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는 야당 의원 84명이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해 국회의원의 권한이 침해됐다며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미디어법 2차 권한쟁의심판에 대하여 기각했다.
지난 12월 18일, 정세균 민주당 의원 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미디어법 2차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지 1년만이다.
헌법재판소는 “각하의견 4인, 기각의견 1인, 인용의견 4인으로 어느 견해도 심판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여 권한쟁의심판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공현,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내며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이 사건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를 무효 확인하거나 취소하지 아니한 이상,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는 유효”하다고 선고했다.
이들은 또 종전에 헌재가 권한침해확인결정을 하였으나 이는 “장래에 어떤 처분을 행할 때 그 결정의 내용을 존중하고 동일한 사정 하에서 동일한 내용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그치고, 적극적인 재처분 의무나 결과제거 의무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며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말했다.
반면 인용의견을 낸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 재판관은 “심의, 표결절차의 위법성과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침해된 사실을 확인한 이상 그 한도에서는 권한침해확인결정이 기속력을 가지고, 그 기속력에 의하여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위법하게 진행된 심의, 표결절차의 위법성을 제거하고 침해된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국회는 이 사건 각 법률안을 다시 적법하게 심의, 표결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이강국 재판관 역시 인용의견을 내며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에 따라 피청구인은 위헌, 위법성이 확인된 행위를 반복하여서는 아니될 뿐만 아니라, 법적, 사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신이 야기한 위헌, 위법상태를 제거하여 합헌, 합법적 상태를 회복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각의견을 낸 김종대 재판관은 “국회의장이 권한침해확인결정을 존중하고 결정에서 명시한 위헌, 위법성을 제거할 헌법상의 의무가 있”으나 “헌법재판소가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의 확인을 넘어 그 구체적 실현방법까지 임의로 선택하여 가결선포행위의 효력을 무효확인 또는 취소하거나 부작위의 위법을 확인하는 등 기속력의 구체적 실현을 직접 도모할 수는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29일 야당 의원 93명이 미디어법 개정안 가결 선포를 무효로 해달라며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야당 의원들의 표결권한이 침해됐다고 인정하면서도 ‘국회의 자율적인 시정에 맡겨야 한다’며 법률 자체를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야당 의원 86명은 작년 12월 18일 ‘국회의장의 미디어법 가결선포가 국회의원의 법률안 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재 결정이 나온 뒤에도 국회의장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국회의원의 권한을 다시 침해했다며 국회의장을 상대로 2차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즉각적으로 비판했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서 “헌재의 부작위가 국회의장의 부작위를 정당화시켜준 꼴로, 오늘 헌재 자신이 결정의 구속력을 저버리는 자가당착에 빠졌다”며 “이제 헌재 판결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고, 헌법정신 최후의 보루인 헌재결정에 매우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판결 전 기자회견을 통해 헌재에 “현실 권력에 무릎 꿇지 않고 헌법 정신에 입각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기를 간곡히 호소”했던 미디어행동은 논평을 내고 “냉정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 미디어행동은 이날 헌재 판결 전인 1시 20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를 향해 “현실 권력에 무릎 꿇지 않고 헌법 정신에 입각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기를 간곡히 호소”했다. |
미디어행동은 이어 “헌재가 위법성 제거를 집행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판단으로 각하한 것일 뿐 야당 의원에 대한 권한침해의 위헌.위법성을 분명히 했다”며 “국회는 작년 10월29일 헌재 결정과 이번 결정에 따라 미디어법 재논의에 착수해야 하며, 방통위는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심의 일정을 일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바람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방통위 이태희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방통위는 11월 10일 의결한 대로 종편 심사와 관련된 일정을 차질 없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10일 전체회의에서 11월 30일부터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신청 접수를 받고 연내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