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8일 현대차 노,사는 ‘사내하청노동자 4000명을 신규채용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 교섭에는 울산비정규직지회가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노조 규약에 따라 교섭권이 있는 금속노조도 참여하지 않았다.
비록 교섭에 참여한 전주·아산지회가 조합원 총회에서 각각 71.6%, 57.1% 찬성으로 합의안을 통과시켰지만, “불법파견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이 노동자들에게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포기까지 요구한 사측은 8.18합의를 통해 사실상 ‘불법파견 면죄부’를 받았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금속노조의 불참 속에 이루어진 합의안에 대한 승인 논란마저 잠재우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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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는 2014년 8월19일 총회를 열고 ‘사내하도급 관련 합의서’ 잠정합의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출처: 자료사진] |
봉합된 갈등, 법원 판결로 증폭
현대차 노사 특별교섭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복잡하게 진행되는 사이 노조도 구성원들의 입장 차이로 갈등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전주·아산·울산 비정규직 3지회는 8.18합의 이전, 7월 19일 3지회 통합대의원대회에서 ‘지회별 교섭 진행여부에 대한 상황 판단이 다른 부분을 서로 인정하고 각 지회별 판단을 존중’하기로 결정한다. ‘모든 조합원의 전원 정규직화 전환’ 요구로 ‘공동교섭과 공동투쟁’ 원칙을 포기한 결정이었다. 다시 말해 ‘교섭 요구와 공동투쟁’에 대해 상당한 의견차이가 있었고 이를 ‘판단 존중’이라는 수사로 봉합했다.
하지만 이 봉합조차 불법파견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9월 18, 19일 연달아 나오면서 깨진다. 법원 판결은 8.18합의에 대한 ‘쓰레기 합의’ 논란을 불렀고 교섭에 참여했던 아산지회 집행부는 총사퇴한다. 이후 전주와 아산지회는 “더 이상 전주·아산 조합원들을 쓰레기로 모독하지 마십시오” 제목의 공동성명을 지난 12월에 내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당시 ‘비정규직 3지회의 단일한 입장이 제출되지 않을 경우 교섭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노조는 7월 31일 금속노조와 3지회의 간담회에서 ‘3지회의 통일적 대응을 요구’했고, ‘교섭권 및 체결권이 노조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이 문제에 대해 주도적인 교섭진행이나 책임보다는 울산지회와 전주·아산지회 중간에서 조정하는 역할 이상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파견 교섭 과정에서 3지회 입장 차이를 알았고 ‘교섭권·체결권이 노조에 있다’고 얘기 하지만, ‘해당 주체들의 의견 또한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현대차의 공격뿐 아니라 정규직노조와 갈등 부른 요구안 변화
또 다른 갈등 요인은 요구안의 변화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에서 ‘직접생산하도급 정규직 전환’으로, 다시 ‘조합원 배제 없는 우선 정규직 전환’으로 요구안이 바뀐바 있다.
김성욱 울산지회장은 이와 관련 “투쟁 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에 조합원을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지금 돌이켜보면 잘못된 판단이었다. 다시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투쟁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 이용덕 씨는 지난 해 10월 24일 열린 공개 토론회에서 “요구안 후퇴가 계속돼 조합원이 정규직화 되면 그걸로 된다는 생각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런 요구 변화는 현대차 사측의 역공격을 부르기도 했다. 특별교섭중인 7월 7일과 29일 회사는 “지회 조합원만 노동자? 대다수 비조합원 4,000명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것입니까?”라며 ‘비조합원에게는 당장 채용 기회마저 주지 말라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달리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충청과의 인터뷰에서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특별교섭과정에서) 울산지회 조합원을 우선 채용해달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우리는 ‘안 된다’고 했다”면서 “왜냐면 지회 실제 조직률은 전제 비정규 노동자 수에 비하면 적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입장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나
이런 입장의 차이는 사내하청과 불법파견을 바라보는 문제의식, 투쟁과정, 현실 판단, 민주노조운동의 문제까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법원 판결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특별교섭에 참여했던 주체들에게만큼은.
김성욱 울산지회장은 “(9.18판결 전에) 3지회가 각각 공정이 다르고 전주지회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판결이 나뉘었듯, 법원에서 일부 패소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과 책임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울산지회는 노측 교섭단 회의에서 ‘1심판결 나오면 (노사합의) 다 무효다. 내용과 요구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고 수차례 주장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도 “당시 정세를 보았을 때 9월 18일 법원에서 전원 정규직화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따라서 9.18판결 전에 성과를 갖는 합의를 해야만 그나마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는 해당 주체들의 의견 또한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의 자료에서 속내를 밝혔다.
“점거농성, 철탑농성, 만장투쟁, 현장투쟁 등 안 해본 투쟁 없이 다 했지만 조합원들이 힘들어하고 지쳐가는 상황이었다”는 김성욱 지회장의 발언처럼, 노조 조직력 약화와 손해배상 청구 등 노조탄압은 사내하청 투쟁주체에게 상당한 압박이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8.18합의 당일 ‘울산지회 농성하며 저항?’
사실관계는 무엇인가
8.18합의 당일, 이미 특별교섭에 불참한 울산지회는 합의 소식을 듣고 노측 교섭단 회의가 진행 중인 현대차 울산지부 사무실에서 농성을 한다.
울산지회는 “울산지회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기로 하고 농성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의서에 이 문구는 없다. 오히려 ‘당사자 이외의 자 소 취하’ 항목에서 ‘소송 취하를 전제로 울산지회 조합원이 현대차 특별고용에 응시할 수 있도록 열었다’는 평가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이와 관련, “울산지회의 조직관장력 문제”라고 했지만, 울산지회의 말이 맞다면, ‘현대차 지부가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사측의 요구대로, 정규직이 되려는 원고들의 소 취하 신청이 잇따르면 울산지회의 향후 투쟁과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노사 잠정합의안이 합의 당일까지도 공개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울산지회는 8.18합의 당일 농성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8.18합의를 사실상 승인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속노조 또한 이 과정에서 ‘농성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는 증언이 있지만, 금속노조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미디어충청과의 인터뷰에서 “(농성을 계속해야 한다는 금속노조의 입장은) 없었다”면서 “주체인 3지회가 공동으로 교섭과 합의를 해 동의하면 금속노조가 합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노조는 합의를 할 수 없다는 게 금속노조의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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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8월 18일 현대차 노,사는 ‘사내하청노동자 4000명을 신규채용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 교섭에는 울산비정규직지회와 금속노조가 참여하지 않았다. |
법원 판결로 내부 갈등은 곪지만 노조는 주춤
한편, 금속노조가 내부 갈등을 겪는 동안 서울중앙지법은 9월 18, 19일 연일 현대차 사내하청 모든 공정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다. 이틀 동안 모두 1,179명의 노동자가 현대차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런 법원 판결은 곧바로 8.18합의 평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울산이 빠진 반쪽 노,사 합의와 법원판결이라는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금속노조는 “현대차는 10여년에 걸친 비정규직 지회 탄압과 꼼수를 그만두고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라는 요구에 당장 응해야”라고 성명을 발표한다. 울산지회나 8.18합의에 동의하지 않은 아산지회 일부 등에서 8.18합의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었지만 갈등 이상의 실질 투쟁 계획을 제출하고 실천을 조직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된 이유 중에 8.18합의가 오히려 사내하청투쟁 혹은 현장투쟁에 장애물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8.18합의 폐기’, ‘8.18합의에 대한 명확한 태도’ 등 ‘8.18합의’에 대한 선명성만 노조 내부에서 불거졌다.
법원 판결 후, 현대차 사측은 9월 24일 ‘법원의 최종판단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최종 확정 판결 시 소송참여 여부 및 조합원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인원에 대해 차별 없이 결과를 준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사 합의 이행을 주장하며 10월께는 울산지회 간부들의 출입을 막았고 울산공장을 포함한 신규채용을 강행한다. 울산지회에서조차 2010년 점거농성으로 해고된 45명 가운에 29명이 신규채용에 응시해 16명만 남는다.
결국 ‘8.18합의’라는 갈등의 씨앗은 11월 24일 금속노조 3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8.18합의 폐기가 핵심인 4개의 수정동의안 통과로 마무리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논란은 불거졌고 불법파견 투쟁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 불신은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현대차 불법파견 8.18합의부터 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까지
- 2014년 4월10일 현대차 불법파견 특별교섭 재개
- 2014년 7월2일 울산비정규직지회 21차 실무교섭 중 교섭결렬 선언
- 2014년 7월19일 전주·아산·울산 비정규직 3지회 통합대의원대회, ‘지회별 판단 존중’ 결정
- 2014년 7월31일 금속노조와 3지회 간담회, 노조에 교섭권·체결권 있다고 확인
- 2014년 8월18일 금속노조와 울산비정규직지회 빠진 채 노,사 8.18 잠정합의
- 2014년 8월19일 전주·아산비정규직지회 총회, 8.18합의 가결
- 2014년 9월18-19일 서울중앙지법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 2014년 11월24일 금속노조 38차 정기대의원대회 ‘8.18합의 폐기’ 수정동의안 4개 통과
- 2014년 12월2일 금속노조 43차 중앙집행위, 정기대의원대회 평가 ‘차기 재논의’
- 2014년 12월16일 금속노조 44차 중앙집행위, 정기대의원대회 평가 ‘차기 재논의’
- 2015년 1월5일 금속노조 45차 중앙집행위 정기대대 평가 원안 승인. 더불어 “조직 내에 혼란이 야기된 바 이에 대해 위원장 입장의 글을 금속노조신문에 개재하고, 차기 임시대의원대회에 ‘정기대의원대회 평가서’를 보고하고 위원장이 사과한다”고 결정
- 2015년 1월13일 금속노동자 신문 257호 위원장 담화문 ‘조합원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 발표
- 2015년 1월13일 울산비정규직지회와 아산사내하청지회 일부 등 항의농성단 금속노조 1층 농성 돌입, (1)전규석 위원장 사과 (2)중앙집행위 결정 폐기 (3)금속노동자신문 폐기 요구
- 2015년 1월20일 금속노조 47차 중앙집행위, ‘정기대의원대회 결정 번복 아니다’ 확인
- 2015년 1월20일 항의농성단 금속노조 위원장실로 농성 장소 옮김
- 2015년 1월24일 민주노총 위원장 명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투쟁은 정당하다” 성명 발표
- 2015년 1월24일 금속노조 2015년 투쟁선포대회 집회, 폭력사태 발생
- 2015년 2월2일 현대차 불법파견 특별교섭 추진 방향 논의, 금속노조-현대차지부-현대차비정규직지회 입장차이 확인
- 2015년 2월4일 49차 중앙집행위, ‘정기대의원대회 결정 번복 아님을 재차 확인’하고 항의농성단에 ‘집기 원상회복과 농성장 이동’ 권고
- 2015년 2월10일 금속노동자 259호 신문, 금속노조 임원 명의 ‘정기대대 결정 번복 아니다’ 내용의 ‘조합원동지들께 드리는 글’ 발표
- 2015년 2월11,13일 금속노조-울산비정규직지회 현대차 사측에 직접교섭 요청
- 2015년 2월24일 금속노조 110차 중앙위원회, 중앙집행위의 정기대대 평가에 대한 이견 기타안건에서 논의하고자 했지만 성원부족으로 유회
- 2015년 2월26일 대법원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노동자 불법파견 판결
- 2015년 2월27일 항의농성단 46일 만에 금속노조 농성 종료
- 2015년 3월3일 금속노조 39차 임시대의원대회, 중앙집행위원 정기대대 평가 4개 삭제 요구 현장발의안 제출. 기타안건에서 안건 성립 여부 토론 중 성원부족으로 유회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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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