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직장폐쇄 이후 복수노조인 유성기업노조를 동원해 현장을 장악하려던 회사의 계획이 조합원 수 과반을 돌파하지 못하는 등 이 기업노조의 실력(?)이 바닥을 보이자, 사측은 급기야 기업노조 위원장을 대표로 세운 노사협의회를 구성했다. 제1노조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과반수 노조지만 사측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고 근로자위원을 선출한다며 일방적으로 공고 게시, 사전에 계획된 인원을 근로자위원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는 기업노조가 대표교섭권을 갖지 못할 경우 합법적으로 단체협약을 개정하지 못하니 편법을 쓰거나 또는 효력이 상실될 수도 있음에도 노사협의회를 이용하려는 비열한 꼼수다.
그 결정체가 노사협의회를 개최하다는 12월 21일자 ‘공고’이다. 기업노조 위원장은 버젓이 본인 명의로 공고를 게시하며 ‘어용’임을 자인했다. 공고문의 내용을 보면, 근로자 측 안건은 차치하더라도 사용자 측 안건은 도저히 용납해서도 안 되고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들이 안건으로 채택됐다.
<font color=#006699>1. 징계규정 개정 건
2. 인사제도 개선 건
3. 주조부 막걸리값 관행 폐지 건
4. 퇴직금 중간정산 임시중단 건
5. 영동공장 주조부 일부 외주 건
6. 영동공장 휴일근로 근무시간 변경 건</font>
위 안건들은 대부분 현장의 노동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자칫 잘못하면 현장을 파탄낼 징계 및 인사, 외주 등과 관련된 것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측의 의도가 명백히 드러난 안건들을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채택한 것은 기업노조와 회사가 600여명의 유성기업 구성원들을 ‘호구’로 여긴 행각이다.
사측의 입맛에 맞게 징계규정을 개악하고 인사제도를 개정하면 과연 누가 피해를 볼 것인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징계 및 인사제도를 개악하려 하는가? 단순히 금속노조 조합원이 아니라 기업노조 조합원 및 관리자조차 숨소리도 내지 못할 것이다. 그 어떤 불합리에도 숨죽여 지내게 될 것이다. 기업노조는 아무리 ‘어용’이라도 해야 할 일과 꼭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있다. 조합원까지 팔아먹는 매국노와 같은 짓거리가 바로 꼭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또, 직장폐쇄 이후 지급되지 않던 막걸리 값은? 이는 회식으로 대체하기까지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징계와 고소고발을 당하며 힘겹게 되찾아 온 것이다. 콧구멍이 새까맣게 변하는 먼지구덩이 현장에서 그나마 칼칼한 목구멍의 때라도 빼고, 심신의 위안을 삼기 위해 일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 지급되던 막걸리와 고기값은 투쟁을 통해 만든 십 수 년 된 관행임을 모른단 말인가?
퇴직금 중간정산 임시 중단 건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미 법 개정 이후 무분별한 중간정산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법에서 명시한 특별한 사정에 의해서만, 완벽한 서류와 증비자료가 있을 때만 퇴직금 중간정산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를 중단하겠다는 것은 회사의 오만이 도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비용을 문제 삼겠지만, 퇴직금의 대부분은 보험사에서 지급하며 회사는 극히 일부만 지급하고 있지 않는가? 주택구입 또는 가족의 병원비가 필요한 중요한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신청하는 퇴직금 중간정산까지 가로막는 건 급하더라도 빚을 내 빚쟁이로 살아가라는 명분 없는 안건이다.
충북 영동공장 외주 및 근로시간 변경 건도 짜인 각본에 의한 ‘쇼’이다. 이미 영동공장 C/S 일부공정을 외주화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현장에 돌고 있었다. 그럼에도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채택한 것은 책임과 명분을 노사협의회로 떠넘기려는 것이다. 직장폐쇄 이후 회사는 지금껏 마음대로 외주화 했다. 유성기업지회와는 논의조차 안했고, 기업노조와는 논의하지 않아도 누구도 문제 삼지 않기에 충분히 자유로웠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안건이라고 들이미는가? 불과 얼마 전 기업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마저 사측에 위임하며 조합원들을 실망시켰고 존재 이유를 명확히 드러냈다.
백번 양보해서 임금이야 100% 조합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해도, 또는 조금 적은 성과를 내더라도 조합원들이 조금 덜 먹고 덜 쓰면 된다고 하자. 하지만 임의 기구인 노사협의회에서 위 안건들을 처리한다는 것은 밥그릇 내주고, 팔다리 자르고, 마지막 숨통까지 조이겠다는 사측의 악랄함이 숨어 있다. 기업노조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기업노조 위원장은 유성기업에서 영원히 ‘역적’으로 기록되기 전에 노사협의회에서 빠져야 하며, 사측은 현장을 파탄 내는 노사협의회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