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은퇴 뒤 노후 대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북구 인생이모작 이음센터라고 하더라.
그렇다면 다행이다. 이음센터는 윤종오 전 북구청장이 2년 정도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치며 준비하다가 2013년 9월에 설립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곧 대거 퇴직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드는 20년 안에 사회시스템이 크게 변화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비하기에는 20년이 워낙 짧은 시간이라 우려스럽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생이모작 지원센터 사업과 사회적경제 지원 사업, 마을공동체 사업을 연계해 정책을 펼치는 것 같더라. 윤 전 구청장도 그 맥락에서 시비(CB)지원센터와 이음센터를 연계해 정책을 펼쳤다.
초.중등교육은 세상이 변화하는 데 맞는 교육을 해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교육이다. 은퇴자 교육은 초.중등 교육처럼 교육해서 은퇴자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교육이란 점에서 필요하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40~50년 더 살아야 하는데 필요한 게 많다. 또 그 (긴) 시간동안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활동을 해서 삶을 의미 있게 꾸려야 한다. 일자리를 늘려달라거나 정년퇴직하는 시기를 늦춰달라는 요구는 그런 맥락에서 나오는 요구다.
-베이비부머 은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정년 퇴직한 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기존 노동시장에서 방출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다시 기존 노동시장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경비나 청소 같은 일자리뿐이다. 그조차 계속 있을 수 없는 일자리다.
정부나 지자체 등 국가 입장에서 은퇴자에게 신경을 쓰는 방법 중에 일자리를 알선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국가가 은퇴자들의 노후 인생을 어느 정도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정년퇴직 뒤 삶은 매우 길다. 지자체가 이들에게 (불안정하고 나쁜)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이들에게 제공돼야 할 일자리는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다. 각 지자체가 제공하는 일자리는 (하루 두세 시간 학교 앞 교통정리를 하거나 쓰레기를 줍는 수준의) 일자리나 기존 노동시장 외 일자리인 경비나 청소 등 획일화된 일자리에서 그치고 있다.
개인마다 어느 분야에서 일해왔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다 다르다. 50~60대 세대의 삶이나 정서는 여성은 전업주부하고 남성은 오로지 일만 해서 경제적 가장의 역할만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평생 해오던 일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일을 했던 하루 8시간에 뭘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은퇴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다들 각자가 살아오던 시야에만 갇혀있다. 다른 분야에서 삶을 꾸려갈 생각을 못한다. 정년퇴직하면 등산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이들이 체력이 떨어지느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되게 젊다. 이들은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국가는 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그들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현 한국 사회 시스템을 보면 천박하다. 단순한 일자리를 지원해주기만 한다. 정말 가난한 이들에게는 천박한 일자리도 중요하긴 하다. 그렇지만 당장 너무 가난해서 획일화되고 단기적인 일자리가 필요한 이들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 사회는 공동체가 다 무너져 있다. 농촌에서는 마을회관 등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울산 같은 경우) 그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간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만들어야 그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은퇴자들의 면면을 보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사람들이 많다. 다들 가족관계에서도 갈등 구조가 깊다. 은퇴하는 순간 모든 관계가 사라지고 가장으로서 지위도 사라진다. 그런데 은퇴자들은 퇴직 뒤 온전히 가족에게 돌아가게 된다. 일로 만난 사람들이랑은 별 관계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인생이모작 이음센터는 무엇을 했나?
그래서 이음센터는 일자리 매칭도 했지만 교육 사업을 주로 했다. 모든 사람의 삶이 획일화돼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서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고, 또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음센터 설립 취지이기 때문에 교육 사업에 집중했다. 이음센터는 각 개인의 요구에 맞게 노후를 꾸릴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그런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노후를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학습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 집에 있더라도 집에서 뭘 할지 고민하도록 유도하고 고민이 진전되도록 돕고자 했다.
교육은 11회차 정도로 구성해 진행했다. 강의는 정년퇴직 뒤 변화와 적응에 대한 내용과 가족관계에 대한 내용, 여가 문화, 귀농.귀촌, 창업, 공동체란 무엇인지 등을 다루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알려주거나 창업은 가능하면 하지 마시라고 조언하는 등 맛보기 수준의 강의를 한 것이다. 관심이 없는 분야일 경우 집중을 하지 못하는 등 호불호가 갈렸다. 가족 관계를 다루는 강의의 경우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마음을 열길 힘들어하시더라. 강의는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이상적이지만 당사자가 참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대신 전달력이 좋은 강사를 섭외하려고 노력했다.
분기별로 4기 배출했고 귀농.귀촌 부분에서 2기 배출했다. 역사교실과 요리교실, 창업 관련 협동조합 교육과정, 경비 업무 등 직무 과정 교육, 심리 상담 교육을 3회차 진행했다. 2~3개월 동안 주 1회차 진행하는 식이었다. 연간 300명이 이음센터를 거쳐갔다.
퇴직자 가이드북도 만들어 이번에 제작을 완료했다. 은퇴는 어떤 거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과, 각 기관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조언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은퇴자 가운데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서 일하다 퇴직한 사람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돈이 있어서 새롭게 뭘 시도하기 위한 환경이 좋다. 그런 한편 울산에서 모녀가 생활고로 자살하는 일도 벌어지는 등 열악한 사람들도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이음센터가 2년 동안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했는가?
교육은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거나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한 달 반 정도 되는 (짧은) 교육이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크게 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본다. 정년퇴직하면 1년 정도 의무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가 든 이들에게 암 검진 받으라고 전화를 일일이 해서 암검진을 받도록 하는 것처럼 노후 교육도 국가가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교육이란 게, 한 두 시간 한다고 당장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준다면 그것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음센터를 거쳐간 이들이 이음센터의 영향만 받는 것은 아니다. 초.중등 교육을 받은 이들의 삶이 초.중등 교육만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고 가정 등 여러 가지 환경으로도 채워지는 것과 같다.
이음센터를 거쳐간 이들은 (이음센터를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게 됐고 (가족 간)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됐다고 하더라. 또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 필요성을 실감했고 이러한 부분에서 보완(피드백)이 됐고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이음센터에서 교육 받으며 새로운 관계를 트는 데 만족하는 이도 있고, 지자체가 그나마 자신에게 신경을 써준다고 느껴서 만족스러워하기도 한다.
이음센터가 중점을 두고 한 일이 교육 사업과 맞춤 일자리 사업(매칭)인데 보통 어쩔 수 없이 경비나 청소 일자리를 얻는다. 기존 노동시장의 채용기관인 기업들은 생산력 높은 젊은 사람들을 찾는다.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일자리를 아무도 만들지 않는 게 문제다.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 부분이다.
다른 지자체에서 이음센터 사례를 참고하기도 한다. 1억6000만원 규모의 예산으로 생색 낼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범사례를 찾는다면 이음센터보다 서울 사례를 참고하길 권한다. 서울시에서는 20억원 규모로 은퇴자 지원 사업을 벌인다. 서울과 울산의 퇴직자 특성이 다르지만 서울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각 지자체가 은퇴자 관련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벤치마킹하는 게 의미가 있을 거다.
-이음센터가 더 해야 할 일을 꼽는다면?
이음센터에 상근자가 3명 있었다. 센터장은 비전임이어서 상근자는 아니었다. (이 정도 인원 밖에 안됐지만) 좀더 욕심을 낸다면 좀더 다양한 교육을 하고 싶다. 예를 들어 귀농.귀촌의 경우 좀더 긴 시간을 두고 부딪혀보면서 자신과 맞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긴 시간을 들여 준비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더 긴 시간을 두고 사업을 해서 생각을 변화시키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과 동기부여를 줬으면 좋겠다. ‘교육’으로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가 다라고 생각한다. 은퇴 뒤 개인 삶의 문제는 아무도 답을 내려줄 수 없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좀더 밀접하게 돕고 싶다.
다리 밑에서 바둑 두며 무료하게 시간 보내는 게 아니고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도록 하고 싶다. 이음센터가 하려고 했던 것 중 하나가 세대 통합이다. 한국 사회는 각 세대가 단절됐다. 베이비붐 세대는 (젊은이들이) 불편해서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프랜차이즈) 까페에 안 간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데 세대 격차를 넘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음센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기존 노동시장에 못 들어가 창업하기도 하는데 자영업도 경쟁이 심해서 힘들다. 공부 정말 많이 해야 하는데 이런 데에도 도움 줄 수 있으면 좋겠다. 토론도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베이비붐 세대가 잘 정착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음 세대도 잘 정착할 수 있다. 그들이 실패하면 후대가 책임져야 한다. 다같이 더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음센터가 할 역할이 많은데 북구청이 지난 9월 이음센터를 직영화한 뒤 운영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구청장이 바뀌면서 전 구청장이 일궈낸 이음센터가 자연스레 없어진 것이다. 현 구청장도 퇴직자 지원 공약을 내걸었고 이음센터가 5개년 계획을 짜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음센터를 직영화하고 기존에 일하던 상근자가 일을 그만두게 된 것은 노동조합과 사업을 벌이길 꺼려하는 이유도 있겠다.
사실 공무원이 직접 이음센터 일을 하기는 어렵다. 1년마다 정기적으로 부서가 바뀌는 등 연속성도 보장이 안 된다. 그래서 연속성을 가지고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조에 위탁해 운영했던 건데 북구청이 지난 9월 이음센터를 직영화한 뒤 지금은 이음센터가 없어진 상황이다. 노사발전재단을 통해서 관련 업무도 하겠단 게 북구청 입장이지만 은퇴자 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은 없어진 셈이다.
-퇴직자 문제를 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자체나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퇴직자 문제는 국가와 민간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특히 기업이나 노조는 퇴직자 문제에 있어 사회적 책임이 있다. 이음센터의 경우 이러한 맥락에서 운영됐다. 금속노조 울산지부에 위탁 운영했다. 지자체와 노조가 민관 거버넌스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이조차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다. 각 지자체나 기업, 노조가 퇴직자 문제를 두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데만 관심이 있고 그나마 노조가 사회적 문제를 두고 관심이 있는 편이지만 재정 문제 등 역량에 한계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세대가 목소리를 내는 것인데 이것도 잘 안 된다. 풀기 어려운 문제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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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우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