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공직선거법 제82조6에 의하면, 선거시기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인터넷 언론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정보인권 단체로서 진보넷은 선거시기에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거부한 인터넷언론의 기사들을 미러링하고 그에 대한 덧글란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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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정 안 봐주는 부양의무제, 암 환자마저

폐암 3기 환자, 5년 전 이혼으로 단절된 가족 이유로 수급 거절
세 달째 밀린 월세에 소득도 전혀 없어...“살아갈 기회 달라”

“항암치료를 몇 차례까지 진행할지 모르고 얼마나 살지 모르나 다시 한 번 용기 내어 살아보려 하니 저에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27일 인천 성모병원 내 식당가에서 만난 정한기(64세, 가명)씨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소명서는 위와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그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었다. 돌봐줄 가족도 없는 그에게 폐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떨어졌다. 1차 항암치료를 끝내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는 그는 병원비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이다. 마지막 희망을 갖고 국가에 손을 내밀어 보고자 하지만, ‘부양의무제’라는 거대한 벽을 만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27일 인천 성모병원에서 만난 정한기 씨(64세, 가명). 뒷모습이 정한기 씨이고, 대화하고 있는 사람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길연 대표.

청천벽력 같은 폐암 판정, 그러나 가족도 국가도 곁에 없었다

정 씨는 오랫동안 인천 지역에서 기자 생활을 해왔다. 정년이 다 된 60세 이후로도 무급으로 기자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그러나 5년 전 부인과 이혼하고, 자녀들과도 연락이 단절되는 등 삶에 위기가 찾아왔다. 그런 그에게 3개월 전 갑작스러운 폐암 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그는 폐암 3기까지 진행된 상태로, 이미 암세포가 상당한 정도로 퍼져 있어 당장 수술할 수도 없었다. 때문에 입원 기간 동안 힘겨운 항암치료를 견뎌내야 했다. 항암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안정을 취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열악한 경제적 상황은 그에게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미 통장 잔고는 바닥나 있었고, 카드도 모두 압류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쌓인 병원비 700만 원을 감당할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게다가 현재 살고 있는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의 집도 월세가 석 달이나 밀려 있어 집주인으로부터 나가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처지였다.

답답한 마음에 병원 사회사업실의 문을 두드렸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긴급의료비 지원을 받고자 했으나 정 씨가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에선 우선 건강보험 상의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신청해 보라고 권했다. 정 씨가 지금은 연락이 끊긴 아들 밑으로 수년 전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은 먼저 병원비를 지불하고 나중에 신청해야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여서, 수중에 가진 돈이 없는 정 씨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혼한 전 부인과 아들, 딸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다. 연락처도 모를 뿐만 아니라, 이제는 서로 남처럼 살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병원에서 정 씨의 아들에게 병원비 징수를 요구하는 연락을 해 ‘원치 않는 만남’이 이뤄지게 되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아들은 ‘자기 책임이 아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떠났을 뿐이었다.

일단 정 씨는 지난 3월 2일, 주변의 도움으로 급하게 치료비를 지불하고 병원을 퇴원한 상태다. 그러나 앞으로 항암치료를 계속해 나가야 하기에, 병원비 문제는 여전히 그를 압박해 오고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그를 간병해 줄 사람이 없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관계단절 인정받으려고 자녀 학대라도 하란 말인가?”

현재 정 씨를 지원하고 있는 지인 중 한 명은 “정 씨는 지금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져 있기 때문에 집에서 보일러를 최고로 높게 올려놓고 있어도 춥다고 할 정도”라며 “기억력도 많이 떨어져 있어서 현관 번호키도 자주 까먹을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아직 만 65세가 되지 않았고 폐암은 노인성 질환으로 인정되지도 않기 때문에 요양등급을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면 생계급여가 지급되고 무엇보다 의료급여 혜택으로 병원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얼마 전 급하게 ‘차상위계층 의료비 본인부담 경감대상자’ 신청을 했지만, 부양의무자인 딸의 소득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정 씨는 ‘연락처도 모르는 자녀 때문에 지원을 안 해주는 것은 부당하지 않냐’고 항변하지만, 구청 측은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정 씨의 수급 신청을 담당했던 인천 남구청 기초생활보장과 담당자는 “어렸을 때 학대를 했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관계 단절 사유가 있어야만 인정할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 담당자는 병원비 문제로 병원 측에서 자녀들에게 연락을 취해 만날 수밖에 없던 상황을 두고도 “최근까지 자녀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정 씨를 돕고 있는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길연 대표는 “구청이 제시하는 기준이 너무 가혹하다. 담당자 말대로라면 수급을 받기 위해 일부러 학대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서류상의 기록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처한 포괄적인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의 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5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사업안내'에 따르면, 수급자가 부양의무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있는 등의 정보가 확인된 경우라도 "부양의무자의 부양이행 여부 및 부양 거부·기피에 대한 관계자 진술의 타당성을 확인하여 인정 여부를 결정하여야 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덧붙여 “동 정보의 유무만으로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이행하는 것으로 판단하거나, 부양 거부・기피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혀, 당사자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고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편, 구청 담당자는 “일단 정 씨를 수급자로 선정해주고 나중에 가족들에게 부양비를 청구하는 방안”을 안내했으나, 이를 정 씨가 거부해서 지원할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관계 단절 상태인 가족들에게 그런 짐을 지우게 하고 싶겠나”라고 반문하며 “부양비 청구에 응할 가족들이었다면, 애초부터 자신들이 병원비부터 책임지고 나섰을 것이다. 구청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들을 제시하며 정 씨를 가혹하게 옥죄고 있는 것만 같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 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신청을 내며 제출한 소명서 중 일부.

정 씨는 지난주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을 다시 했다. 이 때 함께 제출한 2장 짜리 소명서에는, 어쩌면 그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호소가 담겨 있다.

“앞으로도 혼자일 수밖에 없는데 지금 이대로 살아가기엔 막막합니다. 송파 세 모녀가 부양의무자 제도 안에서 보장을 받지 못하여 결국 가족이 죽음을 맞이하는 안타까운 사연과 요 근래에도 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가난한 사람들이 결국 마지막 길을 선택하는 사연들을 접하면서, 남의 일이 아닌 저에게 닥친 문제라 여겨져 더 이상 길이 없음에 저 또한 마지막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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