 단출했죠. 다행히 이 분은 전에 살던 이로부터 가재도구를 헐값에 넘겨받아 살림살이를 꾸릴 수 있었죠. 쪽방에서 이사 온 형님도 아는 활동가로부터 침대, 책상, 서랍장 등을 넘겨받아 구색을 다 갖췄습니다. 두 분 모두 녹색 살림을 꾸렸습니다. 이번 뿐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살림은 소비보다는 물려받기, 고쳐 쓰기, 재사용에 익숙합니다.

쪽방에서 이사 온 형님은, 이사를 도운 쪽방 동료에게 “이따가 올 거야”라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농으로 건넨 말이지만 계면쩍은 마음 반, 미안한 마음 반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쪽방에 들어온 지 6년, 낡고 좁은 방, 재래식 공동변소를 떠나는 일이 후련할 법한데 그렇지만은 않았나 봅니다. 고시원에서 이사 나온 형님은 일주일 남은 고시원 방세가 마음에 걸립니다. 월세만료일까지 일주일 간 고시원에 더 묵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금세 그 방에 들어올 테고, 고시원 주인은 일주일만큼의 불로소득을 얻게 되는 게 불편할 뿐입니다. 고시원 업주가 모난 사람도,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지만 고시원은 가난한 이들을 상대로 하는 빈곤비즈니스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쪽방에서 쪽방으로, 고시원에서 고시원으로 가는 이사는 잦지만, 자장면 한 그릇 나누며 덕담할 만한 이런 이사는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사실상 멈춰버린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재정비되고, 아무리 가난한 사람 우려먹는 장사라지만 적정한 설비와 임대료를 지키며 쪽방과 고시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활동해야겠습니다. 떠나고 싶다면, 미안하고 석연찮은 마음 없이 홀가분하게 이사할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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