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규, 그는 전북 완주군 봉동 공단의 아트라스비엑스 공장 안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서른 세살에 입사하여 올해 서른 아홉. 비정규직 보호법은 근로계약은 2년으로 못을 박고 그 이상이 되면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하루에서부터 1년까지 쪼개기 계약을 통해 법망을 피하고 있다. 종규씨도 매년 근로계약을 맺어왔다. 이 땅의 비정규직은 2년이 지나도 비정규직, 평생 비정규직의 가능성을 안고 일을 한다.
![]() |
▲ 전북 완주군 봉동공단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아트라스BX에서 일하는 박종규씨의 작업복. 그는 도급업체 소속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작년까지는 아트라스 로고가 박힌 작업복을 입었다.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후, 직접 고용을 명령했지만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바뀐 건, 작업복 로고. 현재는 티엔에스산업 로고가 박힌 작업복을 입고 일한다. [출처: 참소리] |
"이 회사에서 나이 먹었는데, 나이 때문에 정규직 채용 떨어졌다니"
수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여동생 2명이 다 결혼하면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이곳에 돌아왔다.
“사내하청이라는 것을 알고 들어왔어요. 그래도 아트라스비엑스는 규모와 역사가 있어서 배터리 업계에서 잘 나가는 회사이죠. 알짜 기업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이곳에서 다니다 보면 정규직 기회가 주어지지 않겠나 생각하고 일을 했죠. 그런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어요”
딱 한 차례 그에게 정규직의 기회가 있었다. 아니! 기회라고 착각했던 기회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대법원이 지난 2013년 2월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을 알게 된 종규씨는 아트라스비엑스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2014년 아트라스비엑스 전주 2공장이 건설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확정되었다는 소문이 돌았죠. 실제로 공사가 시작됐고, 80명(회사 관계자는 57명이라고 함)을 뽑는다는 이야기가 돌았어요. 참았죠”
6년을 일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떨어졌다. 나중에 함께 일하는 정규직 사원들은 나이 때문에 커트당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기 회사 다니면서 나이를 먹은 거잖아요. 다른 회사에서 일 하다가 나이 먹고 지원한 것도 아니고...”
말끝을 흐렸다. 처음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는 노동자들은 기대감을 갖고 일한다. 그러나 기대감은 곧 체념으로 바뀐다. 종규씨는 기대감이 체념으로 바뀌는 그 순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규직을 뽑아요. 그런데 정규직의 친·인척이거나 형제를 뽑죠. 저희같은 비정규직에게는 기회가 없어요. 제가 아는 것만 그런 사례가 10쌍은 넘는 것 같아요. 하청 동료 중에도 친·인척이 있죠. 그들도 기대감을 갖고 일을 하죠”
기대라는 것이 짬뽕처럼 뒤섞인 곳, 종규씨는 아트라스비엑스 하청노동자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불법파견, 일용직, 정규직이 혼재된 공장...그것은 불법파견”
그는 아트라스비엑스 로고가 박힌 작업복을 입고 일하지만, 티엔에스산업이라는 도급업체 소속 직원이다. 티엔에스산업은 아트라스의 도급업체다. 도급은 도급 업무를 부탁하는 업체가 그 일이 완성되면 보수를 도급업체에 지급하는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관계를 말한다.
아트라스와 티엔에스산업 간의 도급 계약이 성립되려면, 배터리를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 중 한 공정에 대해 티엔에스산업이 자신의 기술을 가지고 생산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티엔에스산업은 그와 관련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고, 단순 노무만 제공한다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박진승(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직접 생산공정에서는 파견업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티엔에스산업은 그와 관련된 기술을 가지고 도급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두 업체 간의 관계는 파견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두 업체는 불법파견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종규씨가 일하는 공정은 배터리에 황산을 주입하여 충전하는 것으로 일명 ‘화성공정’이라고 불린다. 박진승 노무사는 “충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충전의 컨트럴타워 역할을 하는 ‘충천PC’의 소유와 이에 대한 작동지식, 관리가 필수다”며 “하지만 티엔에스산업은 노동자를 파견해주는 역할만 할 뿐, 독자적인 업무수행은 없다”고 말했다.
종규씨가 소속된 화성공정은 정규직 2명과 비정규직 3명이 팀을 이뤘다. 현대차 비정규직 불법파견처럼 하나의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된 (배터리) 제작 공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되어 일을 했다. 정규직이 양극을 다루면 비정규직은 음극을 다루는 식이었다. 충전업무의 컨트럴타워 역할을 하는 ‘충전PC’는 아트라스 소유다.
작업지시와 업무 지시는 현장에서 아트라스 직원들에 의해 이뤄졌다. 아트라스의 작업계획서에 따라 움직였다.
박종규씨를 비롯해 11명의 아트라스비엑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4월 노동부에 이런 문제들을 정리하여 노동부에 진정을 제출했다. 노동부는 3개월의 조사 끝에 8월 17일, 아트라스비엑스와 티엔에스산업 사이의 관계는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시정 기한은 9월 14일. 그러나 두 업체는 모두 노동부의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아트라스비엑스는 직접고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 결국, 노동부는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조만간 이들을 불러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원청과 하청은 주야 12시간을 교대 근무를 합니다. 그런데 하청은 월 200만원이 전부입니다. 보너스도 없죠. 정규직은 수백%의 상여금과 보너스가 나와요. 그런데 우리는 명절 떡값이 전부입니다”
대한민국 노동자 50%가 200만원을 벌지 못한다. 그 말은 곧 대한민국 절반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다. 절반이 비정규직인 대한민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핏빛 전망을 내놓는다. 미래조차 어두운 비정규직은 현장에서 차별도 감내해야 한다.
“원청 직원의 업무를 우리가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 일을 거부하면 사무실에 이야기해서 못 나오게 할거야라는 말을 하며 시켜요”
이에 대해 아트라스비엑스 공장 관계자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아트라스비엑스는 불법파견을 하지 않았으며, 이 내용을 검찰 조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오랫동안 작업을 하다보면 장난삼아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데, 그것을 업무지시로 봐야하나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형·동생하면서 시간 남을 때 일을 조금 도와준 모양입니다. 아트라스비엑스는 엄밀히 구분을 둬서 계약을 하고 있으며 공정은 구분되어 있습니다” <아트라스비엑스 공장 관계자>
![]() |
▲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이후, 박종규씨를 비롯한 하청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공장 앞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출처: 참소리] |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는 아트라스의 독특한 인력 채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티엔에스산업을 통해 아트라스가 매일 약 20명의 일용직 노동자를 소개받아 고용하고 있다는 것. 노조는 지난 2009년부터 이 같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매일 아침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을 한다. 정규직이 장기 휴가 등으로 자리가 빈 공정을 대타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일용직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업체 간 불법파견을 통한 고용형태가 비정규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노동부 전주지청 관계자는 “일용직이 일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일이다”고 말했다. 3개월간 불법파견 조사를 벌인 노동부지만 그들도 알지 못한 일들이 아트라스비엑스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덧붙이는 말
-
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