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월세 내고 일하러 다니는 젊은이들이 제 돈 내고 타고, 월세 받고 사는 노인들이 공짜로 타고 등산하러 가는 현실”, “복지 남발이 가져온 폐단”, “공짜 손님 줄여라”, “나라 재정 거덜 난다”.
이러한 사태를 무상급식과 비교한 댓글도 있다. “아이들 무상급식은 나쁜 공짜, 내가 받는 노인 무임승차는 착한 공짜”.
댓글에서 노인들은 ‘사람들이 낸 세금을 축내는 이들’로 묘사된다. 바쁜 출퇴근 시간에 굳이 등산, 온천 등에 간다며 지하철을 타서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굴며, 노약자석에 앉은 임신부들에게 무례하게 구는 존재가 노인들이다. 그래서 댓글에서 사람들은 무임승차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혹은 무임승차자를 줄일 일종의 ‘대안’을 제시한다. 500원, 300원, 100원 등 일정 정도의 비용을 부담시키거나 기존 노인 감면은 그대로 두되 신규로 진입하는 이들에겐 반값 정도는 부담시키자는 식이다.
본래 서울도시철도공사(아래 공사)가 15일 발표한 보도자료는 서울도시철도 ‘2015년 수송인원 분석’을 정리한 것이다. 여기엔 서울 지하철 5~8호선 총 수송 인원과 최다이용노선, 무임승차 인원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보도자료를 보면 작년 한 해 총 수송 인원은 9억7000만 명(일평균 265만 5000명)으로 이는 전년도의 99.2% 수준이다. 공사는 승객 감소의 주원인은 메르스 사태라고 파악한다. 그러나 총 수송 인원이 줄었음에도 무임승객은 늘었다. 5~8호선 무임승객은 하루 평균 27만 5000명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이는 5~8호선에 승차한 전체 승차인원의 14.8%에 달하는 규모다. 65세 이상 어르신이 77.7%(일평균 21만 4000명)로 전년 대비 3% 증가했고, 장애인이 20.8%(일평균 5만 7000명), 국가유공자가 1.5%(4000명)를 차지한다. 공사는 “무임수송은 매년 증가 추세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그 비율 또한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공사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2005년도엔 무임승객이 하루 평균 18만 6000명으로 전체의 11.4%였으나 2015년도엔 27만 5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현재 공사는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1~3급은 동반 1인까지 포함), 국가유공자에겐 지하철 요금을 받지 않는 ‘우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이러한 감면 정책은 노인, 장애인 등 복지수혜자에겐 간접적으로 소득을 보전하는 일종의 복지 정책으로 기능한다. 그렇게 이들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복지 제도’를 이용했을 뿐인데 언론을 통해 ‘(의도적으로) 요금을 내지 않은 공짜 승객’으로 둔갑했다. 언론이 사용한 ‘무임승차’라는 단어엔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의무는 이행하지 않은 채 자기 편익만을 취하는 자’라는 사회적 해석이 들러붙는다. 그래서 이들은 세금을 축내는 파렴치한 자들이 된다. 이에 해당하는 자들이 대표적으로 노인, 장애인 등 복지수혜자이며, 이는 즉각적으로 복지수혜자(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혐오, 복지에 대한 혐오로 연결된다. 이러한 혐오 감정은 공사의 적자와 연결될 때 극에 달한다. 국가 지원 부재 등 구조적 문제는 가려진 채 ‘적자의 원인 = 무임승차자(공짜 승객)’라는 가느다란 도식만이 남는 것이다. 그래서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요금을 내지 않는 이들에 대한 조치 등이 제시된다. 무임승차 가능한 시간대를 제한적으로 두자, 요금의 일정 비율은 부담하라는 등의 반응이 그것이다.
그래서 “공짜 승객”, “요금을 내지 않았다”라는 기사의 표현은 사람들을 자극한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50%에 육박하며 노인빈곤율 OECD 회원국 1위라는 참혹한 현실은 없다. 이는 언론의 악의적 왜곡보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서울 지하철 5∼8호선 공짜’라는 키워드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15일에 보도된 기사만 네이버에선 58개, 다음에선 50개의 기사가 검색된다.
댓글에 등장한 ‘월세받아 사는 노인들’은 전체 노인 인구 중 얼마나 될까? “부자한테까지 승차권 남발하니 감당이 안 된다. 부자에게 혜택은 적게, 가난한 자에겐 복지 혜택을 더 많이 줘야 한다”라는 덧글도 베스트 덧글로 꼽혔다. 이에 동의한다면, 노인과 장애인에겐 지하철 ‘무임승차’만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많은 ‘혜택’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아니, 혜택이라는 표현은 시혜적이다. 국가가 지하철 요금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이들의 삶을 보장해준다면 어떨까. 즉, 언론이라면 오히려 ‘지하철 요금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빈곤한 노인과 장애인의 삶’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이들이야말로 정말 ‘가난한 사람’들이니.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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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