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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래 울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돌파구는 없을까? 조상래 교수는 “연료비를 1%만 줄일 수 있으면 지금 있는 배를 없애서라도, 초기에 얼마든지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친환경 기술 선박을 사겠다는 수요가 여전히 있다”면서 “새로운 시장은 열려 있고 어려울 때일수록 기술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은 대학이나 개별 회사의 실험실에서 성공한 기술만으론 부족하다. 최소 1~2년간 실선에 장착해 성과를 내고 그 결과를 선주들이 볼 수 있어야 한다. 조 교수는 이 점에서 한국이 일본에 견줘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정부와 조선소, 대학, 국책 연구소, 선급, 해운회사, 철강회사가 ‘한통속’으로 운용되는 일본은 지난 10여년간 친환경 선박(그린십) 기술을 개발해왔고 최근 엔저 흐름을 타고 성과를 보고 있다. 반면 조선해양산업과 해운산업의 협력체계가 긴밀하지 못한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장착해 실선에 운용해볼 기회가 적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 기술개발을 바라보는 입장과는 달라져야 한다”며 “새로 개발된 기술을 실선에 적용해 상용화하는 또 다른 고비까지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래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키워낸 건조 기술과 연마된 기술 인력이 아직까지 우리의 장점”이라며 “기술 투자를 하고 인력을 키워야 다음 한 단계를 더 버틸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했다. 지난 10여년 간 사내하청이라는 대규모 불안정 일자리를 양산해온 한국 조선산업은 위기 극복을 위해 하청구조를 해소하고 양질의 숙련 정규직 일자리를 다시 확보해야 할 시점에 섰다. 기술 투자 대신 적자수주에 목을 매고 주주들의 이익배당에만 치중해서는 위기만 깊어질 뿐이다.
조 교수는 “조선소마다 독자 기술팀을 유지하기엔 일감이 적다”며 “일감이 없으면 기술팀원들이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느라 정작 그 분야의 전문가가 못된다”고 지적하고 “대형 조선소들 바깥에 고급기술 용역회사(컨설팅 컴퍼니)를 만들어 키워야 한다”며 “그래야 세계적 전문가도 나오고 해양 기본설계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의 미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있는 울산이라는 도시의 미래를 물었다. 조상래 교수는 “가능하면 오래도록 조선산업의 수명을 연장하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서서히 전환해야 도시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학했다. 1980년대 중반 글래스고에서는 하루가 지나면 클라이드강에 즐비했던 조선소들이 하나씩 문을 닫았다. 결국 야로(Yarrow)라는 회사만 살아남고 다 정리됐다. 영국 정부는 북해 유전 개발 이익금을 글래스고가 있는 스코틀랜드에 우선 투자했다. 지금의 글래스고는 전자산업과 교육산업, 관광산업이 주요 산업이다. 최근 이곳을 다시 방문했던 조 교수는 “지금이 더 번화하고 거리에 활기가 넘친다”며 “산업 변화와 함께 무난하게 도시가 변화한 예”라고 말했다.
조상래 교수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를 것”이라며 “조선산업 수명 연장과 신산업 전환, 도시발전에 대한 몇십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의 밥줄이 돼온 조선산업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조 교수가 내놓은 해법은 기술 투자와 숙련된 기술인력 재확보다. 현대중공업은 지금부터 2020년까지 7000명 가까운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년 퇴직한다. 현대중공업이 지금처럼 정규직 신규 채용을 계속 줄이고 불안정한 하청노동자 사용을 고집한다면 조선산업의 수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선급 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상래 교수는 대한조선학회 회장과 울산대 산학협력단장, 부총장을 지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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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