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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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여인 리츠파의 한(恨)에서 '용산'을 읽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으로 바라 본 2009년 용산 참사

“그 참혹한 사태를 지켜보면서, 또한 그 사태 이후의 시대를 살면서 도대체 ‘기독교 신앙’이 과연 무엇인지를 묻고자 한다. 이 글은 용산 참사를 다시 한 번 꼼꼼히 회고하면서 쓴 한 기독교 신앙인의 반성문이라 해도 좋겠다.”

  김희헌 교수 [출처: 한수진 기자]
2009년 1월 20일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 사건을 기독교 신앙의 관점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1월 7일 한국민중신학회 월례세미나에서 김희헌 한신대 외래교수는 ‘죽임 당한 자들의 한(恨)과 기독교 신앙의 수치에 대한 고백: 용산 참사를 회고하며’를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여성 리츠파(공동번역 성서는 ‘리스바’)와 용산 참사 유가족 전재숙 씨를 비교, 재해석하는 한편 용산 참사와 그 진상규명 활동에 적극 나서지 않은 개신교회를 비판했다.

성경이 증언하는 국가권력의 폭력과 비극

리츠파는 구약성경 사무엘기 하권에 등장하는 여인으로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의 후궁이었으나, 전장에서 사울이 죽은 후 상대편 다윗이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두 아들이 나무에 매달려 죽임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의 아들은 3년간 지속된 흉년을 해결하기 위한 속죄양으로 하느님께 바쳐진 것이었다. 리츠파는 아들의 주검 앞에서 “보리를 거두기 시작할 때부터 가을비가 내릴 때”까지 5개월 동안 누구도 주검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자리를 지켰다. 흉년은 다윗이 리츠파의 아들과 이들의 아버지인 사울의 뼈까지 함께 장례를 치러준 뒤에야 해결되었다.

김희헌 교수는 리츠파의 행동이 “법마저도 지키지 않은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리츠파의 저항은 “법의 정의에 호소하는 저항”이 아닌, “파괴된 인간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저항”이었으며 “온 땅이 유배지로 변해 버렸기 때문에 의지할 곳이라고는 오직 자기 슬픔밖에 없는 사람이 벌이는 한(恨)의 몸부림”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용산 참사로 남편을 잃고 아들을 감옥에 보낸 전재숙 씨가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싸운 지난 4년의 모습에서 리츠파의 저항을 봤다. 김 교수는 “마치 리스바가 죽은 아들의 시신을 5개월 동안 지켰듯이, 남편의 시신을 병원 냉동실에 둔 채로, 힘없는 철거민의 호소와 저항이 도심테러로 이해되는 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증언하며 살아갔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가 보여준 개신교회의 현주소

성경과 현실에 떨어져 존재하는 두 여성의 삶은 ‘국가권력의 폭력이 초래한 비극’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성경이 “첩이요, 과부요, 아들도 없는 처지”에 있는 여인의 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국가권력이 초래한 비극, 그리고 그것과 결부된 이스라엘 공동체의 역사적 수치를 암암리에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산 참사 역시 “한국 개신교회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있는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직시하게” 한다.

용산 참사가 벌어진 뒤 적지 않은 수의 개신교인들이 참사 현장에 찾아와 기도하고 익명으로 성금을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지만 일반적인 개신교회는 용산 참사의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오히려 “가진 자들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독실한 개신교 신앙인이었던 전재숙 씨가 그녀의 가족에 대한 교회의 태도를 묻는 말에 “저는 없는 사람이잖아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개신교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안타까워했다.

김희헌 교수는 기독교 신앙이 현재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가 “민중의 고난과 한에 응답하기 위해 화육하는 (역사 속에 현존하는) 하느님을 탐색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교회가 가진 자들을 옹호하고 가진 자들의 편에 서는 한 “기독교 신학은 자기 왜곡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기사제휴=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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