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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의 한 도로변에 너구리가 로드킬 당한 채 발견됐다. [출처: 울산생명의숲] |
울산지역에서도 ‘로드킬(동물이 도로에서 교통사고 등으로 죽는 일)’이 발생하고 있지만, 울산시는 로드킬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이하 예방협회)에 따르면 울산에서는 지난해 도로 400~500m 당 한 마리 꼴로 동물이 도로에서 차에 치이는 등으로 숨졌다.
울산 도심지에서는 고양이가 가장 많이 로드킬 당한다. 예방협회에 따르면, 개 1~2마리가 길에서 숨지는 동안 고양이는 10마리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
울산 외곽 도로에서 희생되는 동물은 너구리가 1위로 가장 많다. 예방협회에 따르면, 울산 외곽 도로에서는 너구리에 이어 멧토끼, 족제비, 고라니 순으로 로드킬을 많이 당한다. 예방협회는 지표도로(대표도로)를 선정해 매월 1회씩 로드킬 발생 건수를 조사하고 있다.
울산에서 로드킬당하는 동물 중에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동물 등 보호종도 적지 않다. 몇 년 전, 울산 울주군 두서면 가정마을 부근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인 담비가 로드킬 당한 채 죽어있는 것이 발견됐고, 울주군 상북면 가지산 주변 도로에서도 멸종위기종 2급인 삵이 차에 치여 숨진 채로 발견됐다.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태화강변 등에서는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이 로드킬을 당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울산에서는 소쩍새, 남생이 등 보호종들이 로드킬을 당한 채 발견됐다.
보호종은 아니지만, 두꺼비나 도롱뇽 등은 산란을 하기 위해 집단으로 이동하는 도중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이들은 산에서 물가로 가는 길이 도로로 막혀 있어 도로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죽기도 한다. 또 이들 파충류가 이동 도중 배수로에 떨어지거나 경계석에 막히면, 다시 길 위로 올라가지 못해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울산생명의숲 윤석 사무국장은 “경계석과 배수로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도롱뇽이나 두꺼비한테는 치명적인 장벽이다”며 “두꺼비 등은 콘크리트로 된 직각의 장벽인 배수로에 한 번 떨어지면 다시 못 올라온다”고 했다. 윤석 국장은 “대곡리 암각화 가는 길 경계석 앞에서 몸에 물이 말라 새카맣게 죽어있는 도롱뇽 떼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울산에서 로드킬 발생 건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드킬예방협회는 “자동차와 야생동물은 증가하는 반면, 다른 여건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울산지역에서도 로드킬 발생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숲과 숲 연결해 동물들의 생육 공간 넓혀야”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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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남구 두왕마을 14번 국도에 위치한 생태통로. [출처: 한국로드킬예방협회] |
하지만 울산시는 로드킬 예방과 관련, 대책이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울산저널>이 확인한 결과, 울산시는 로드킬에 대한 수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동물이 도로에서 차에 치이는 등으로 숨지게 되면 폐기물처리해서 버린다”며 “치우는 데 방점을 찍지 어떤 동물이 어떻게 죽어가는 지 확인하지는 않아서 로드킬 현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로드킬예방협회 관계자는 “로드킬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로드킬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는 파악해야 하지만 현재는 기본적인 데이터 베이스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관리당국은 로드킬 현황을 조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로드킬 대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나마 고속도로 등에는 한국도로공사와 울산시가 생태통로를 조성해 동물들이 숲과 숲 사이를 지나가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울산에는 생태통로가 3개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생태통로가 효과가 적고, 근본적인 예방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생동물들이 생태통로가 자신들을 위한 길임을 어떻게 인지하겠냐는 목소리다.
울산생명의숲 윤석 사무국장은 “생태통로는 야생동물들이 ‘쥐가 고양이한테 몰려 쥐구멍 찾다가 이용하는 수준’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많다”며 “콘크리트 구멍 하나 내 놓은 것을 동물들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울산시청 관계자도 "생태통로는 동물들이 도로로 나가지 못하게 유도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 근본적인 예방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윤석 사무국장은 “그나마 지금은 생태통로는 흙으로 된 공간으로 만드는 추세로 가고 있다”며 “동물들이 다니는 길은 최대한 원래 숲 지형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동물들이 알고 지나갈 것”이라고 했다. 울산에 있는 3개의 생태통로에는 모두 흙과 풀 등이 깔려 있다.
환경단체들은 로드킬 예방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울산생명의숲 관계자는 “야생동물 로드킬은 대부분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단편적으로 생태통로만 만들 것이 아니라 파편적으로 나뉘어진 숲과 숲을 연결해야 한다. 숲들이 다 연결돼 있으면 동물들의 옆 숲으로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생육 공간이 넓어져 로드킬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숲을 절단하는 방식으로 도로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중심’, ‘인간 중심’의 인식을 벗어나 생태를 고려한 큰 틀에서 도시와 도로 조성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동물과 식물이 살아야 사람도 같이 살 수 있다”며 “사람들의 편리만 생각할 뿐 아니라 ‘아주 작은 개구리나 토끼도 이동이 수월한가’ 등 동물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 관계자도 “인간이 자동차와 도로로 동물들의 서식지를 침범하고 있다”며 “우리는 생태를 구성하는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울산 도심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기동물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심지에서는 대부분 개나 고양이 등 유기동물이 로드킬을 당하기 때문이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 강찬희 대표는 “반려동물을 책임지는 환경이 있다면 도심지에서의 로드킬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보인다”고 했다.
시민들이 로드킬 다발지역에서 과속운전하지 않을 것, 로드킬 발생 시 즉시 신고해 2차 피해를 막을 것, 기업이 로드킬 관련 민간단체를 적극 후원해 활성화시킬 것 등도 대응책으로 꼽힌다. 현재 울산시는 로드킬 주의 표지판을 설치하고 있지 않다. 로드킬 예방 홍보는 한국로드킬예방협회 등을 통해 하고 있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는 2013년 현대자동차가 후원해 설립한 단체다. 한국로드킬협회는 겨울철 먹이가 부족한 야생동물을 위해 ‘도토리 저금통’ 설치하기, 로드킬 예방 벽화 그리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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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영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