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민/기사당과 사민당이 27일(현지 시간) 대연정 수립에 합의하고 향후 4년 간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안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는 이날 “협약의 정신은 독일의 거대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대연정에 있다”며 “독일의 미래를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사민당 당수는 “이번 협상은 매일 자신의 책임을 이행하는 모든 작은, 부지런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3개 정당의 합의 내용은 기민/기사당 연합의 핵심 공약인 “견고한 재정, 세금인상 동결, 복지 보장”을 기조로 구성됐다. 사민당은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자신의 주요 공약을 관철시키는 데 실패했다. 27일 <융에벨트>는 “독일 국민의 3분의 1은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다”며 “협상 막판에는 무엇보다 정부 직책 배분만이 문제가 됐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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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taz.de/ 화면캡처] |
독일 재정 강화...유럽위기국에 대한 긴축 지속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은 향후 자국 경제와 재정 여건을 강화하는 한편, 유럽 위기에 대해서는 긴축과 통제 정책을 지속할 전망이다.
독일 연방정부 순채무는 2015년까지 0원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세금 인상과 보조금 삭감 없이 2016/17년 150억 유로 흑자를 낸다는 계획이다. 상당수의 주정부가 재정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원 사항에 대해서는 2019년으로 미뤄졌다.
유럽 위기국은 긴축 정책을 계속 운용해야 하며 이에 대한 지원은 신용을 기반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남유럽 국가의 금융위기 등의 문제는 자국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럽 위기국에 대해 사민당이 제기한 부채탕감기금은 좌초됐다.
대외 정책에서 독일은 향후 프랑스, 폴란드, 터키와의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프랑스와는 유럽 대내 정책을 겨냥, 폴란드는 대 러시아 그리고 유럽연합 가입을 저울질 하는 터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견인하는 한편,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대한 시선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 미국과의 관계 강화도 강조됐다.
이외 연방 복지 정책 중 연금 수령연령은 사민당의 요구에 따라 45년 연금보험료 납부자에 한해 2014년부터 63세로 하향 조정됐다. 저소득층에게는 사회보장연금 식으로 2017년부터 최고 월 850 유로(약 120만원)를 지급하며, 1992년 이전 출산한 여성은 내년부터 연금을 받게 됐다.
그러나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 사이 협상 최대 쟁점이었던 최저임금제 도입은 사실상 관철되지 않았다.
누더기 된 사민당 최저임금 제도 도입
3개 당은 2015년부터 8.50 유로(약 12,250원)의 포괄적 최저임금을 도입하며 2017년에는 전면 시행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이 과제는 사실상 다음 총선으로 미뤄진 것과 다르지 않다.
27일 <타츠>는 “허점투성이 최저임금”이란 기사를 내며, 향후 최저임금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시간상으로 차기 총선 바로 전인 2017년 설치될 예정이어서 최저임금 인상안은 결국 재협상돼야 한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은 이 보다 못 버는 노동자에 의미가 있지만 8.50 유로 이하를 버는 약 770만 노동자의 다수인 동독지역 저임금 노동자와 농업, 원예 또는 호텔 등 숙박업 등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적용은 2017년까지 예외기간이 적용돼 최저임금제 도입은 사실상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됐다. 특히 8.50 유로는 세금을 포함한 금액이어서 각종 세금을 떼고 나면 실제 임금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독일 경제와사회과학연구소 한스뵈클러재단 라인하르트 비스핀크는 “이는 정부에 예외 조항을 요구한 로비스트들의 입장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 노동 분야 중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고용관계는 일부 개선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불안정노동을 확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비정규노동자는 9개월 후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독일 비정규노동자의 약 50%는 3개월 이하의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어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9개월전 해고될 수 있는 위험은 커졌다. 또한 비정규노동자는 추가 계약이 없을 경우 한 사업장에서 최고 18개월 동안만 일할 수 있다.
다만, 도급계약에서 고용계약 의무는 강화되며, 비정규노동자는 향후 파업 대체 요원으로 투입돼선 안 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3개 당의 대연정 협상에서는 이외에도 사민당이 요구했던 부자증세, 건강보험, 경영자연봉제한, 에너지, 정보인권, 성소수자 권리 보장 등에 관한 약속도 좌초되거나 크게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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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그레고르 기지 좌파당 원내대표와 카트야 키핑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민당의 공약 위배 사항을 지적하고 있다. [출처: http://linksfraktion.de/] |
독일 대연정, “사회적 분열 심화, 로비스트에 종속”
사민당은 선거 기간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인상, 국민건강보험 도입을 공약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
또한 에너지 정책 중 전력생산량에 대한 재생에너지 비율을 2025년 40%에서 45%로 소폭 상향 조정했지만 이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연방재생에너지연합(BEE)은 “기후보호를 위한 차기 년도의 목표를 내놓지 않았다”며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3개 당은 또 앞으로 유럽연합 정책으로 통신사들에 대한 통신보관 조치를 강화하는 지침을 세울 계획이다. 감시정책에 반대하는 우테 알리자베트 가벨 활동가는 27일 <노이에스도이칠란트>에서 “정부는 매일의 통화와 이동을 알고자 하는 조치를 전례 없는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3개 당은 뿐만 아니라 외국 등록 차량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를 도입하기로 유럽연합과의 마찰을 노정하며 현재 내국 차량은 제외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에 대해서도 적용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의 협상 내용은 향후 2주 내 47만 명의 사민당 당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민당 기층 당원들은 지도부가 들러리를 서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른 야당의 반발도 거세다. 녹색당 원내대표 안톤 호프라이터는 “독일 미래를 세운다”는 협상문의 제목을 비꼬아 “흑적연합은 미래를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좌파당 그레고르 기지 등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적 분열을 심화하고 로비스트들에 종속된 연정”이라며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