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
왜 나는
전라도에 고개 숙일까
어느 ‘혼 없는 정치인’의 언술을 접한 후,
그 곳 어디의 세미나 장에서
감히 ‘광주의 정치적 아들’을 자임했을까
두 번의 사선을 넘었다는 그 때문일까
그의 그림자를 자처하는 ‘노회한 정치인’
그의 세포분열을 역설하는 ‘개혁 정치인’,
죽은 이는 말이 없고
그저 얇은 입술들이 모아낸
‘호남 민심’, ‘광주 민심’의 무게 때문인가
내가
전라도,
광주에 머리 숙이는 것은
그 곳의
‘정치적 아들’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변방의 땅
그 새벽,
고개 숙이지 않은 채 죽어간 이들
끝이 보이지 않는 전라도 길, 그 가난이 부끄럽지 않았던
죽음이 엄습하는 긴장의 순간,
그들이 남긴 한마디
“우리는 비록 오늘 여기서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기억할 것이다”
그 새벽,
공개된 학살에 대한 두려움
질긴 삶의 끈을 놓을 수 없어
한걸음 그 옆으로
달려가지 못한 이들,
그 흐느낌의 고통이
외로움의 떨림이
여전히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죽은 자들의 말은 희미해지고
그 새벽,
그들을 잠 못 이루게 한
시민인륜의 향기로움도 무뎌져
나른한 기운이 감싸는,
이 세상 주변에 버려진 이들의 정치적 고향
그 깊게 패인 역사의 주름조차 부정되고 있는,
그 곳,
낯선 ‘호남’
이 새벽,
저만치 걸어가는 그를 보내며
그 때,
그 변방에 흘러넘쳤던 자긍심을 떠올린다
새로운 변방,
그의 발걸음 끝에 새겨진
‘봉기의 정치’를
꿈꾸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