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여야 6인 협의체에 참석한 민주당 지도부 |
현행 민주당 강령은 2011년 12월 16일 민주당과 한국노총, 혁신과통합이 통합하면서 제정됐으며, 통상정책과 관련해서는 “한미FTA를 포함한 모든 통상정책을 국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고 돼 있다.
전대준비위는 이 문구를 ‘FTA 등 통상정책에 국익을 최우선시해야 하고, 피해 부분 최소화 및 피해분야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라는 문구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한미FTA 독소조항을 그대로 두자는 새누리당 입장과 거의 유사해 우클릭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같은 흐름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민주당 대선 평가보고서에서도 이미 감지된 바 있다. 지난 9일 발표한 대선평가보고서는 대부분 언론에서 당내 계파 갈등 문제만 부각했지만, 곳곳에서 중도노선으로의 선회를 암시하고 있다.
이렇게 계파 갈등만 주로 부각된 이유는 보고서가 대선과 총선을 주도한 친노 주류와 486 정치인들이 야권연대를 통한 진보적 정책을 받아들인 결과 이념대결과 진영논리를 부추겨 저소득층이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탈했다는 평가에 기본방향을 맞췄기 때문이다.
특히 보고서는 계파 갈등과 민주당 이미지 하락의 원인으로 ‘정당과 사회운동의 혼동’을 꼽고, 이런 혼동의 큰 예로 한미FTA 반대시위 등의 진영논리와 계파정치, 이념노선을 꼽았다.
대선평가보고서, 저소득층 지지 회복 위해 중도노선 제안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는 애초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심층 분석하고 민주당의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작성됐다.
이를 위해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평가위)는 대선 패배 원인을 구조적 원인과 행태적 원인으로 구분하고 민주당이 최초 정권교체를 성사시킨 1997년 대선을 시발점으로 2012년까지 15년간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를 살폈다.
평가위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민주당이 처음 정권교체를 이룬 1997년 15대 대선 승리 이후 15년 동안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 국민 삶의 변화, 유권자의 세대구성과 정치지형 변모, 15대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 가운데 18대 대선에서 민주당을 등지고 새누리당에 투표한 집단 분석 등을 살폈다.
이런 분석으로 평가위가 확인한 변화양상은 민주당 정권 10년 동안 양극화, 방대한 비정규직 형성, 대기업 중소기업 격차 확대, 근로계층 확대, 중산층과 서민 가계부채 증가, 청년 실업 문제 등이 발생했고, 빈부격차를 둘러싼 갈등이 사회통합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변화 속에서 드러난 유권자의 지지변화를 두고 평가위는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들이 확보했던 지지기반과 비교해 볼 때 저소득집단과 자영업집단의 이탈, 그리고 60대 유권자집단의 이탈이 현저해졌다”며 “한국의 정치지형과 제도적 조건에서 중산층 기반 정당으로 원내 다수당이 되고 집권을 할 수 있는 집권플랜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봤다.
저소득 집단과 자영업자의 이탈, 이들을 대변하는 세대인 60대 유권자 집단의 이탈을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남아 있는 안정적 소득층과 고학력 중심의 지지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위는 이런 빈곤 서민층의 지지기반을 회복하기 위해 좌클릭이 아닌 한미FTA 재협상 방침 전환 같은 중도노선의 실사구시 정책이 요구된다고 결론지었다.
“한미FTA 문제에서 정당과 사회운동 혼동”
대선평가위는 이렇게 중도노선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유를 민주당의 역사를 포용과 소통의 역사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했다. 평가위는 “2002년 노무현 정부 출범과 2004년 17대 총선의 승리로 자신을 과신한 것이 파멸의 원인이 됐다”며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극렬한 여야 정치갈등은 국민의 삶과 무관한 소모적 이념공방의 보기”라고 예를 들었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정치대립의 진영논리를 심화시키는 등 민생문제로부터 멀어지면서 민주당은 2007년 이후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패배했다는 것이다.
평가위는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 하락은 끊임없이 진보정당이나 시민사회 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외연 확대의 길로 몰아넣은 중요한 이유”라며 “그러면서 당의 이미지는 계속 실추되었다”고 야권연대가 진행된 배경을 진단했다.
평가위는 특히 한미FTA가 참여정부 시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했던 정책이었지만, 친노 주류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당권을 장악한 후 이를 뒤엎어서 문제라고 평가했다.
평가위는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는 제도정치와 사회운동의 본질적 차이를 혼동하는 일련의 집합행동을 했다”며 “그 한 보기는 한미FTA 반대시위”라고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런 평가를 위해 평가위는 민주당 지도부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한 한미FTA 비준안 반대투쟁 과정을 상세하게 담았다. 보고서는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비준안이 직권 상정되어 처리되자 즉각 시민단체와 함께 서울 도심에서 비준 무효화를 주장하는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고 가두행진을 벌이고, 청와대 앞에 집결하여 대통령의 이행법안 서명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고 기록했다.
또 “‘민주통합당 강령 정책’은 한미FTA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선언하고, 한명숙, 문성근 등 지도부는 한미FTA 폐기를 공약했다”며 “2012년 2월 8일에는 주한 미 대사관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원 의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행태는 민주당이 자신이 선도했던 정책의 일관성을 버리고 정당의 균형추를 상실한 채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국민에게 주었다”고 지적했다.
한미FTA 범국본, “FTA 추진 반성 않고 사회운동에 편승해 낭패”
민주당의 이런 평가와 강령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 한미FTA 반대 운동을 해온 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박석운 한미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참세상>과 통화에서 “한미FTA는 경제주권, 공공주권, 사법주권, 입법주권에 대한 문제가 있음이 다 확인됐다”며 “애초 민주당이 FTA를 추진했다가 정권을 빼앗기고 현실을 알게 되니까 주권침해라고 방향을 튼 것이다. 그런데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석운 대표는 오히려 민주당이 한미FTA 재개정 투쟁에 함께하면서 사회운동의 헌신적 투쟁과 시민의 열정적 참여가 결합해 없던 민주당 지지율이 올랐다고 봤다.
박 대표는 “민주당이 자기들 힘으로 지금 같은 규모의 제1야당이 된 것도 아니다”며 “집권 10년의 오류와 잘못으로 국민에게 버림받다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투쟁이나 시민사회의 야권연대 주도에 민주당이 올라타 여당에 비슷한 수준의 의석도 만들고 대선도 거의 비등한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총선 때 민주당이 한미FTA 때문에 낭패를 당한 건 사실”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낭패의 원인을 두고는 민주당 대선평가위와 전혀 달랐다.
박석운 대표는 “총선 당시는 새누리당이 참여정부 총리 시절 한명숙 대표가 방송에서 FTA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던 장면을 내보내면서 당했다”며 “그건 한명숙 대표나 민주당이 한미FTA를 추진한 것에 대한 진실한 성찰과 국민 앞에 솔직한 반성 없이 대충 시류에 올라타고 넘어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본말이 전도된 평가”라고 지적했다.
충남 부여, 청양에 ‘농민의 아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마한 천성인 통합진보당 후보도 “16일 부여읍에서 주민을 만난 자리에서 “농산물 가격 폭락을 몰고 온 한미FTA에 대해 ‘재검토’라는 무난한 표현조차도 고치겠다는 정당이 어떻게 우리 농민, 서민에게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천성인 후보는 또 “민주당이 민생경제를 좌우할 농업정책, FTA 정책노선과 관련해 부디 재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런 민주당의 중도노선 추진을 두고 당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한미FTA 평가나 강령 속 문구만 보고 우클릭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중도노선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민주당이 여전히 경제민주화 등의 내용을 가지고 박근혜 정부에 맞서는 모습을 보면 실제 중도 우클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