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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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용역, 과태료 폭탄...‘노조탄압’ 닮은 꼴 ‘노점탄압’

[길 위의 노점상](2) 각종 법 위반에도 문 걸어 잠근 강남구청

지난해 강남대로는 노점상과 구청 용역반의 충돌로 아비규환이 되곤 했다. 노점을 쓰러뜨리고 부수는 용역반과 이를 막으려는 상인들의 싸움이 긴 시간 이어졌다. 행정대집행의 주체는 강남구청이었지만,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나뒹구는 사람은 용역반과 상인들뿐이었다. 매일 몸을 부대끼며 싸우다보니 서로에 대한 분노는 커져만 갔다. 철거용역들은 으레 ‘용역깡패’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일쑤였다.

투쟁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무렵, 현장에서는 ‘강남구청이 고용한 용역반 중 미성년자가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리고 얼마 후, 실제 강남지역 행정대집행 현장에 투입됐던 미성년자 용역원과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아직 앳된 얼굴의 김영식(가명) 군은 만 18세가 채 되지 않은 청소년이었다. 인터뷰 내내 김 군의 옆에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친구가 대동해 있었다.

[출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강남구청 단속 현장에 투입된 ‘미성년자’ 용역반
노조파괴 사업장서 논란됐던 미성년자 용역 고용, 강남구청에서 부활

김 군은 지난해 여름, 강남지역 노점상 철거 현장에 용역원으로 투입됐다. “어떤 경로로 용역원이 됐나요?” 김 군의 대답은 간단했다. 평소 용역에 관심이 있어 스스로 일을 구했다는 것이었다. 친분이 있던 형들이 용역으로 일하고 있어 일을 구하기도 수월했다. 강남지역 노점 철거 현장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물었다. “그때는 충돌이 거의 없어서 그냥 머릿수만 채웠어요.”

저녁나절, 역 근처에 모여 스타렉스 차량 두 대를 나눠 타고 노점 철거 지역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스타렉스 차량 뒤에는 1.5톤 화물차가 따라다녔다. 압수한 노점 천막 등을 싣기 위한 용도다. “구청에서 나온다는 걸 미리 알고 대다수의 노점이 문을 닫은 것 같았어요. 일부 장사를 하는 노점이 있어서 가스통 뽑고, 의자랑 파라솔 접고 그랬어요. 노점상이 막아서긴 했지만, 충돌은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의 노점상이 이미 철수한 탓에 용역원 중 선봉대 몇 명만 움직였다. 구청 직원은 차에서 내려 사진 찍는 일을 했다. 김 군은 선봉대 뒤에서 ‘머릿수 채우기’를 했다. 저녁나절부터 시작된 일은 새벽 2시 경이 돼서야 끝났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은 경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았다. 강남구청의 <불법노점 및 노상적치물 등 정비 일반용역 과업지시서>에서는 용역 팀장 및 팀원 등의 자격요건을 ‘연령 만 20세 이상’으로 못박아 놨다. 법과 자체 규정을 통해 미성년자의 고용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어째서 김 군은 별 탈 없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을까.

“저야 나이를 스무 살로 속이고 들어갔죠.” 하지만 이를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다. 용역원을 현장에 투입하는 과정에서 강남구청의 신분 확인이 없었느냐 물으니 고개를 내젓는다. “검사 안했어요. 이름 확인도 안했고,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어요. 그냥 인원 체크만 했어요.” 이상한 일이었다. 강남구청의 <용역원 근무수칙>에는 ‘용역책임자는 근무개시 전에 감독공무원이 근무자를 점검할 수 있도록 사전조치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용역원은 주민등록증을 항시 지참하고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법과 규정은 무용지물이 됐다.

[출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김 군은 현장 한 곳 당 5만 원의 일당을 받았다. 1시간을 일하든, 12시간을 일하든 일당은 똑같이 5만 원이었다. 시간이 잘 맞으면 하루에 많게는 세 곳의 현장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철거나 행정대집행 현장처럼 위험한 곳에 투입될 때 수당이 따로 지급되느냐는 질문에 헛헛한 웃음을 짓는다. “그럼 철거 현장만 쫓아다녔겠죠.”

그동안 노조파괴 사업장 등 노사분규 현장에서 미성년자가 용역으로 투입된 사례는 종종 있었다. ‘컨텍터스’라는 경비용역업체는 유성기업 노조파괴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돼 불법 폭력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유성기업 노사분규 당시 컨텍터스는 청소년 40여 명을 현장에 용역원으로 투입했다. 민간기업이 노조파괴를 위해 불법적으로 경비용역을 투입하는 관행이 강남구청과 같은 지자체에도 고스란히 전이된 셈이다.

김 군에게 “혹시 유성기업의 미성년자 용역 투입 사건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반색을 한다. “유성기업도 알고 컨텍터스도 알아요. 컨텍터스는 유명하잖아요. 뉴스에도 나와서 궁금해 찾아보기도 했어요. 저희 팀 말고 다른 팀에 컨텍터스 출신도 있었어요. 빡세긴 한데 돈은 좀 줬다고 하더라고요.”

그가 경비용역 업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저도 노점에서 파는 닭꼬치를 좋아하거든요. 근데 왜 이걸 우리가 하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시면 아시잖아요. 매일 용역들만 욕먹고. 구청직원은 사진 찍는 것 밖에 하는 게 없잖아요.” 폭력적인 용역반의 강제집행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도 갖고 있었다. “잘못됐다고 생각하죠. 근데 저 하나 나가서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경비용역 중에는 운동하던 사람이 많아요. 힘쓰는 것 밖에 배운 게 없죠. 저도 그렇고, 불쌍한 거예요. 경비원인 건지, 용역깡패인 건지 분간이 안 될 때가 많아요.”

과태료 폭탄으로 옭아매고, 마차 수거해 돌려주지 않아

지자체의 노점 탄압 방식은 민간 자본의 노동자 탄압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민간자본이 손배가압류를 이용해 노동자를 옥죈다면, 지자체는 ‘과태료’ 폭탄으로 노점상들의 행동을 가로막는다.

강남대로 노점상들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대로변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구청은 매번 농성 천막을 찢거나 압수했다. 보다 튼튼한 농성장이 필요하겠다 싶어 컨테이너 박스를 들여놓고 농성을 이어갔다. 그때부터 구청은 과태료 폭탄으로 대응했고, 과태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도로 무단점용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해 거의 스무 장에 가까운 과태료 징수 용지가 쌓였다. 무려 3천만 원에 달하는 액수였다.

김정근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서초강남지역 부지역장은 “지역장 개인 앞으로 3천만 원의 벌금이 나왔다. 강남구청에 이의신청을 했더니 받아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집회 차량에 대한 주차위반 벌금도 만만치 않다. 6개 차량에 350만 원 가량의 벌금이 붙었다. 심지어 ‘괘씸죄’가 적용된 일부 노점상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액수의 도로점용 과태료가 따라붙었다.

[출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강남대로에서 오랫동안 노점을 운영하던 11명의 상인들은 지난 2011년, 강남구청과 강남대로 뒤편 이면도로에서 장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강남구청은 노점상이 영업할 수 있도록 일방통행 위반 차량이 없게 단속하고, 전기배선 지중화 사업 등을 실시키로 약속했다. 상인들도 구청에서 요구한 500만 원 상당의 노점규격 박스를 제작했고, 구청에 도료사용료를 납부하며 약 2년 동안 장사를 이어갔다. 구청의 허가를 받기 위해 주민등록등본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구청과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차량 일방통행 보장 약속이 이뤄지지 않아 노점 박스가 차량에 부딪히거나 상인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지중화 사업 약속도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11명의 상인들은 2년 후 다시 강남대로로 장사터를 옮겼다. 강남구청은 11명의 상인들을 상대로 도로점용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김정근 부지역장은 “구청 허가를 받기 위해 등본을 제출했고, 당시 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된다는 구두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강남대로로 내려온 11명의 상인들의 등본을 토대로 도로점용세를 부과했다. 사실상 괴씸죄”라며 “강남구청이 노점상을 상대로 부과한 과태료의 총 액수는 7천~8천만 원에 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을 옭아맨 과태료는 여간해선 없어지지 않는다. 다른 곳으로 장사터를 옮긴다 한들 과태료의 무게는 줄지 않는다. 김 부지역장은 “우리 지역에서 탈퇴하고 떠난 사람들도 다른 지역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줄곧 과태료가 따라붙는다”며 “10년 전부터 누적되기 시작해 많이 누적된 사람은 1~2천 만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노점상들은 과태료 액수를 일부라도 줄여보겠다며 강남구청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번번이 거부당했다.

노점상의 재산인 노점마차와 집기 등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도로법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노점 단속 시 수거해 간 물건에 대해 보관비용을 징수한 후 당사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노점상들이 물건을 돌려받기 위해 구청을 찾아도 구청은 ‘내어줄 의무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노점 마차 대 당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기본 마차는 약 100~150만 원 선이다. 오토바이 엔진을 장착하면 가격은 500~600만 원 선까지 올라간다.

노점상들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강남구청이 압수한 마차는 40~50대에 이른다. 파손한 마차까지 합하면 약 80대의 마차가 훼손, 압수됐다. 노점상들은 빚을 내거나 돈을 들여 또 다시 마차를 마련해야 한다. 김정근 부지역장은 “개인의 사유재산인 만큼 압류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물건을 내줘야 한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유별나게 창고까지 만들어 놓고 압수한 물건을 내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용역 투입 문제부터 노점 단속 과정에서의 법적인 문제까지, 강남구청으로부터 나름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었다.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구청은 ‘취재를 거부한다’는 입장만 거듭 반복했다. 취재조차 거부한 채 문을 걸어 잠근 강남구청은 오늘도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해 개포동 구룡마을을 상대로 행정대집행의 칼을 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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