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9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야당의원 여러분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고 설득하고 타협해서, 그 민주적 절차에 승복하는 정치의 기능을 되살리겠다”며 선거 패배이후 낮은 자세로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친기업 정책, 대북강경노선 유지, 4대상 설득을 통한 강행 의사를 버리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대표연설을 두고 “쥐꼬리만한 반성을 앞세우며, 결국 한나라당의 일방독주를 계속 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천안함, 4대강사업, 세종시 등 오만과 독선의 일방독주를 계속 하겠다는 선언문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야당에 함께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 오자고 제안했다. 김무성 대표는 “여당도 야당도 제 정치를 못하다 보니, 행정부가 국회를 경시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며 “최근 천안함 격침사고 보고 과정은 행정부가 국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보여줬다. 이런 행태는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를 질책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대화와 타협의 제스처는 여기서 끝났다.
이어진 천암함 문제를 놓고 김무성 대표는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김무성 대표는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천안함 격침은 과학적 증거가 명확하고, 국제사회까지 참여한 조사단이 내린 객관적 결론”이라며 “이렇게 분명한 사실인데도 왜 아직까지 북한에는 아무 말도 못하고, 정부여당의 대북정책만 성토하느냐”며 야당을 비난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를 근거로 대북규탄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정적 증거가 결정적인지에 대한 정치권이나 여러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합조단의 조사만 고스라니 믿으라는 것이어서 앞서 야당과의 대화와 행정부 견제 역할을 하겠다던 말이 무색해 졌다.
야당은 그동안 북한이 공격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들이 과학적으로 들어맞지 않는 부분들부터 규명하자고 주장해 왔다. 최문순 의원은 버지니아 물리학 교수의 의견을 빌어 실제 폭발이 있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반론을 제기해 왔다. 합조단 윤덕용 단장은 새로운 과학적 반론이 나오면 그 반론을 반박하면서 기존 발표를 뒤집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알루미늄 흡착물과 ‘1번’ 글자의 상태보존에 대한 설명에 드러난 모순이다. 윤덕용 단장은 ‘1번’ 글씨가 남아 있던 이유를 어뢰폭발 순간 어뢰 추진체 부분은 순식간에 버블영향권을 벗어나 물의 온도가 높지 않은곳으로 가기 때문에 지워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뢰추진부와 선체, 합조단 자체 폭발실험과정에 나타난 알루미늄 흡착물 생성 과정을 설명할 땐 고열이나 에너지를 받아서 생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과학적인 모순이 있는데도 어뢰 추진체의 ‘1번’ 글씨를 과학적 증거라고 못 박는 것은 선거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당에 충성도가 높은 보수 지지층 껴안기로 해석된다.
서민정책 강조했지만, 노동시장 효율화 등 친기업 계속
김무성 대표는 선거패배를 강조하며 특히 서민정책을 강조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서민정책을 말했지만 실상은 친기업 중심 경제기조를 계속 강행하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경제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친서민 정책기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재정 투입을 통한 한시적 일자리 확대 정책에서 더 나아가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역량을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맞아 정부가 시행한 단기적이고 질 낮은 일자리에 대한 평가가 담긴 부분은 일정 유의미했다. 그러나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역량 확대를 강조하며 서비스산업 선진화, 노동시장 효율화 등 고용창출을 위한 구조개선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혀 기존 친기업 중심의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김무성 대표는 콘텐츠와 미디어 산업, 사회서비스, 관광·레저, 교육·연구개발(R&D), 보건·의료 등 5대 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 방안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분야의 일자리 창출 방안은 대부분 민영화와 직결되는 정책들로 지적돼 왔다.
4대강 사업을 두고도 홍보와 대화를 통한 설득에 더 주력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와는 전혀 무관한 사업으로 홍수와 가뭄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풍부한 수량을 확보해서 수질을 개선하고, 환경을 되살리는 사업”이라고 기존 정부 입장을 되풀이 했다. 김무성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국민들께서 4대강 사업을 우려와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업의 목표를 의심하고, 사업의 속도와 규모를 우려하고 계신다”며 “사업의 실상과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결과다. 한나라당이 발 벗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종교·시민·환경 단체를 찾아가 만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의 진실을 전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 분들께서 제기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챙겨듣는 일을 더 우선하겠다”고 밝혀 4대강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인상을 남기면서도 설득 주력에 방점을 찍었다.
민주노동당은 “4대강 시민사회단체와 대화하겠다는 것이 진심이라면, 지금 당장 포크레인을 멈추고 대화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대화’를 떠들고 뒤에서는 4대강 포크레인 삽질을 계속 강행하는 이중플레이를 하면서 국민을 설득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천안함은 두고도 “원점에서 재수사하라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뜻인데도 대북결의안 강행처리를 선포한 것은 유엔안보리 결의안이 물건너 갈 것 같으니, 국회에서라도 강행처리하겠다는 집권여당의 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