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불법사찰이 근절되도록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7일 권고했다. 인권위가 설립 이래 대통령에게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또 국회의장에게 국가기관의 감찰 및 정보수집 행위가 적법절차를 벗어나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적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국무총리에게는 공직 기강 확립이라는 목적의 정당성과 절차적 적법성을 벗어나지 않게 가이드라인을 정해 권고할 것과 사찰 피해자들이 명예회복 등 권리구제를 원하면 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각각 권고했다.
인권위는 작년 4월, 국무총리실이 2008~2010년 민간인을 무차별 사찰한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전원위원회에서 직권조사를 결정했고, 지난달 28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조사 결과를 놓고 논의했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무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 적용해 민간인을 비롯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사법부 등 헌법기관 관련자 등을 불법적으로 사찰했다”고 결론내렸다.
또 “사찰방법도 미행 및 차적조회 등 정보수집의 적정성을 위반했고, 직권을 남용했다”며 “헌법 제10조, 제17조 등에서 보장하는 피해자들의 인격권, 자기정보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인권위의 권고가 ‘알맹이는 없는 불량 권고’라고 반발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법의 공백이 무엇이고, 재발방지 대책이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빠진 불량 권고”라며 “인권위가 조사하는 모양새만 취했다는 게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명숙 활동가는 이어 “인권위의 권고는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최소한 방향을 제시하고, 강제하는 것인데 신뢰할 수 없는 권고안이다”며 “사찰은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중대한 범죄이며, 중대한 인권 침해이므로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MB가 권력을 휘두른 것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불법 사찰 문제가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인권위의 권고안을 보면 박근혜 정부 시기 다시 사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무도 손 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찰을 진행한 500건의 사례를 수사해 전현직 국회의원 10명, 고위공직자 8명, 전현직 자치단체장 5명, 민간인 7명 등 주요 인물 30명에 대한 감찰 또는 동향파악 활동을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