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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정당해산 결정의 법적, 정치적 의미”를 발제한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이 정당 해산 제도와 관련한 일반 이론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짚고, 헌재가 법원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왜곡하거나 교묘하게 빠트리며 결론을 짜 맞춘 부분을 지적했다.
한상희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심판에 필요한 일반이론으로 민주주의와 정당해산 심판제도 부분을 생중계로 듣는 순간 기각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원론 부분에서는 너무도 아름다운 미사여구를 늘어놓았다”며 “하지만 정작 중요한 키워드는 하나같이 빼먹었다. 추상적인 관념과 이상을 얘기 할 때는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당의 목적과 활동에 끼워넣은 ’숨겨진 목적’ 논리 심각
한상희 교수는 “정당해산심판 사유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될 때’, ‘비례원칙’이라는 4가지 일반론을 제시하는데, ‘정당의 목적과 활동’ 규정부분에서 정당이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목적 외에도 ‘숨겨진 목적’이 있다는 얘기를 슬쩍 끼워넣는다”며 ‘숨겨진 목적’ 논리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독일공산당 해산 판결에서 ‘숨겨진 목적’ 얘기가 나오지만 통합진보당 사건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한 교수는 “독일공산당은 공식적으로 맑스레닌주의에 입각함을 선언하고 프롤레타리아트 혁명 지향을 선언했는데, 문제는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이 장기적 목적으로 제출됐다. 단기적 목표는 독일의 재통일과 재무장 반대 등의 활동이었다”며 “양자를 결합해야 독일 공산당의 폭력성이 드러나 위헌을 판단 할 수 있는데, 장기적 목적과 단기적 목적을 연결하려다 보니까 강령에 아무 것도 없어 ‘독일공산당이 숨겨 놓은 것’을 찾기 위해 장단기 목적의 연결 지점이 필요했고, 그런 용도로 이용된 것이 숨겨진 목적이다. 그런 맥락의 취지도 이해 못한 채 통합진보당 해산에 ‘숨겨진 목적’을 그냥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장기적인 목적은 없고 현재의 목적만 있는 정당에 적용하다 보니 ‘숨겨진 목적’은 단편적 증거만 가지고 유추하고 상상할 수 있는 별도의 목적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며 “현재를 바탕으로 다른 어떤 것을 찾아내는 창조적 개념으로 ‘숨겨진 목적’을 찾아내면 어떤 경우에도 어떤 결론으로 이끄는 만능의 척도가 된다. 자의적 해석과 창조가 가능한 개념이 돼 정당보호라는 위헌정당 해산심판제도의 원래 취지와 정반대로 가는 정당 억압과 탄압을 위한 다수 정파의 전가의 보도가 되는 가장 위험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정당 목적이나 활동의 판단 지표를 위해 주도세력 개념 창조
헌재가 누구의 행위를 가지고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의 판단 지표로 할 것인지를 두고 정당해산심판 제도에 없는 주도세력이라는 의미를 창조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상희 교수는 “정당의 행위만이 목적과 활동의 판단 기준이 돼야하는데 개별적 당원의 행위를 두고 판단하면 지나친 비약이 된다”며 “헌재 결정문에서 주도세력 활동을 얘기하면서 이 활동이 정당에서 어떻게 승인됐는지에 대한 입증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위해 구체적인 목적과 활동을 심판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실제 적용 과정을 보면 재판관도 특정 이념을 잣대로 판단하고 있고 주도세력 활동과 목적을 특정 이념 속에 가두고 규정했다”고 밝혔다.
또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란 말은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위험성이란 뜻이지만 그 자체로 직접 적용 가능한 개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무엇이 실질적인 위험이고,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 무엇이고, 위험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지 다시 부연설명을 해야 하는 개념”이라며 “추상적 기준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나 실질적 해악이라는 구체적 위험성이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 위험을 판단할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그냥 내가(헌재가) 말한 게 기준이라는 식의 자의적으로 판단해 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가 국민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할 때 필요한 기본원칙인 비례원칙 적용을 두고도 “한국적 특수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왜곡되기 시작했다”며 “한국은 분단국가라 세계적 인권체계와 전혀 별개라는 것이다. 한국은 인권에 관한한 갈라파고스 섬이 됐다. 정당에 대해서는 세계적 기준과 다르다는 식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나온 논리구조가 한국 변혁운동에서 평등파와 자주파를 구분하고 여러 진보적 운동이 있었는데 그 중 위험인자가 자주파이고, 자주파들이 통합진보당에 들어가 주도세력이 됐다더라. 그래서 통합진보당은 한국성 특수성에서 위험인자라는 논법으로 전개됐다.
한 교수는 “주도세력 논리는 모든 것을 개인의 행동에 환원시킨 1920년대 행태환원주의의 오류를 드러냈다”며 “통합진보당의 행위와 소속 당원의 행위는 분명히 다른데 그것이 같다고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주도세력이란 개념을 만들어 냈고, 둘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도세력 구성원들이 개인자격으로 집필하거나 강연한 내용을 평면적으로 나열하고 그 내용이 곧장 당의 공식 의견이나 당이 사후적으로 승인하는 것처럼 결정문을 썼지만 증거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통합진보당의 ‘숨겨진 목적’이 어떻게 우리사회에 구체적인 위협이 되고, 그런 결론이 어떻게 도출되는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헌재가 저항권을 두고 결정문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회복하고 그 이후에 민주적인 방법에 의한 집권을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 않다’고 한데 대해선 “통합진보당의 구체적 위험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구체성이 없다는 것을 헌법재판소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위험성이 없다는 결정적 증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라는 결론을 두고는 “북한식 사회주의가 뭔지 설명도 없지만, 헌재 추론과정도 문제”라며 “북한식 사회주의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설명하고 여기에 통합진보당 강령을 끼워 맞추는 식으로 했고, 내란음모가 이뤄졌다는 회합도 통합진보당의 공식적인 행사인지 입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치와 인권 보편적 기준에 한국사회 특수성 도입 이해어려워
해산심판 청구소송의 대리인을 맡은 전영식 변호사는 “한국사회 특수성을 장황하게 쓴 부분은 이해가가 가지 않는다. 우리 헌법에 대한 이해를 현실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재단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민주주의 법치와 인권은 보편적인 기준을 가지는 것인데 특수성 개념을 도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냉전적 사고를 깨고 헌법 자체만 가지고 봐야 하는데 국가적 적대성을 가지고 얘기를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영식 변호사는 “대한민국과 북한이 아직 냉전이라는 논리는 만능이 된다. 우리 헌법 적용에 냉전적인 사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구체적 위험성을 아무리 읽어도 구체적 위험성인지는 모르겠다. 결정문에 폭력에 의한 집권가능성이나 북한에 동조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가능성과 개연성이 어떻게 구체적 위험성인지 모르겠다. 논리적 추론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