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8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백지화시키면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 이규식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 위원장은 2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정부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금년 중에 마련하지 않고, 향후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실행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년간 진행해 온 기획단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논의를 사실상 무산시킨 셈이다.
이규식 위원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기획단이 2013년 8월 23일 제1차 위원회를 개최한 후 거의 1년 6개월을 논의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무책임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작년 9월 11일 기획단 11차 회의 결과는 언론 보도 자료를 통해 여론의 긍정적 반응을 이미 검증받았는데도,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사업 ‘백지화’가 아닌 ‘연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획단은 사실상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을 포기한 것이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내년에 다시 보험료 부과체계개선안을 만들고 공감대를 얻어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현 정권에서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을 하지 않겠다는 소리로 받아들여진다”며 “현 정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 의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획단 위원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위원장은 정부 측에 지난해 9월, 기획단 위원회의 마지막 결정사항 이행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기획단 위원들도 정부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논의를 전면 백지화시키는 것은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간 기획단 논의과정에서도 정부가 회의를 지연시키며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아왔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기획단에 참여하고 있는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기획단이 2년 동안 활동하면서 7개월 동안 회의가 한 번도 안 열린 적도 있었다. 작년 9월에 합의가 끝나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도 벌써 3개월 이상 지났다. 이런 것을 보면 2년 중에 반 이상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회의가 열리지 않은 적이 많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복지부가 위원들과는 상의도 없이 전면 백지화나 해체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폭거”라며 “지금까지 2년 동안 노력해서 합의한 안을 무위로 돌리고 내년부터 다시 2년 동안 하겠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의 건강보험부과체계는 저소득층에 불리한 역진적 부과체계가 적용되는 등 불공정성 문제가 심각해 지난해만 6천 만 건이 넘는 민원이 발생했다. 때문에 박근혜 정권은 대선 당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공약을 내세웠고, 당선 이후 노동계, 사용자단체, 전문가 등을 포함하는 기획단을 구성해 개선 논의를 진행해 왔다.
민주노총은 30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의 갑작스런 개편논의 백지화는 고소득자에게 공평하게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후퇴시킨 개악이며, 자체 논의에 따라 진행돼 왔던 기획단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산시킨 폭거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형표 장관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