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가인권위원회 소속 두 상임위원이 동반사퇴를 표명한 데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의를 표명한 유남영 인권위 상임위원이 “국가인권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인권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 위원은 2일 ‘YTN 최수호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인권위원회가 사실상 제 기능을 다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그동안 보수 성향의 비상임위원들이 다수를 점하고 정권에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인권위원회 차원에서 표명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법원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인권을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될 의무가 있는 인권위원회가 전원위원회에서의 안건 유보로 인해 오히려 법원보다 더 뒤처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안건은 전원위원회에서 ‘그런 거 할 필요 없다’고 기각했다”고 밝히고 전원위원회에서 통과가 안 된 반면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이 난 대표적인 사례로 “MBC PD수첩 사건, 야간집회 문제, 시민활동가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명예훼손 손배 청구 등 국가 기관에 의한 민간인 사찰 문제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를 꼽았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5일 인권위는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을 상임위 결의 없이 위원장 단독으로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인권위원회 운영 규칙 개정안’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했다.
이 안이 통과될 경우 상임위원회의 권한은 대폭 축소되는 반면 위원장의 권한은 대폭 증대된다.
유 위원은 이 같은 운영 규칙 개정이 “상임위원회에서 내린 결정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을 못하게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상태에서 상임위원회로 하여금 의미있는 결정을 못 하도록 사전에 막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인권위원회가 말 그대로 국가나 공권력에서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인권에 대해서 소신이 있는 사람들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법에 의해서 임명 됐으면 좋겠다”며 절차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유남영 위원과 문경란 위원은 임기를 각각 2개월, 100여 일 남기고 지난 1일 오후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수리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인권위 상임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한편,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과 인권단체연석회의는 2일 성명을 내고 “현병철 위원장의 ‘권력 눈치 보기’, ‘비민주적 운영’이 가능했던 근본적 원인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지속적으로 흔들어왔던 이명박 정부의 인권후퇴정책”이라며 국가인권위와 정부의 인권정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사태가 “어떠한 자격기준이나 절차도 없이 무자격자를 임명한 잘못된 인선, 임명권 행사에 있다”며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의 인선절차를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바꾸기 위해 국가인권위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