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통신사 <로이터>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각)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중도우파 정부의 수도세 도입 정책에 반대하며 10만여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아일랜드 정부는 물 사용료를 일반세와 함께 걷어왔으나 내년부터는 별도의 수도세를 신설해 징수한다는 방침이다. 추가 세금은 가구 당 연간 수백 유로(수십만 원)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수도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미국 디트로이트 시에서와 같은 물 사유화를 위한 단계적 조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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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대가 주요 정치인들의 얼굴 위로 "갈증의 정부"라는 문구를 쓰고 행진하고 있다. [출처: 이리쉬헥사미너 화면캡처] |
경제 위기로 허리끈을 바짝 졸랐던 아일랜드인들은 이제는 물 고지서까지 날라들 처지가 되자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앞서 아일랜드는 그리스, 포르투갈 등 경제 위기를 겪은 다른 유로존 지역에 비해서는 조용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날 시위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반대 시위 이래로 가장 큰 수준을 보였다.
이날 시위는 아일랜드 노동조합, 긴축반대운동과 야당이 함께한 ‘라이트투워터(Right2Water, 물에 대한 권리)’ 캠페인 그룹이 열었다. 정부가 수도세 도입 계획을 밝히자 그동안 긴축정책에 반대해 왔던 아일랜드 사회운동은 물 사유화 반대투쟁에 집중하고 이를 적극 추진해왔다.
시위에서 사람들은 “낼 수도 없고 내지도 않을 것이다”, “강부터 바다까지 아일랜드 물은 공짜다”, “물 강도를 잡아라” 등을 외치며 정부의 조치에 항의했다. 50세의 철도노동자 마틴 켈리는 “정부에 대한 분노가 절대적 수준”이라며 “그들은 마지막 아주 조금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이제 더 내줄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조기 종료하고 4.8%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세계적인 이목을 모았었다. 정부도 경제 위기 후 처음으로 예산을 긴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야권은 노동자들의 살림은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다. 모두 460만 명의 아일랜드 인구 중 10만 명 이상이 모기지 상품에 체납한 상태며 10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다.
한편, 이날 아일랜드에선 물 사유화 반대 운동에 나섰던 폴 머피 아일랜드 긴축반대동맹의 활동가가 아일랜드 의회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는 “경제 회복은 부자, 1%를 위한 것이지 노동자계급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서 “절대로, 우리는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