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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한 청소 노동자의 자살로 여론이 시끄러워졌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난 지금, 경찰은 수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아직까지 상납요구 존재 여부와 폐지 판매대금의 사용 명목을 조사 중이다. 언론도 조용해 졌으며, 동국대학교 병원과 용역업체 측은 여전히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동국대경주병원 청소용역노동자 사망관련 진상규명 및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만이 대책위 차원에서 조사를 벌여 25일,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상납, 비리, 부당 노동으로 얼룩진 병원
대책위에서 발표한 조사결과에는 언론에서 보도한 상납, 부당한 업무 배치, 쓰레기봉투 문제 이외에도 폐지 판매대금 의혹, 실제 근무자와 서류상의 인원 차이 의혹, 고인의 집 문제 의혹, 비인격적 대우 문제 의혹 등이 나와 있다. 고인이 유서에 남긴 ‘상납’에 대해서는 해당 용역업체 소장에게 3만원, 5만원, 10만원 등의 금전적 상납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고급화장품, 의류, 명절 선물, 각종 농산물, 식사대접까지 다양한 상납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상납하지 않거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에 대한 업무 압박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집요한 압박으로 인해 그만둔 노동자가 한둘이 아니며, 동국대학교경주병원 청소용역노동자들의 경우 1년 이내 근무자들의 퇴사가 유독 많은 특징이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이 유서에 남긴 쓰레기봉투 의혹에 대해서도 “병원에서 매월 500장의 쓰레기봉투를 지급하는데, 소장이 이를 빼돌려 고인에게 돈으로 마련해 오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고인의 성격상 쓰레기봉투를 팔았다고 하고 자신의 돈으로 갖다 주었을 것이라는 증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고인이 살던 집은 용역업체 소장이 구입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대책위는 “고인에게 수리해서 10년이고 20년이고 살라고 했는데, 몇 백 만원을 들여 집수리가 완료되자 월세를 내라 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일련의 사건 경위와 관련, “소장 뿐 아니라 소장 주위의 반장 및 4~5명이 상납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주도하고 소장의 지시에 따라 언어 폭행, 왕따를 시키는 경우가 있었다”라는 증언을 확보한 상태다.
이 밖에도 병원 내의 많은 비리 의혹들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폐지 판매 대금 의혹은 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5톤 트럭으로 3일에 한 번 나갈 정도로 많은 양의 폐지가 판매되는데, 그 판매대금에 대해 누구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용역업체 측도 폐지 판매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조건도 열악했다. 병원 복지동은 위탁된 곳으로 병원 청소구역이 아닌데도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청소를 담당해 왔다. 야외 제초작업 역시 예전에는 병원에서 별도의 비용으로 처리했으나, 최근 들어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담당했다. 편법 장시간 노동 및 저임금 구조의 문제도 있었다.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병원에 머무는 시간은 주 6일, 주 55시간. 하지만 병원은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휴게시간을 주 15시간으로 하여 주 40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왜곡된 고용조건, 청소 노동자 죽음으로 몰았다
청소 노동자의 경우, 용역 업체가 고용해 병원으로 파견하는 대표적인 비정규직 형태다. 병원에서는 적은 예산으로 손쉽게 노동력을 얻을 수 있고, 고용 문제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용역 업체 역시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해고가 쉽다.
하지만 청소 노동자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휴게 공간하나 마련하는 것에도, 용역 업체와 병원은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일관한다. 손쉽게 해고 할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용역 업체의 중간착취 역시 심각하다. 용모 씨의 사례 외에도 많은 대학과 병원의 청소 노동자들은 중간 관리자에게 물질적, 정신적 착취를 당한다.
용 모씨의 자살과 관련해서도, 용역 업체나 병원 측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청소용역업체는 유족들의 발언을 왜곡하여 마치 고인 개인의 문제인양 청소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면서 “주요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자신들도 몰랐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병원 측은 고인의 죽음 이후 현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병원 직원이 아닌 용역업체 직원의 문제라고 이야기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비난했다. 고용불안, 중간착취 등의 고용 환경으로 목숨을 잃은 청소노동자는, 현재 원청과 하청의 외면 속에 또 한 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용역노동자들을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게 하는 용역구조는 상납과 비리 등이 횡행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의 책임 통감과 유족에 대한 사죄와 위로 및 보상 △재발방지 대책으로서 용역구조 철폐와 청소용역노동자 직접고용 등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