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일 안산 단원고에서 시작된 세월호 십자가 순례가 8월 14일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을 마지막으로 900㎞, 2000여 리의 대장정을 마쳤다.
단원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와 누나 아름 씨 그리고 김학일 씨는 아이들에게 속죄하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십자가 순례를 시작해 진도 팽목항을 거쳐 교황 집전 미사가 봉헌되는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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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대전 유성성당에서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 씨(오른쪽)와 김학일 씨가 즉석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
순례의 모든 일정이 정리된 후, 이날 오전 11시에는 대전 유성성당에서 ‘두 아버지의 2000리 완주’를 기념하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길 위에서’라는 이름으로 열린 음악회는 ‘세월호 게릴라 음악인’들의 네 번째 공연이기도 했으며,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대전지역 시민단체, 한겨레21 후원으로 열렸다.
이호진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음악회에는 대전 지역 시민들과 적게는 하루에서 18일 이상 순례를 동행한 이들 300여 명이 참여해 순례 여정의 의미를 생각하고, 세월호 가족들을 격려했다. 음악가들은 유족들을 위해 두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자작곡, 판소리 심청가, 진도 아리랑 등을 연주했다.
음악회에서 김학일 씨와 이호진 씨는 참가자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즉석 인터뷰 형식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호진 씨는 무엇보다 2000리 길을 걸으며 만난 소중한 인연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싶다면서, 그 기록을 소담한 책으로 엮어 남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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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대전 유성성당에서 두 아버지의 2000리 완주를 기념하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
또 김학일 씨는 우선 순례 길에서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은 이들이 있다면 용서를 청한다고 말한 뒤, “힘들겠지만 아직 울음을 멈추지 말아 달라. 끝까지 함께 울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학일 씨에게 순례 길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라, 유족들의 단식 소식과 정치권의 이야기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특히 김영오 씨의 단식을 안타까워하면서, 이번 특별법 합의 파문을 겨냥한 듯, 정치권에 대해서는 “국회에 쓰레기들만 있다는 말, 저 역시 동의합니다. 권력에 굶주린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십자가를 지고 걷는 내내 예수님이 받았을 영광, 아들 웅기가 하느님 품에서 누릴 영광을 생각했다면서, 어느 주교가 알려준 성경 구절을 내내 묵상하면서 걸었다고 말했다. 품에서 꺼낸 낡은 종이에 적힌 복음 중 그가 읽은 것은 “끝날은 반드시 온다. 쉬이 오지 않더라도 반드시 오고야 만다”(하바 2,3)는 구절이었다.
김학일 씨는 처음에는 순례에 동행하고 도와주는 이들이 이토록 많을 줄 생각도 못했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매일 죽을 끓여오고, 동행해줬던 이들에게서 ‘상주’의 마음을 느꼈다면서, “이제는 두려움 없이 맞설 것이다. 걷는 내내 두려움과 걱정을 모두 이겨냈고, 내 뒤에는 매일을 함께 걸어줬던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례가 끝나면 잠시 쉬었다가 광화문에 나가서 자신의 몫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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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 씨가 ‘세월호 십자가 순례’에 가장 오랜 기간 동행한 시민들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
이어 이호진 씨는 예비신자로서 순례를 시작했지만 세례를 받게 되면 ‘마르첼리노’라는 이름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마르첼리노는 그가 공공연히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던 손석희 앵커의 세례명이기도 하다.
이호진 씨는 순례를 하기 전과 후,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면서, “세상이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가 광주 금남로에서 순례단을 기다리던 20여 명의 장애인들을 만났을 때라고 전했다.
“지난 38일 동안 실종자는 단 한 명 나왔을 뿐이고 특별법 제정은 더 나쁜 쪽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하던 그는 “승현이에게 아빠의 사랑을 보여줬다는 것, 많은 인연을 만났다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마음 아파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 아니라는 것, 200명을 구하고 300명이 죽은 것이 아니라 구조를 하지 않아서 304명이 몰살당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잊는 순간 이런 일은 다시 벌어진다”면서, “세월호 참사의 이유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상은 꼭 밝혀져야 하고 특별법은 올바로 제정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세월호 십자가 순례를 마친 세 가족은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다른 32명의 가족들과 참여할 예정이다.(기사제휴=카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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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 씨와 김학일 씨가 ‘세월호 십자가 순례’에 동행하고 격려해준 이들에게 큰절로 감사를 표하고 있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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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대전 유성성당에 모인 사람들이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 씨와 김학일 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