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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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가르는 규범들, 몸들을 가로지르는 연대

[무슨 일 하세요] (3)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노동과 생산/재생산의 전환을 고민하는 연속 간담회 <무슨 일 하세요?>의 세 번째 모임은 이런 제목으로 열렸다. 지난 해 11월 6일 열린 이 간담회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몸들이 어떻게 위계화 되는지를 살피기 위한 자리였다. 장애여성공감정책연구원이자 성적지향성별정체성(SOGI)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인 나영정 씨,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연구원 루인 씨,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연구원 김영옥 씨가 패널로 참석했으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백영경 씨가 사회자로 함께 했다.


쓸모없는 몸, 위험한 몸들의 자리

나영정 씨는 “한 번도 국민의 몸이 경제성장, 발전의 도구로 사고되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꼭 몸이라는 이슈로 오지 않더라도 남녀차별금지법, 고용평등법 등 운동 진영에서 요구해서 만들어진 법에서조차도 국회로 가면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담론이 전환되는 것을 보면서, 차별, 평등, 인권 등이 국가의 성격, 법의 성격에 따라 정상성, 생산성에 전면적으로 붙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성장, 발전의 도구”로 적절하지 않은 몸, “인력”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몸들이 이 날의 주제였다. 장애를 가진 몸, 병든 몸, 늙은 몸, 출산하지 못하는 몸 등 수치화될 수 있는 생산/재생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몸들은 이 사회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김영옥 씨는 “늙은 몸은 계속해서 강력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 소리 없이 머물라는 정언적 명령을 듣게 된다”고 말했다. 노년은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젊은 층의 거울로 남으라는 요구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노년들에게 부과되는 이 ‘강요된 화해’는 노년들에게 자기식으로 늙을 권리까지 빼앗는다”며 노년들이 “비-시민”이 됨을 지적했다.

성소수자의 경우 또한 다르지 않았다. 나영정 씨는 “성소수자는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이야기되며, 건강하지 않은 것은 사회와 질서를 위협하는 것, 국민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 세금을 낭비하는 것으로 연결된다”며 개개인의 권리 차원을 넘어 “이데올로기나 가치의 측면에서 건강을 어떻게 다시 사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규범적인 몸과 변화하는 몸

“적절한 몸”과 그렇지 않은 몸의 구분은 규범화된 몸, 정상적인 몸의 모델을 전제한다. 그러나 루인 씨는 모든 몸은 변화하는 몸임을 지적했다. “본질이라고 인식하는 몸이 있다고, 아무도 몸을 바꾸지 않는다고, 일평생 같은 몸이 유지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취업을 위한 성형수술, 피부 관리, 노화” 등의 작용으로 몸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그는 지적했다. 오히려 “규범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에 부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몸이라고, 거기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고쳐나가는 상태가 자연스럽다고 인정받는다”는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노화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몸의 변화다. 그러나 몸의 변화란 한 가지 요소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김영옥 씨는 노화를 통한 변화는 자기정체성의 혼란을 가져 온다면서도 “본인이 생각하는 자기와 사회가 생각하는 자기 사이의 간극이 넓어지면서 생기는 이 자기 정체성의 혼란은 또한 계층과 젠더, 다른 소수자적 문화 변별성에 따라 더 복잡해지고 중층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소위 ‘정상적인 건강한 이성애자’로 살다가 점차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된다는 것과 ‘비정상적인, 건강하지 못한’ 몸과 젠더 정체성으로 살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몸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이같은 교차와 착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주문이었다. 루인 씨는 “변화해 온 몸들이 내 몸에 계속 축적되어 있고, 내가 부정하고 싶건 긍정하고 싶건 다 축적되어 있다면 이 경험들의 몸 자체를 하나의 아카이브라고 볼 수 있다”며 “이 아카이브를 끊임없이 해석하는 것”을 통해 몸에 대한 다른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영옥 씨 또한 “3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일성(sameness)의 관점에서 보는 정체성이 있고 자기임(selfhood)의 관점에서 보는 정체성이 있다며 노년의 정체성을 스스로, 혹은 사회적으로 주장할 수 있으려면 이 둘 사이의 조화가 필요하며 그 간극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자기임의 관점으로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몸을 규제하는가

김영옥 씨는 “노년을 너무 집단화시키지 말라, 획일성과 집단성이야말로 노년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집단화의 문제는 비단 노년뿐만 아니라 이날 주제가 된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등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극단적인 예로 ‘장애를 가진 노년 레즈비언’과 같이 이러한 요소들은 언제나 교차하고 경합하고 있음에도 언제나 하나의 정체성이 부각되며 그에 따른 규범에 맞는 모습이 강요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나 노인의 성(性)이 터부시되는 한국에서 레즈비언 섹슈얼리티가 억압되듯 말이다.

루인 씨는 폭력의 문제를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젠더폭력의 경우 그 양상은 사실 여성을 여성으로 만드는 폭력”이라는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의 폭력을 넘어 가사노동과 같은 것들이 같은 원리를 갖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걸 트랜스/젠더/퀴어 맥락에 대입해 본다면 어떤 사람을 특정 젠더로 규율시키는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며 “젠더를 강요하는 규범 자체를 재해석한다면 트랜스/비트랜스를 넘어 통합적으로 문제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김영옥 씨 역시 노년 여성들과의 만남을 언급하며 “특히 돌봄노동이 계속 여성들간의 문제로 남으면서 노년의 삶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가 “지구적 차원에까지 확장되면서도 여성들간의 문제로 순환, 사실상 악순환되고 있다”며 “이것이 돌파되면 노년이야말로 정치적으로 활동하기 가장 좋은 연령대라는 것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영정 씨는 법정책의 관점에서 이 규제의 문제를 볼 것을 주문했다. 시설 수용 중심의 장애인 정책, 우생학적 관점을 갖고 있는 모자보건법, “모든 성인 남성의 몸을 국가가 보고 등급을 매기고 있다는 사실” 등 몸을 규범화하고 위계화하려는 시도는 이미 법의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것이 “최근의 유전학 기술과 연결, 상품화되어서 질병을 미리 선제적으로 없앴다든가 하는 식으로 산업화, 자본화되는 과정까지 연결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료 기술의 문제는 트랜스젠더/트랜스섹슈얼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일반적인 관념에서, 심지어 법적인 층위에서도,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를 나누는 기준이 바로 수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루인 씨는 기술이 제시하는 규범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식민화하고 병리화 하는 문제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료기술을 통과하지 않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으며 젠더가 부과되었다는 것은 의료기술을 통과했다는 것”이며 “의료기술적인 판단과 규정 속에서, 누군가의 기술적인 개입 속에서, 몸이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술이 ‘자연’의 연장으로 인식되면서 “끊임없이 기술과 무관한 몸을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근대 체계의 규범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쁜 몸, 이상한 몸들의 생산/재생산

이러한 논의들은 자연스럽게 이 연속 간담회의 주제인 생산/재생산의 문제로 이어졌다. 루인 씨는 각각 2006년과 2014년에 실시된 트랜스/젠더/퀴어의 직업 실태 조사를 언급하며 “연구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만 자영업이 두 조사 모두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무직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규범을 벗어나는 몸’이 소위 생산 현장에서 당하는 차별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나영정 씨는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 통치는 국민의 몸을 생산의 주체, 혹은 그 잉여로 나눈다”며 “재생산은 생산에 종속된 가치로서 생산을 위해 동원된다”고 지적했다. 모자보건법의 제정 목적과 인공임신중절 허용 사유를 통해 이것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몸의 비정상화는 젠더/섹슈얼리티와 긴밀하게 연관되고 이것은 다시 생식, 재생산과 연관된다”며 “나쁜 몸, 이상한 몸”을 규정하는 다양한 기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영옥 씨는 “재생산/생산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를 물으며 돌봄노동을 예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노동의 여성화 성격을 탈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을 높임으로써 돌봄노동이 여성화, 저임금화로 생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남성을 유입시키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또한 그는 “‘생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자본주의의 질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완전히 비생산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의 사유가 필요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방청객으로 참석한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네트워크팀장 나영 씨는 “생산과 재생산이 아니라 두 개의 생산이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냐”며 기준이 되는 생산 영역과 그것에 종속되는 재생산 영역으로 구분하는 가치관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러나 반대 관점에서, 나영정 씨는 “재생산의 종속성을 바꿔내기 위해서 생산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가능하지만 생산은 일회적이고 미래를 생산하지 않는 가치 같다”며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재생산 개념의 가치절상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영 씨는 “이전의 세계에서는 재생산이라고 했던 것에 기술과 자본이 개입해 자본의 영역으로 전유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이제 장애, 여성, 노인, LGBT 모두에게 밀접한 문제가 되었고 가족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몸을 어떻게 승인 받을 건지 등에도 계속 연결될 수 밖에 없다”며 “가치체계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를 계속 질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미 죽은 몸들을 가로질러

이날 간담회에서 확인된 것은 규범들은 끊임없이 몸들을 가른다는 점, 그러나 그 규범들은 서로 교차하며 갈라지지 않는 몸들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갈라지는지에 따라 몸들에 이름이 부여되고 그에 따른 자리들이 주어진다는 점이었다.

김영옥 씨는 규범화된 몸들이 아닌 ‘진짜 몸들’에 대해 “사회가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범을 벗어나기 위해, 전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그 근저에 있는 각각의 몸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예로 들어 “나이가 들면서 장애인 멘털리티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나이를 먹으면서 장애인 멘털리티를 갖게 된 사람이 더 이전에 장애를 가지고 나이를 먹게 된 사람들과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루인 씨는 “내 몸이나 내 역사가 소통가능할까 하는 장벽은 트랜스/젠더/퀴어나 나이든 몸, 장애인의 몸에 대해 사회의 호기심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면서도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호기심이 되며 그렇지 않은 것은 병리화된다, 호기심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느냐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영정 씨는 “(오늘 논의된 몸들이) 이미 공유하는 게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트랜스젠더가 성별화된 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장애인도 몸의 다른 형태를 질문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는 의료체계 안에서 젠더 아이덴티티 디스오더(gender identity disorder)고, 우리가 장애정치로 다름을 이야기할 때 디스-어빌리티(dis-alibity)를 이야기한다”며 “이 ‘디스’에 대해 장애정치가 성정치, 몸의 정치와 많은 대화를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김영옥 씨는 “디스의 혁명적 힘을 믿어보고자 한다”며 “디스만이 혁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무엇을 연연해하랴, 나의 생애 자체를 과거, 현재, 미래를, 통일성 속에서 직관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죽음을 선취하면서 자기를 내던질 때 온몸으로 실천하기 가장 좋은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회가 생산성을 기준으로 건강한 몸, 살아 있는 몸을 나누고 있다면 여기서 ‘탈락’한 몸들, “나쁜 몸, 이상한 몸”들은 어쩌면 이미 죽은 몸들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죽음을 선취한다는 것은 규범들을 벗어던지는 일, 각자가 서로 다른 진짜 몸들을 아는 일이 될 것이다. 규범이 몸들을 가른다면, 연대는 몸들을 가로지른다. 몸들을 어떻게 가로지를지, 몸들을 가로질러 무엇으로 엮어낼지를 알아가는 것이 남은 간담회의 과제일 것이다.

간담회 진행 일정

다섯 번째 주제_노동, 생산/재생산의 재구성과 성/노동
여섯 번째 주제_노동, 생산/재생산의 재구성과 청소년
일곱 번째 주제_노동, 생산/재생산의 재구성과 노동운동
여덟 번째 주제_노동, 생산/재생산의 지구지역적 이동과 국경
아홉 번째 주제_생태/환경 운동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노동, 생산/재생산
열 번째 주제_종합토론 : 노동, 생산/재생산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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