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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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광화문역 농성장 천 리 길을 마다치 않는 이유

광화문역 농성 3주년, 전남·대전·대구 활동가 인터뷰

2012년 8월 21일 장애인·빈민들이 광화문역에 농성장을 차렸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을 결성한 장애인·빈민단체는 이 때부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고작 물리적으로 광화문역 지하통로 일부를 차지할 뿐인 농성장은 사회적으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에 공감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들어냈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의 문제에 무관심했던 정부와 정치권의 행동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가 대선 공약에 등장했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추진단이 꾸려졌다.

물론 여전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농성장에는 두 제도의 폐해와 복지 사각지대로 인해 목숨을 잃었던 11명의 영정이 있다. 정부에서는 장애등급을 중증과 경증으로 나누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렇기에 농성 또한 멈출 기미가 없다.

어느덧 오는 21일이면 농성 3주년이다. 수많은 이가 번갈아가며 하루도 빠짐없이 농성장을 지켰다. 이들 중에는 천 리 길을 마다치 않고 농성장을 지키러 오는 수도권 외 지역 활동가들도 있다. 농성 3주년을 맞아 지역 활동가들이 광화문역 농성장을 지켜온,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이유를 들어본다.

[전남] 이창준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 “다른 지역 동료들 흔적 느껴지는 농성장이 좋다”


  이창준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출처: 비마이너]

19일 오후부터 21일 오전, 딱 3주년을 맞이하는 날까지 농성장을 지킨다. 2012년 농성장을 차릴 때 이 자리에 있었던 원년멤버로서, 벌써 농성장이 차려진 지 3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서울과 지역에서 함께 열심히 지켜온 덕분이다.

물론 농성장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우니, 농성장에서 숙박하는 것은 어렵다. 나는 매달 한 번씩, 지난 3년 간 다 합치면 30번 정도는 농성장을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어떤 때는 4박 5일을 연속으로 지킨 적도 있는데, 그렇게 하고 지역에 내려가니 피로가 며칠간 쌓여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

그래도 내게 있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농성장에 모셔진 영정들은 거의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때문에 돌아가셨다. 그중에 김주영이나 박홍구 동지와는 정말 친했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복지부와 정부에 화가 났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와 같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어머니께서 몸이 별로 좋지 않으신데, 만약에 내가 4대 보험을 받아가며 일을 한다고 하면 의료급여를 못 받는다.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며 중증과 경증으로 장애 등급을 개편한다고 했는데(2015년 5월 보건복지부의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사업 계획’-편집자 주), 이건 장애인을 기만하는 것이다. 장애등급과 마찬가지로 중증, 경증도 장애인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다. 최근에 바뀐 기초생활보장법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차별적인 제도인 것 같다.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고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농성장은 왠지 모를 매력을 지니고 있다. 다른 지역 동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분들이 쓴 일지를 볼 때면 어떤 분들이 어떻게 활동했는지 보이기도 하고, 농성장 구석구석에서 각 지역 동지들의 손길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 기차역에서 지역 동지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광화문 간다고 하면 반갑다. 농성도 혼자 하면 재미없지만, 문화적으로 함께할 공간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언제까지 농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잘 버티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고 하지 않나. 지금껏 질기게 활동해서 저상버스도, 엘리베이터도 만들지 않았는가. 조금만 더 질기게 하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도 폐지할 수 있을 듯하다.

[대전] 박정선 대전장애인배움터 한울야학 교장
: “내 일정은 농성 지킴이가 먼저”


  박정선 대전장애인배움터 한울야학 교장(왼쪽). [출처: 비마이너]

광화문역 농성장에는 매달 한 번씩 정도는 방문하게 된다. 한 번 오면 2박 3일 정도 머문다. 이렇게 자주 올라가면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가 하루 속히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

사실 나는 근육병 장애인이라 농성장에 있으면 몸이 많이 힘들고, 병이 더 나빠질 위험도 있다. 그래도 광화문 농성 지킴이가 내게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서, 모든 일정을 농성 지킴이를 기준으로 잡고 있다. 무엇보다 농성 지킴이는 보람된 일이다. 동행했던 많은 동지들이 귀로만 듣던 농성장을 직접 보고 많이 감동하더라. 물론 그렇게 지킴이를 하고 돌아간 동지들이 몸살이 나서 고생을 했지만.

대전에 내려가서도 활동가들과 서명운동과 캠페인을 하고 있다. 그렇게 대전 시민들에게도 한 번씩 환기를 시키고 있는 거다. 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가 조속히 필요한지 많은 시민 분들도 같이 공감해 주신다.

물론 주위의 차가운 시선들 때문에 힘들기도 하다. 나와 다르지 않은 처지인데도 어떤 장애인들이 (우리의 활동에 대해) “수당을 받고 하는 일”이라거나 “이득이 있으니까 하는 일 아닌가”라고 하기도 한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는 의욕도 저하되더라.

그래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복지 제도는 장애인으로서 직접적인 불편함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주지 않는다. 의료상의 기준에 부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등급을 나눈다. 생활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의료적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장애인이 생각하고 원하는 것과는 다르다. 또 해결되어야 할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부양의무제 폐지다. 지인이 딸과 같이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 딸이 결혼하게 됐다. 그런데 사위가 소득이 있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비가 줄어버렸다. 생활도 불편할 뿐 아니라 사위에게 부담까지 주게 되니 심적으로도 많이 속상한 모양이었다.

바라는 것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정부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해 주는 것이다. 언제가 되더라도 폐지가 되는 날까지 절대 먼저 지치지 않고, 힘내고 버틸 준비가 되어있다. 목표는 한 가지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폐지되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그날이 오는 것이다.

[대구] 이민호 장애인지역공동체 활동가
: “개개인이 작은 농성장이 되자”


  이민호 장애인지역공동체 활동가. ⓒ이민호

1년에 못해도 한두 번 이상은 광화문 농성장에 간다. 대구 지역 동지들도 번갈아가면서 농성장을 지킨다. 농성장에 늘어가는 영정사진을 보면 다음에는 영정의 행렬에 내가 올라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나를 포함한 다른 희생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농성장에 결합한다.

장애등급제는 인간의 몸에 대해 직접 등급을 매기니 제도 자체가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등급만 적용해 개개인의 욕구가 전부 무시된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장애 여부를 함께 따져보아야 하는데, 단순히 의료적 잣대로만 사람의 장애를 판단한다. 의사가 당장 근로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버리면 복지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진다.

부양의무제도 가족들에게 부양책임을 지우는데, 월급을 조금 받는데도 가족들까지 책임지라고 하니 수급자가 자살하는 일도 벌어진다. 기본적인 생활비를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얼마나 가난한지 증명해야 하지만, 증명하는 기준이 매우 엄격해서 대부분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린다.

요즘에는 감사원에서 지자체 활동보조 추가 지원에 대해 시비를 걸어서 복지 재원을 축소하라고 하는 것이 걱정된다. 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복지 예산을 축소시키면, 마치 활은 있는데 쏠 화살이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장애등급제 개편한다면서 중증, 경증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완화된 장애등급제에 불과하다. 게다가 장애등급제를 개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것 같다. 정부에서는 각 지역의 다양한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묻는 기구도 만들지 않았다. 장애인 복지의 큰 틀을 뒤엎는데 소수 장애인들의 의견만 듣고 결정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또 정부가 부양의무제 완화를 이야기해도 가난한 이들의 사정을 거의 모르는 것 같다. 개정 기초생활보장법에서 교육급여 정도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는데,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는 데 교육만 필요한 건 아니지 않은가.

광화문역 농성은 언제 끝날지 기약조차 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하나의 '작은 농성장'으로서 대중들을 설득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대중들로부터 "떼 쓴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모두 치열하게 공부하고 자신의 언어로 설득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 나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말

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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