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은 가스누출 위험지역에 보호구 착용 의무 규정
사망자 부검 조직검사와 현장 합동감식 결과 한달 이상 걸릴 듯
지난 26일 3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진 신고리원전 3호기 보조건물 밸브룸에는 가스누출 탐지기가 없었고 환풍장치가 있었지만 가동되지 않았다. 작업자는 산소측정기나 안전보호구를 갖추지 않은 채 현장에서 숨졌다. 한편에서는 사고 이틀 전에 신고리3호기 내 정전이 있었음을 증언해 정전이 사고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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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원전 사망사고 현장. 119 구급대원이 산소농도를 측정 중이다. [출처: 울산소방본부] |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한국수력원자력 안전관리 협력업체와 시공사 관계자들을 소환하는 등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부검의는 숨진 3명이 사망한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국과수에 의뢰했다. 결과는 3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관계기관은 현장 합동감식 결과도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망사고가 일어난 밸브룸 안에는 질소와 물 2개 종류의 배관이 있고, 사고 당시 질소 배관에서 질소가스가 새어나와 밀폐된 공간에 있던 협력업체 노동자 3명이 질식해 숨졌다. 울산소방본부는 현장에 출동해 비눗방울로 질소가 배관에서 새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질소를 취급하는 현장에 가스누출 경보기를 달아야 하는 의무가 없다. 질소가 위험물질로 분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스누출 등 위험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있는 현장에는 안전보호구를 착용하고 들어갈 의무가 있다. 한수원이나 협력업체는 산안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통상 협력업체는 현장에 일하러 들어갈 때 원청이나 한수원의 작업허가서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사고현장 역시 협력업체 직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한수원 측은 작업자가 그 현장에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나 업체 관계자는 한수원이 허가하지 않으면 현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증언했다.
협력업체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사고가 나기 전이었던 12월 23일 잠깐 정전이 있었다. 증언은 업체 관계자 여러 명에게 확인했다. 하지만 한수원측은 김제남 의원이 현장에 방문해 정전됐던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전혀 정전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수원은 김제남 의원과의 브리핑에서 사고 현장에는 환풍기가 2대 있었지만 다른 작업을 위해 11월부터 가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협력업체는 막바지에 다다른 공사현장 안전점검을 하는 중이었다고 답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가스안전공단 등과 27일 진행한 합동감식 결과가 나오면 배관의 기계적 결함인지, 제조나 설치과정상의 문제인지, 운영 또는 관리상의 잘못인지 판가름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27일 신고리원전 3호기 보조건물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숨진 것과 관련, 현재 공사중인 신고리원전 3·4호기에 대한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지난 26일 오후 5시18분께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 현장에서 질소 가스가 누출돼 한국수력원자력 협력업체 대길건설 직원 2명과 현대건설 안전관리 용역업체인 KTS쏠루션 직원 1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이들은 당시 신고리원전 3호기 보조건물 지하 밸브룸에서 안전순찰 중이었다.
자녀 셋 남기고 숨진 고 손경석 씨 부인 인터뷰
"한수원이 빈소 찾아와 사과해야 장례 치른다”
"남편은 이미 오전에 사고를 당해 죽었을 것이다"
지난 26일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3명이 숨졌지만 두 유가족은 사망 소식을 따로 전해듣지 못했다. 언론에는 사망사고가 대서특필 됐지만 유족들은 사고대응과정 등이 조명돼야 한다고 했다.
고 손경석 씨(42)는 부인과 자녀 셋을 남기고 숨졌다. 부인 이모 씨(40)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사고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28일 원전 자료유출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원전 안전 최우선에 소임을 다 하겠다”고 했다. 숨진 손씨의 빈소에는 3일 동안 한수원측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한수원은 신고리 3호기가 아직 원전 가동이 안 되는 곳이라지만 사람이 질식해서 3명이나 죽었는데 대국민 사과는 하면서 정작 노동자 죽음에는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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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손경석 씨는 부인과 자녀 3명을 남겨두고 산업재해로 숨졌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
26일 한수원에서 가스에 질식해 숨진 손씨의 부인 이모 씨. 이씨는 남편과 사고 당일이었던 26일 아침 8시 53분께 마지막으로 통화했다. 남편은 일하는 게 바쁘다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보통은 다시 전화가 오는데 이날은 전화가 안 왔다. 부인은 이상해서 전화를 했지만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를 넣어도 답이 없었다.
남편은 저녁 6시가 돼도 연락이 안 왔다. 부인이 계속 전화했더니 남편 회사 소장이 받았다. 소장은 사망했다거나 위급하다는 말도 없이 “일단 병원으로 오셔야할 것 같다”고만 답했다. 이씨는 위급하다는 생각까지는 못했고 저녁 8시께 병원으로 가다가 인터넷 뉴스를 보니 한수원 사망사고 기사가 떴다. 이씨가 병원에 도착하니 침상 두 개에 두 사람이 얼굴까지 덮힌채 누워 있었다.
이씨는 밖으로 뛰쳐나가 “한수원 관계자 나와!”라고 소리쳤으나 아무도 나오는 이 없었다. 사복경찰 1명과 기자가 1명 보였을 뿐이다.
부인은 오전에 이미 남편은 죽었을 것이라고 여긴다. 남편 시신을 응급실에서 영안실로 옮길 때 간호사가 두 팔을 묶으려 했으나 오무린 팔은 힘을 줘도 펴지지 않았다. 부검의는 부검 결과 사망 시간을 추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졌는데 시신을 부검하고 조직검사까지 하면서 결과를 3주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마뜩치 않다.
이씨는 경찰이나 회사로부터 사고 경위를 듣지 못했다. 밤 12시쯤 업체 사장이 대구에서 달려왔다. 사장도 사고 경위를 모르고 있었다. 이씨는 사장에게 “질식사 했는데 현장에 산소마스크 같은 보호구가 있어야 하죠?”라고 물었다. 사장은 “30년 동안 아무일 없었으므로 구비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답했다.
이씨는 “한수원이 협력업체에만 떠넘기는데 한수원도 책임 있다. 한수원은 협력업체에 안전장비를 갖추도록 안내하지 않았다. 남편은 한수원에서 일하다 죽었다. 한수원이 빈소에 와서 내 눈 쳐다보며 유족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제대로 보고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례를 치룰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씨는 발주처인 한수원, 사업시행사인 현대건설, 협력업체인 대길건설 쪽 책임자 그 누구도 28일까지 남편 앞에 조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슬프고 막막한데 화까지 치밀어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씨에게는 12살, 9살, 27개월 된 자녀가 있다.
고 김승진 씨 유족 김태수 씨(77)
유족 배려하지 않는 사고조사에 버려진 기분
사고 사흘 지나도 사고원인 아무도 설명 안 해
고 김승진 씨(35) 아버지 김태수 씨(77)는 저녁 6시 뉴스를 보고 신고리원전에서 작업자 3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설마 아들이 죽었다고는 여기지 않으면서도 아들한테 전화하니 통화가 안 됐다. 저녁 7시 뉴스를 또 봤다. 뉴스에 아들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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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고 김승진 씨 유족과 동료들이 정의당 김제남 의원과 사고 경위에 대해 이야기 중이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
김씨는 내심 안심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고 아들은 계속 통화가 안 됐다. 하도 답답해 아들 친구한테 전화했다. 아들 친구는 수소문 끝에 저녁 7시 40분께 김씨에게 전화해서 아들의 죽음 소식을 알렸다. 업체나 한수원측은 그 시간까지 유족에게 사망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허겁지겁 기장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는 회사 관계자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들 시신은 내버려진 듯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영안실 한구석에 밀쳐져 있었다.
업체 사장은 밤 12시가 되자 장례식장으로 (대구에서)달려왔다. 한수원과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망 3일째인 28일까지 아무도 조문 오지 않았다.
김씨는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 증언을 듣고 아들이 점심때부터 보이지 않았으며, 오후 2~3시부터 현장에서 동료들이 아들을 찾아나섰다는 걸 알았다. 김씨는 현장 내에 경보시설은 없었는지, 안전보호구 착용 규정은 왜 안 지켜지고 있었는지 궁금하지만 누구 하나 속시원히 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김씨는 “언론에 사고소식은 나왔지만 유족 입장에서 사고 뒤 진행과정을 보면 갑갑하기만 하고 버려진 기분”이라고 했다.
숨진 김씨는 미혼이었고 77세와 69세 부모를 부양하고 있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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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