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등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진수 전 주무관이 받은 기호 00272 띠지의 관봉이 시중은행에 풀린 시점은 빠르면 2009년 10월말, 늦으면 2009년 11월 초순 이다. 이를 역산하면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 본점에 문제의 돈다발이 납품된 시점은 2009년 10월 말 즈음이다. 당시는 5만원 신권이 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권에 대한 요구가 많던 시기라 한국은행에 거의 재고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이렇게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17-18개월이나 돈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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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풀린 시점 아닌 6월 발행시점만 주목하나
최근 일부 언론은 검찰이 관봉 돈띠에 인쇄된 기호와 5만원권 현금의 화폐번호를 추적한 결과 관봉 발행시점이 2009년 6월 직후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모 언론은 지난 13일에 검찰 관계자가 “5000만원 관봉은 5만원권 신권이 나왔던 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5만원권 신권이 많이 나와서 관봉형태로 시중은행에 배포됐다”고 한 말을 전했다.
하지만 검찰이 관봉의 발행 시기까지 넓혀 인출자 수사를 진행하면 5000만원 이상 인출자 대상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럴 경우 인출자를 찾을 수가 없어 검찰이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한국은행은 통상 원활한 화폐 수급을 위해 조폐공사에 연간으로 발주한다. 조폐공사는 신권 납품에 차질이 없도록 6월 이전부터 5만원권을 미리 찍어두었고 조폐공사 금고에 보관하다 앞 번호부터 납품했다. 문제의 관봉 발행시기는 신권 발행 초기에 미리 찍어둔 돈일 수 있다. 발행시기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관봉이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으로 납품한 날짜와 시중은행으로 풀린 날짜다. 당시는 납품시기와 시중은행에 풀린 시기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관봉 인출 시기를 최대한 압축하기가 쉬워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50원짜리 동전은 3년 전에 발행한 돈이 시중은행에 지급되고 있지만, 5만원권은 지금도 수요가 많아 대부분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에 납품되는 대로 바로 풀리고 있다. 실제 막 5만원 신권을 발행하기 시작한 2009년도엔 신권이 딸려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으로 5만원 관봉을 보내던 차량이 하루에 두 번씩 온 적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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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최근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에 돈이 납품된 시기를 검찰에 알려줬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서울지검에서 공문요청이 와서 00272번의 관봉이 들어온 시기를 알려줬지만 화폐가 풀린 시점은 정확히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5만원권이 바로 은행권에 풀렸기 때문에 해당 시기를 최대한 1주일 사이로 압축이 가능하다. 이 시기에 5000만원 이상 현금으로 인출한 사람을 찾아내기가 훨씬 쉬워진다.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에 따라 하루 2천만 원 이상 현금 입출금할 경우 거래 정보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동 등록되기 때문이다.
당시 5만원권 수요가 많은데도 17-18개월 동안 관봉형태로 5000만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곳은 정부나 대기업 정도다. 류충렬 전 국장은 이 돈이 처음엔 총리실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었다고 주장하다 관봉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작고한 장인이 마련한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재화 민주당 MB심판 국민위원회소속 변호사는 “그렇게 오랜 기간 보관됐다면 정부나 대기업이 가지고 있었던 돈”이라며 “이미 시중에선 모 대기업 비자금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국가기관의 비밀 자금이거나 대기업 비자금일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16일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관봉 5000만원을 건넨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56), 이기영 경감(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