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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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노동자·철거민은 흉악범? DNA 채취로 운동 탄압

사회운동 활동가들 대상으로 채취 남용...“대상 제한해야”

  시민사회단체가 11일 오전 10시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무분별한 DNA 채취 요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비마이너]

살인, 성폭력, 강간 등 흉악범의 재범을 막기 위해 행해지는 DNA 채취에 대해 검찰이 최근 장애인, 노동자, 철거민 등에게도 DNA 채취를 요구하자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11일 오전 10시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무분별한 DNA 채취 요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0년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아래 DNA법)’ 제정 당시 정부는 살인, 성폭력, 강간 등 흉악범의 DNA 신원확인정보를 국가가 관리하여 범죄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현재 DNA 채취 대상에 사회운동을 하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된 피의자, 유죄 확정을 받은 이들도 포함되는 등 DNA법이 법 취지를 벗어나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다.

검찰의 이러한 행태는 지난 2014년 8월 헌법재판소가 DNA법에 대한 합헌 결정(5인 합헌, 4인 위헌)을 내리면서 더욱 심해졌다. 합헌 결정 이후, 지난해 말 검찰은 부당 해고에 항의하며 노동기본권을 요구했던 전·현직 학습지 교사에게 DNA 채취 출석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어 올해 1월 12일 대검찰청은 DNA법에 명시된 범죄 대상이면 DNA를 채취하라고 각 지방검찰청에 지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 신훈민 변호사는 “합헌 결정 당시 헌재는 ‘강력범죄, 재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공익적 목적이 있음을 이야기했다”라면서 “그러나 지방검찰청 담당자들은 헌재의 판결문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헌재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며 이것이 법에 따른 집행이라고 한다”라며 질타했다.

신 변호사는 “DNA법엔 ‘채취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 ‘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은 없다”라며 “DNA 채취 요구를 기계적으로 남발하는 것은 이들을 낙인찍고 압박하기 위한 비열한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엔 대검찰청의 지시 이후 검찰로부터 DNA 채취를 요구받은 장애인, 노동자, 철거민 등이 자리해 “DNA 채취에 절대 응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해 규탄했다.

  발언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 [출처: 비마이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는 “2011년 반인권적인 인물인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임명을 반대하며 인권위 점거 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22일 검찰의 DNA 채취 요구 연락을 받았다”라면서 “당시 인권위는 장애인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낮에는 엘리베이터를 차단하고 밤에는 난방을 껐다. 이 과정에서 한 장애인 활동가가 폐렴으로 숨지기도 했다.”라고밝혔다.

문 활동가는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인권위만이라도 보호해달라고 말하기 위한 거였는데 이 때문에 DNA 채취를 당해야한다면 이제 어디에 우리의 인권을 이야기해야 하나”라며 “이 땅에 사는 한 장애인으로서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며 목숨 걸고 농성한 죄밖에 없다. 농성이 죄라면 농성하지 않게끔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6년 전 용산참사를 이유로 DNA 채취를 요구받고 있는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이충연 씨는 “(검찰의 DNA 채취 요구서 때문에) 장사하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안 좋은 시선을 받는 모멸적인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라면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지역에서조차 살지 못하게 범죄자 낙인을 찍는 공안적 탄압은 걷어치워라”라고 분개했다.

이러한 공안탄압은 노동자계에도 번지고 있다. 학습지노조재능교육투쟁승리를 위한 지원대책위원회 강종숙 씨는 “2007년 당시 노동자 대표로서 한솔교육 본사 조합원 20여 명과 함께 부당해고에 항의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DNA 채취 대상이 됐다”라면서 “나뿐만 아니라 현재 개인사업 하면서 결혼한 전 조합원의 집에도 DNA 채취 요구서가 날라 왔다. 그는 최근 모멸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강 씨는 “작년 연말 이에 항의하자 서부지검은 발송착오라고 해놓고 또다시 이를 발송했다”라면서 “강제 채취될지언정 자진해서 하지 않겠다. 피해 당사자로서 국가 상대로 싸워나갈 것”이라며 분노했다.

지난 2010년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집회 참여를 이유로 DNA 채취 요구서가 나온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GM부평비정규직지회 신현창 씨 또한 “민중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박석민 통일위원장이 과거 경찰이 흉악범죄에 대한 현상수배에서 ‘노동자풍’이라고 묘사한 것에 대한 증거 사진을 내보이며 “이젠 노동자를 흉악범,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비마이너]

민주노총 박석민 통일위원장은 “과거 경찰은 흉악범죄에 대한 현상수배를 내릴 때 ‘노동자풍’이라고 묘사했다. 즉, 범죄자는 노동자임을 가정하고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면서 “이젠 노동자를 흉악범,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관리하려 한다. 이에 민주노총은 전 조합원에게 DNA 채취를 거부할 것을 지침으로 내렸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이호중 교수는 “반인권성, 반헌법성에 대한 공론을 모아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라면서 “법 폐지가 가장 좋겠으나, 개정을 해서라도 입법 취지대로 대상을 흉악 범죄자로 제한하고 법원의 엄격한 판단을 걸쳐 영장을 발부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 DNA법에 따르면 채취대상자가 동의하는 경우 영장 없이 DNA를 채취할 수 있으며, 이때엔 미리 채취대상자에게 채취를 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검찰이 발부하는 안내문엔 DNA 채취에 대해 동의·거부 여부를 묻는 내용 없이 “동의하지 않을 시 영장에 의해 채취할 수 있다”는 내용만 명시돼 있다.

  검찰이 발부한 'DNA 시료 채취 출석 안내문'
덧붙이는 말

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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