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예퇴직을 거부한 노동자에게 퇴근할 때까지 벽쪽 사물함만 바라보고 있게 한 자리배치로 논란이 된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모트롤,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하고 폭언을 퍼부어 사과 기자회견까지 연 대린산업 등 연이어 사건이 벌어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 씨 죽음의 원인으로 ‘가학 노무관리’ 실태를 발표한 29일 국회 토론회에서 이종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한국에서 가학적 노무관리는 폭력이 일어나도 노-노갈등으로 치부하거나 사용자의 재량 범위 내 행위로 보고 정당성을 인정하는 일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1980년대부터 반괴롭힘 정책과 규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괴롭힘을 규제하는 법제도를 만들었다. 법률이 아니더라도 지침, 행정감독 등을 통해 괴롭힘 반대 정책을 표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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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1998년 사회적으로 괴롭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다가 공산당에서 처음 ‘노동에 있어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후 2002년 1월 사회현대화 법률이 제정되면서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규정이 노동법전 및 형법전에 도입됐다.
이 변호사는 “건강과 안전 부분에서도 정신적 괴롭힘의 위험을 고려할 것을 규정하는 등 노동법전 전반에 괴롭힘, 정신적 위험 요소에 대한 규정을 삽입했고, 그 밖에 형법전에도 규정되어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둔 입법례”라고 전했다.
법률에 따르면, 건강과 안전에 관한 사용자의 의무와 관련해 그 범위를 ‘건강’에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으로 명시했으며, ‘정신적 괴롭힘, 성적 괴롭힘과 관련한 위험’ 등 요소들을 통합하는 일관된 예방계획을 준비하도록 규정했다.
사용자의 각 종 보복행위를 무효로 보고, 위반 시 형사 처분하며, 피해자인 노동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한 규정이 눈길을 끈다.
법률은 2009년 프랑스 법원이 ‘정신적 괴롭힘에 가해 의도가 필요 없음’으로 판시하거나 2010년 사용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은 괴롭힘도 사용자의 근로계약상 성실의무 위반으로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 등 실제 적용됐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각 주에서 직업안전 관련법에 일터 괴롭힘에 관한 조항을 넣는 방식으로 입법적 해결을 모색하거나, 주정부 차원에서 일터 괴롭힘에 관한 상세한 지침을 채택해 인식 개선과 절차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가학적 노무관리, 정신적 학대 문제는 이전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성과주의와 구조조정의 심화에 따라 각 국가들이 주목하고 있다”면서 “일터 역시 개인 인격이 침해되지 않는 공간임을 확인하고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 범위를 넓히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괴롭힘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으로 노조파괴 행위를 보면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현실”이라며 “때문에 가학적 노무관리에 대한 대응은 단지 법제도의 문제는 아니나, 노동자의 존엄을 선언하고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용자에게 그 권리 침해에 대한 책임을 원칙적으로 지우게 하는 법제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성기업은 충남노동인권센터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2012년부터 5년간 조사한 결과, 지난해만 우울증 고위험군 43.3% 등 매년 40%를 넘었다. 보건복지부가 전 국민을 상대로 5년마다 실시하는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2011년) 결과 주요 우울장애를 가지고 있는 국민 비율이 6.7%라는 점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토론회에서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씨는 유성기업 노동자 괴롭히기에 대해 “노조를 약화시키는 방편으로 종합적인 노동자 괴롭히기가 이루어졌다”면서 “가해행위가 권력관계-고용관계의 우위를 가진 기업이 의도적으로 행했다는 점은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장경희(충남노동인권센터) 씨는 “장기간 노조를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한 유성기업, 막강한 힘으로 노조파괴에 개입한 현대차 등은 공권력과 검찰, 사법부의 힘으로 모두 사면됐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악화는 필연적이며,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는 한 치유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은(새날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사측은 부당노동행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고소, 징계 등을 중단해야 하며, 검찰은 이미 밝혀진 부당노동행위에 관여한 유성기업 및 현대자동자 사용자들을 추가 기소해야 하고, 법원은 신속한 재판을 통해 헌법과 노동관계법상 노동3권을 유린한 불법 행위자에게 중형을 선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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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