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장기화와 더불어 파업 확산 조짐도 심상치 않다. 현재 전국 1천 여 대의 CJ대한통운 택배 차량이 일방적 수수료 인상과 패널티 제도 폐지, 성실 교섭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파업이 확산되며 회사도 입장을 발표하는 등 뒷수습에 나섰지만 노동자들의 반발만 심화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비대위와 회사가 어제 처음으로 만났지만, 회사는 13일 기자회견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지 말라는 말 뿐 이었고, 구체적인 교섭안이 없어 사실상 교섭이 열리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
“대장암 수술 후 링거 꽂고 배송...패널티 두려워”
안산 지역에서 13년 째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는 이 모(54) 씨는 “회사인 ‘갑’의 횡포가 도를 넘어 어쩔 수없이 일손을 놓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날 집회에 참가한 그의 머리에는 ‘단결 투쟁’이라는 빨간 머리띠가 둘러져 있다.
회사는 노동자들의 파업 후, 입장 발표를 통해 사실상 패널티 제도로 기사들의 수수료가 공제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패널티 제도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 한 명은 한 달에 50~60만원의 패널티가 부과된 적도 있지만,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이 없어 고스란히 벌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패널티’는 CJ대한통운으로 통합되기 이전부터 존재해온 고질적인 제도였다. 회사가 통합이 되면서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패널티의 부담이 더욱 가중됐을 뿐,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는 꽤 오래전부터 쌓여져 왔다.
이 씨는 “3년 전, 두 번의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에도 링거를 꽂은 채 차를 끌고 다니며 배송을 했다”며 “할당된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다른 기사가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내 수수료의 2~3배를 패널티로 공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 혼자 벌어오는 수수료는, 아이 둘을 포함한 이 씨 가족의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씨는 매일 부인과 함께 2인 1조로 운송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기사들 자존심도 있기 때문에 많이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 많은 택배 기사들이 부인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며 “물건을 실은 뒤 아내와 만나 2인 1조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택배 기사들은 5~6명이 주기적으로 돌아가며 새벽 6시 ‘조출(조기 출근)’을 해 물건을 내린다. 명절 기간에는 새벽 5시에 출근하기도 한다. 그리고 밤 11시 30~12시까지 업무를 하고는 한다. 이 씨 역시 10년 이상 이렇게 살아온 터라, 밤에 술 없이는 무릎관절 통증으로 잠을 잘 수 없다.
그래도 이 씨는 지금 파업에 참가하는 이들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설명한다. 그는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많은 택배 기사들이 신용불량자로 파업조차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려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나와 같이 일하는 37세 택배 기사는, 시화 공단에서 일하다 돈을 좀 더 벌어보겠다고 택배 기사를 시작했다”며 “하지만 수임료 120~140원에서 차량넘버 비용이 공제되고, 기름값 등을 충당하고 나니 남는 돈이 없어 1년도 안 돼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지만, 택배 노동자들은 단체 행동조차 할 수 없다. 기사들의 집단행동이 드러날 경우, 회사가 곧바로 계약해지 수순을 밟기 때문이다. 이 씨는 “5명의 기사들이 같은 행위를 할 경우, 바로 다음날 회사가 바로 그들의 차를 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계약상에 존재하는 것이고, 사실 2명만 공동으로 문제제기를 할 경우에도 회사는 같은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13일, 전국 700여 택배기사 여의도 집회...사태 분수령 될 듯
CJ대한통운택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늘 집회가 파업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대위는 집회 이후에도 회사가 교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면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
비대위는 “집회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시, 투쟁전선을 더욱 확대시켜 나갈 것이며 강도 높은 투쟁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들은 전국의 택배 현장을 순회하며 선전전과 조직화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과 화물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 정치권의 참여도 확산되고 있다. 이봉주 화물연대 본부장은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택배 기사들의 현실은, 38만 화물노동자들 역시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라며 “화물연대는 지난주 금요일 중집을 통해, 빠른 시일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정에 나서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10원, 20원 인상에 목숨 거는 것처럼, 택배 기사들도 수수료 10원, 20원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회사가 비대위와 직접 교섭에 나서는 것이 문제를 푸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며, 민주통합당 역시 택배기사들의 싸움에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대위는 이 날 결의문을 통해 “오늘 이곳에 집결한 택배노동자들은 사측의 어떠한 회유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택배노동자의 생존권을 쟁취하는 그 순간까지 이 파업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시 한 번 선언한다”며 “CJ대한통운은 지금이라도 수수료 인상과 패널티제도 폐지 등을 논의하기 위한 성실 교섭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수료 인하와 패널티제도를 박살내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택배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쟁취하는 순간까지 비상대책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