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북본부 일본방문단의 교류는 이번이 17회째. 지난 1989년 이리시(지금은 익산시)에 위치했던 일본계 스키 장갑 공장이 아세아스와니 노동자들의 일본원정투쟁이 계기가 된 교류는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중단되지 않고 이어져왔다.
올해 일본방문단은 버스노동자들과 사회보험노동자들, 농협노조와 건설노조 등 전북지역에서 활발한 연대와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노동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9월 2일부터 9월 8일까지 6박 7일 동안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 문제와 일본 노동자들의 해고 투쟁과 한일 노동자 교류 행사 등에 함께하고 돌아왔다.
조선학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일본 극우정권
제17차 민주노총 전북본부 일본방문단이 찾은 첫 번째 현장은 조선학교 무상화 재판 현장이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2013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역사 문제이다. 특히 일제 치하를 미화하고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사학자들을 국사 관련 주요 기관에 배치하고 역사왜곡 교과서가 등장하면서 역사를 왜곡하는 박 정권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큰 편이다.
일본의 자민당 아베정권도 박근혜 정권과 유사한 극우정권이다. 이들도 최근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일 제국주의 문제,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역사왜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일본 내 극우여론을 모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극우여론을 적극적으로 모아가기 위해 조선학교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조선학교 무상화 문제이다.
아베 정부는 지난 2월 일본인 납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선학교를 고교 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확정했다. 고교 수업료 무상화는 일본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고등학생의 수업료 전액을 학교에 지원하는 제도로 각종학교로 분류된 조선학교에 대해 이 제도의 적용을 미뤄왔다. 그리고 아베 정권은 고교 수업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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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전북본부 일본방문단은 9월 3일 조선학교 무상화 지원 재개를 촉구하는 캠페인에 함께 했다. [출처: 참소리] |
“조선학교 지원 일반학교의 1/4 수준, 이마저도 2010년부터 중단”
일본방문단이 찾은 9월 3일에는 오사카부 지방법원에서 이와 관련한 재판이 있는 날이었다. 최근 극우 발언으로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하시모토 오사카부지사는 작년 초부터 조선학교에 대한 지방보조금을 부결시켜왔다. 이에 오사카부 지역 조선학교 지원단체들은 오사카부청을 상대로 작년 9월 제소하여 현재까지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날 재판에 참관하러 온 오사카시 조선초등학교 김철 교장은 “일본은 학교에 대한 보조금은 지자체에서 지원해왔다. 그러나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액은 상당히 적었는데, 오사카부는 다른 지방의 조선학교에 비해 많은 편이었지만 이 보조금이 중단됐다”면서 “조선학교에 대한 오사카부의 지원액은 국립학교의 1/10, 사립학교의 1/4 수준으로 조선학교를 어렵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현재 조선학교가 처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러나 지원액이 줄면서 처한 운영상의 위기보다 더욱 큰 어려움은 일본 내 조선학교에 대한 시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철 교장은 “아베정부가 북조선은 못된 나라라고 국민 감정을 조장하며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도 하면 안 된다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일본이 전후 시절부터 재일조선인을 적대시하고 권리를 박탈했던 흐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사카 조선학교 무상화 재판에 대한 열기는 제법 뜨거웠다. 9월 3일 5차 공판에는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약 15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재판장 좌석이 부족해 추첨을 통해 방청인을 뽑았다. 추첨을 통해 방청을 할 수 있게 된 방일단원들은 일본어를 못하는 관계로 재판장만 둘러보고 서둘러 나와 방청하러 온 조선학교 학생 및 시민들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이날 공판은 약 10분간 진행됐다. 이번 공판의 쟁점은 하시모토부지사가 TV 등 언론을 통해 북한이 불법국가라고 말한 것에 대한 사실 여부였다. 오사카부는 이 사실을 부인했지만, 조선학교 무상화 재판을 돕고 있는 인권변호사들은 TV 등에서 하시모토 부지사가 발언한 것들을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을 돕고 있는 인권변호사는 “조선학교가 분류되어 있는 ‘각종학교’는 일본의 교육법 중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당연히 지원을 하게 되어 있지만 조선학교만 배제했다”면서 “오사카부는 정치단체와 관계를 두고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중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학교에 대한 구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각종학교와 차별하는 행위”라며 이 부분을 앞으로 재판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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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학교 무상화 지원을 중단한 오사카부를 상대로 조선학교를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작년 말 소송을 걸었다. 9월 3일 5차 공판에는 오사카 조선고등학교 학생들이 방청을 위해 참석했다. [출처: 참소리] |
같은 시간 오사카부청 앞에서는 오사카 조선고등학교 무용과 학생들과 조선학교 지원단체들이 조선학교 지원 재개를 촉구하는 캠페인이 있었다. 오사카 조선고등학교 무용과 학생들은 조선학교 지원을 촉구하는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지만, 이 유인물마저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조선학교 학생들은 “조선학교 보조금 재개를 부탁합니다”라는 구호를 열심히 외치며 캠페인에 적극적인 모습이라 같은 동포로서 일본방문단원들의 마음을 울렸다.
오사카 조선고등학교 1학년 김귀령 학생은 “사람들의 눈을 보면 차별을 느끼고 여전히 우리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전체가 하나를 위하여, 하나가 전체를 위하여’라는 조선학교의 목표처럼 모두가 힘 합쳐 이겨내자고 다짐하고 있다”고 다부진 말투로 일본방문단원들에게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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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학교 무상화 재개를 호소하는 조선학교 학생들 [출처: 참소리] |
“아베정권 우익 결집을 위해 조선학교에 정치적 공세”
아베정권의 조선학교에 대한 정치적 공세로 조선학교에 대한 반감을 강화하는 만큼 일본사회의 양심적인 시민단체들의 조선학교 지키기 운동도 커지고 있다. 일본방문단은 재판이 끝나고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지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이들의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함께’라는 조선학교를 지지하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리모토 마사아키라 씨는 “올해로 간도대지진이 90주년이 됐다. 그 당시부터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옹호하는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일본에 있는 조선인들에 대한 역사에 있어 일본인으로서 책임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이 활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민족의 말과 역사, 정체성을 계속 갖고자 하는 재일동포의 노력은 당연한 권리”라며 조선학교가 일본 내에서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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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소리] |
아리모토 씨에 따르면 조선학교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교수 및 일본학교 교원들이 많이 참여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대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편이다. 아리모토 씨는 “일본의 보수적인 사람들도 조선학교를 방문하고 보잘 것 없는 학교 시설에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감동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일본의 시민사회단체가 바라보는 한반도 정세가 상당히 진보적이라는 것 이었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을 ‘불법국가’로 규정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내 보수우익들은 이를 통한 긴장관계를 자신들의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며 각종 비리를 덮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국정원 사태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절차도 이런 적대정책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평화협정 등 한반도의 평화 지향적인 목소리는 종종 ‘친북’, ‘종북’으로 공격을 받으며 한국사회에서 소수의 목소리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반도가 진정한 평화지대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가 평화협정 체결 등을 통해 평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일본 내 극우정권의 목소리가 힘을 잃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조선학교 무상화를 요구하는 연락회’에서 재정을 맡고 있는 오오무라 씨는 “조선학교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일본사회 차별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조선학교 무상화를 쟁취하는 것은 일본이 폐쇄적인 사회로 가는 것을 막는 길”이라며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을 약속받는 것은 단순히 민족문제를 넘어 일본사회 차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학교 교육은 경쟁사회 내에서 대안 모델”
[인터뷰] ‘조선학교 무상화를 요구하는 연락회’에서 활동하는 미유코 씨
미유코 씨는 교직을 은퇴한 일본 시민이다. 그녀는 조선학교가 하나의 대안적인 교육모델로 일본사회에 널리 알려지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 조선학교를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함께 [출처: 참소리]
조선학교가 일본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유코 : 조선학교가 말하는 민족교육은 언어를 가르치고 문화를 가르치는 것으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키우는 교육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경쟁을 이기는 교육이 아니라 평등과 협동의 인간성을 가르치는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조선학교 교원들은 현재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교육에 복무하고 있고,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도 상당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조선학교 학생들은 인간으로서 빛나고 있다. 지금 일본사회는 격차와 빈곤을 낳는 사회가 되고 있다. 차별과 패배주의, 소외가 만연한 사회가 되고 있다. 조선학교 아이들과 함께 우리가 투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일본사회 내 차별을 바꾸기 위한 것이다.
미유코 씨가 본 조선학교 학생들은 어떤가?
미유코 : 평소에 조선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 이들은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조선학교를 지키고 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일본사회 속에서 고생하며 조선학교를 지키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자기가 어떻게 자라야 하는지 느끼고 생활하고 있다. 그래서 조선학교 학생들은 왕따를 시키거나 자살을 하는 일은 없다.
일본학교 교사들과 견학도 한다고 들었다.
미유코 : 조선학교를 견학한 일본교사들은 많이 감동한다. 우리들이 무엇이 부족한 지를 조선학교를 통해 배운다. 특히 과거청산 문제와 역사 문제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권력자들이 많은데, 과거를 올바로 바라봐야 올바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조선학교는 가르쳐주고 있다. 그리고 경쟁사회로 가고 있는 어두운 일본에서 한 가닥 빛줄기가 바로 조선학교의 아이들이 아닌가 느낀다. 교사로서 많은 일본 학생들이 무기력하게 자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조선학교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가지고 있다.
(기사제휴=참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