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강대 예수회센터에서 ‘노동자대토론회 : 세계 경제, 사회 위기에 대한 남반구 노동자의 목소리’ 섹션이 진행됐다. 회의에는 애초에 예정되어 있었던 세 명의 발제자 중 한 명의 발제자만이 자리를 채웠다. G20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국제 활동가들의 출입국을 과도하게 규제해 두 명이 정상적으로 입국 거부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킨티누 세베로 브라질노총 사무총장은 “민중의 노동운동을 위하여 입국한 자들을 거부한 한국 정부의 방침에 대해 크게 규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압둘와히드 이브라힘 오마르 나이지리아노총 위원장 |
참석하지 못한 발제자들의 공백은 해당 섹션 주최들이 메웠다. 남아공노총과 브라질노총, 아르헨티나노총 연사들은 발제자 못지않은 생생한 언사로 남반구 상황을 전달했다.
“G20에서 어떤 희망의 빛도 찾을 수 없다”
칼 클로에트 남아공 금속노조 사무부총장은 “사실상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민중들이 잘못된 체제의 희생양이 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후반,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주식시장과 통화가치 문제 때문에 고통을 겪었던 것처럼 남반구에서도 이런 2006년과 2008년 사이에 유사한 위기를 겪었다”고 전했다. 당시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7,500만 명이 빈곤에 빠지고 1억2,500만 명의 사람들이 극빈에 시달리게” 된 것.
이어 그는 “정부의 사회복지 예산이 축소되고 민영화가 시작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나 G20은 실업에 대한 어떤 대안적인 대책들도 거부하고 있고 빈부격차를 감소시키기 위한, 빈곤을 철폐하기 위한 노력들을 게을리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킨티누 세베로 브라질노총 국제비서는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들이 제안하는 해결책들은 진정한 해결책이 못 된다”며 “G20이 제안하는 대안들에서 어떤 희망의 빛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첫 단계에서 많은 국가들이 다국적 기업들과 다국적 자본들을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합의했으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제안된 모델은 보다 심각한 구조조정, 실업 증가, 임금 축소를 함축하고 있으며 그리스, 프랑스 등 유럽에서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경제위기의 대가를 결국 노동자들이 치르게 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며 서울 G20에서 그와 같은 결론이 반복되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이어 그는 “우리 노동자들은 또 다시 경제위기의 대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적 연대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르헤 얍콥스키 아르헨티나노총 전국위원은 “199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구조조정과 국가지출 삭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며 “사회지출삭감은 빈곤과 사회적 배제를 더욱 증가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가 “콩, 유채, 광물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부분적으로나마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있지만 노천채굴, 콩 단일경작으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변형이라는 문제를 겪고 있”으며 “빈곤과 궁핍으로 아르헨티나의 영아사망률이 쿠바의 세 배까지 증가했고, 어린이들의 영양실조와 사망률 역시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노동조합운동이 임금인상 요구를 넘어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는 운동으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며 노동의 불안정화, 다양한 사회운동들과의 동맹, 새로운 국제질서와 노동조합의 대응이라는 세 가지 핵심 의제에 대한 행동 계획을 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서 온, 오마르 나이지리아노총 위원장은 “나이지리아 상황이 굉장히 안 좋다”며 상황을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나이지리아 경제도 크게 휘청였다. 그는 “주식시장에 투자자들의 수탈과 함께 자본 유출이 있었고 이 때문에 금융시스템과 금융기관이 신용축소 상황을 겪었다.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을 줄였고 가계 수요를 줄였고 주가와 부동산 가치가 폭락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천문학적인 실업률을 기록했다. 그는 “은행과 제조업 부분이 유동성 위기에 큰 위험 받자 비용절감을 위해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실업수당을 받을 수도 없다. 공식통계에 의하면 4천만 나이지리아인들이 일자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ITUC(국제노총)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 실업의 약 9.6%라고 한다”고 전했다.
오마르 위원장은 이 같은 남반구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난, 환경파괴, 지역분쟁, 난민, 기아, 질병 등 세계 위기의 상당부분을 맨몸으로 견뎌내야 한다”며 “이런 도전과제들에 맞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하워드 국제노총 경제정책실장은 “2년 전, G20을 만들던 당시 그들은 금융시장이 결코 다시는 세계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금융시장을 규제해 위기 재발을 막겠다 했지만 이들은 지금 2년 전 결의를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G20이 “충분한 금융 부분의 규제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토론토 이후에 별 볼일없는 회의가 되었다”며 G20에 2008년 ILO에서 채택한 세계일자리협약과 지난해 코펜하겐에서 합의된 바 있는 기후협약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통제가 필요한 건 노동이 아니라 자본
이날 ‘노동자대토론회 : 세계 경제․사회 위기에 대한 남반구 노동자의 목소리’에 참석한 남반구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G20 서울정상회의에 대한 남반구 노동자 선언’을 발표했다.
‘노동자 선언’에서 이들은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온 초국적 금융자본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논의되어 왔던 은행세와 금융거래세가 점점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에서 실종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경제구조의 재구성을 위해 강력한 금융통제 방안의 합의와 이행을 촉구”했다.
또 “토론토 G20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재정건전화’ 정책은 사실상 신자유주의적 ‘긴축 정책’을 부활시키는 조치라는 점에서 강력히 반대하며, 재정적자의 탈출은 금융자본과 부자에 대한 증세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G20정상회의가 대다수 남반구 국가를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성과 대표성이 근본적으로 결여되어 있다”며 “보다 포괄적이고 민주적인 국제적인 논의구조”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들은 “G20 정상회의 의장국 이명박 정부의 노동탄압, 인권탄압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이주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집중단속, 서울국제민중회의 참가자에 대한 비자발급 및 입국 거부, 성실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공권력 투입 등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벌어진 인권, 노동권 탄압을 규탄”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